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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상훈(고2)씨 “반팅으로 이성친구 사귀기는 어려워요” ⓒ 바이러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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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팅하자” 청소년 이성 만남의 모습
길을 지나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했을 때, 주저함 없이 말을 걸고 연락처를 물어본다. 수 일이 지난 후 문자를 보내 연락을 하고 함께 만나 식사도 하고 노래방도 간다. 이것이 헌팅의 레퍼토리이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에게 헌팅은 이성과 만날 수 있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방법이다. 이성을 만나는 목적이 변하면서 이성을 만나는 방법 역시 변화했다. 개인과 개인으로 만나야 하는 헌팅의 서먹함을, 집단과 집단의 만남 ‘반팅’으로 극복하고 있다. 남학교의 한 학급과 여학교의 한 학급이 만난다는 ‘반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주선자가 필요하다. 주위 친구들에 비해 알고 지내는 이성친구가 많은 주선자는 다른 학교 주선자와 연락을 통해 반팅을 할 날짜와 장소를 정한다. 그리고 주선자와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부터 반팅에 참가시킨다. “반팅은 주로 학기초에 많이 이루어져요. 같은 반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도 좋지만 다른 학교 이성친구도 만나고 싶거든요. 그리고 주선하는 친구들은 반팅을 자주 계획함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도 해요. 다른 학교와 반팅을 자주 주선할 수 있다는건 그만큼 인간관계가 넓다는 의미니까요.”반팅에 참여해보았다는 한 여학생은 반팅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만나서 무엇을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반팅을 하면 먼저 보드카페를 주로 가요. 게임도 하고 서로 벌칙도 주면서 자연스럽게 서먹함을 깨뜨릴 수 있거든요. 보드게임을 즐기고 나면 배가 고프기 때문에 밥을 먹고, 이후에는 노래방에 가서 자신의 숨겨진 끼를 마음껏 발산하죠.” 반팅 참가자들은 불과 몇 시간의 만남에서 자신의 모든 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성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지만, 이성 앞에서 숨겨진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는 쾌락 또한 짜릿하다. 하지만 반팅의 뜨거운 열정과 달리 만남의 지속은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못한다. 반팅을 통해 이성친구를 세 번 사귀어보았다는 표상훈(고2)씨는 “이름만 반팅이지 실제 반팅에 나오는 학생들은 각 학교에서 10명 안팍”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팅에서 만난 친구들과 이후에 다시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연락도 길어야 2~3개월 지속될 뿐이며, 상대가 잦은 문자를 보낼 때면 오히려 귀찮음을 느끼기도 한다. 반팅에서 맺었던 ‘1촌관계’도 곧 ‘잠수’로 이어진다. 그야말로 ‘반팅’은 완전한 만남이 아닌 반쪽짜리 만남이기도 하다. 이성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이성을 사귀고 싶은 것은 아니다. ‘반팅’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며 폭넓은 인간관계를 바라는 만남의 한 방식이었다. 최룡훈 기자 ©2005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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