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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31 14:52 수정 : 2005.08.01 14:36

어린이 성 이렇게 말해보세요

최근 어린이 성폭력의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물론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는 아직 더 많은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성교육 내용만 해도 성폭력 방지를 위한 안전 교육, 아기가 어떻게 생기나 등 전반적인 성 지식 교육, 피임은 어떻게 하는지를 가르치는 생물학적 성교육, 남녀 평등 개념의 성역할 교육 등으로 다양하다. 아이들의 발달 정도와 교육 목적에 따라 어떤 부분을 어떻게 누가 가르칠 것인지 결정하게 되는데, 아직 우리 사회에서 교육 목적 등에 맞는 프로그램에 바탕한 성교육을 제대로 하는지에는 의문이 많다.

특히 3~6살 유아들에게 성교육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이 시기 아이들은 아직 자기 중심적인 인지 발달을 보이고 성을 놓고 다양한 공상을 많이 하며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교육의 내용과 목적, 교육 형태 등이 몹시 중요하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유아기 어린이들에게 많은 내용을 직접 가르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된다. 어른은 전반적 성 지식을 객관적으로 강의하려고 하지만, 어린이는 자기 나름대로 사실을 왜곡해 받아들이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자와 난자 설명을 들은 유아가 텔레비전 사극에서 ‘낭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여자라서 난자를 가졌기 때문에 여자를 옛날에는 낭자라고 불렀다’고 연상을 하는 일도 있었다. 유치원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은 뒤 소심하고 겁이 많은 아이들이 갑자기 속옷을 여러 개씩 껴입고 오는 일도 있었다. 성폭력 예방보다는 오히려 불안이 유발된 보기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유아기 아이들에게 하는 성교육은 따로 강의를 하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워 나가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아직은 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므로 가정에서 부모의 태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남녀 성역할 등 일반적인 성 지식이 형성되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성폭력 대처 교육은 유치원 등 유아교육 기관에서 신체에 대한 보건 교육과 안전 교육을 하면서 동시에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몸에서 수영복을 입는 부위는 왜 가리는 것인지, 왜 함부로 남의 소중한 신체 부분을 만지면 안 되는지, 누가 그 부분을 만지려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교육하면, “낯선 아저씨가 만지면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 처지에서는 덜 불안하고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유아기 아이들에게 직접 성교육을 하기보다 교사에게 교육을 시켜 현장에서 성 관련 문제들을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친구들끼리 심한 성적 장난을 할 때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등 어린이의 성 발달 수준과 실제 사건을 연관시켜 교사 교육을 하는 것이 아이들의 건전한 성 발달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발달 나이에 적합한 성교육 프로그램과 교육 형태를 개발하는 것이 절실하다.  

신의진/연세대 정신과 교수 yjshin@yumc.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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