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31 14:44
수정 : 2005.07.31 14:46
수학개념 쏙쏙
은행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서 뽑은 번호표에는 ‘001’이라고 써 있다. 은행을 나온 엄마와 아이는 ‘05’번 마을버스를 탔다. 집으로 돌아와서 수학 문제집을 펼쳤더니, “0부터 9까지의 수를 한 번씩만 써서 만들 수 있는 세자릿수 중에서 가장 작은 수는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아이는 자신 있게 “012”이라 쓴다.
아이가 이런 문제를 혼동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수의 여러 가지 개념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숫자는 크기를 가진 양을 나타내기도 하고 순서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 ‘번호’를 나타내는 데 쓰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나란히 붙어 있는 두 식당이 있다고 하자. 손님이 몰려서 각각 번호표를 주었다면, ㄱ식당에서 준 번호표 ‘02’를 들고 기다리는 손님과 ㄴ식당에서 준 ‘002번’을 번호표를 들고 있는 손님이 있다면 둘 다 두 번째 손님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전화를 걸 때 지역번호 ‘02’와 ‘002’는 전혀 다르다.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숫자는 크기나 순서 말고도 형태도 나타낸다.
둘째는 수학에서의 ‘자리’와 일상어에서의 ‘자리’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수학 시간에는 네자릿수의 첫 숫자는 0이 올 수 없다고 배웠지만, 집에서는 080-0000-****등의 전화번호를 보고 “국번이 네 자리이다”라고 한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 말하는 ‘자리’는 ‘숫자가 차지하는 칸의 수’를 말한다. 그러나 수학에서의 자리는 ‘자릿값’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쓰는 숫자는 0부터 9까지 모두 열 개이다. 하지만 ‘한자릿수’는 이 중에서 0을 뺀 1, 2, 3, 4, 5, 6, 7, 8, 9이다. 0도 분명히 하나의 숫자이고 쓸 때는 한 칸의 자리를 차지하지만 한자릿수라고는 하지 않는다. 또 학교 수학에서 ‘두자릿수’는 숫자의 개수가 두 개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10부터 99까지를 말한다.(맨위 수학 문제의 답은 102이다.)
강미선/<개념 잡는 초등수학사전> 저자
upmm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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