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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31 15:57 수정 : 2005.07.31 16:02

강승숙/ 인천남부초등학교 교사 sogochum@hanmail.net

시로 보는 아이들 마음

그리운 고모

3년 전부터 암이 걸리신 고모

그러나 꼭 참아오셨네.

이미 온몸에 암 덩어리가 퍼진 상태

결국 6월14일 화요일밤 10시10분에

60도 안 되는 나이에 돌아가셨다.

나를 얼마나 사랑하셨는데


나는 ‘고마워요’말도 못했다.

우리 고모는 할머니보다도

몸이 안 좋았나?

우리 할머니는 폐암도 이겨내셨는데

고모는 돌아가시기전 편찮으신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에게

“나는 죽어도 괜찮아요.”하고 말하셨다.

그제서야 할머니는 눈물을 그치셨다.

나는 고모가 매우 그립다.

(유환호/인천남부초등학교 6학년)

환호는 유머가 많고 느긋한 아이다. 늘 웃고 농담도 잘하는 아이가 어느 날 돌아가신 고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시에 썼다. 아이들은 환호 시가 실린 시 감상 자료를 받아들고는 이내 조용해졌다. 시를 쓴 뒤에는 잘 쓴 시를 실은 감상 자료를 나누어 주곤 하는데 가끔 시 자료를 받는 순간 아이들이 조용해진다. “얼마나 그리워했으면 이렇게 시를 썼을까 생각하니 내 일이 아닌데도 가슴이 찡해요.” 아람이가 한마디 한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재호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손을 번쩍 들어놓고는 아무 말도 못했다. 조용히 물어 보니 2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고 했다. 기표는 지난해 12월, 술 취한 사람이 모는 차에 치여 돌아가신 고모부 생각이 난다고 했다. 가까운 사람을 잃은 아픔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도 나도 모두 숙연해졌다. 이 일이 마음에 남았던 걸까? 그날 헌구는 좀처럼 털어 놓기 어려운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시에 썼다.

아빠 

그리운 아빠,

내가 4학년 때 일이다.

아빠는 담배와 술을 많이 드셔서

폐암에 걸렸다.

배가 아파서 설사하고

몸을 떨 때마다

내 마음이 찡했다.

나는 아빠가 무서워

사랑하다는 말도 못했다.

아빠에게 너무 죄송스럽다.

아빠 사랑합니다.

(변헌구/인천남부초등학교 6학년)

전학 오던 날 헌구 어머니한테 아버지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고 헌구하고도 자연스레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시로 쓸 줄은 몰랐다. 쓴 시를 읽으면서 마음 한 구석이 저려왔다. 아이들도 헌구가 쓴 시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한 듯하다. 준모는 헌구가 돌아가신 아버지 일을 시로 쓴 게 정말 용기 있다고 했다. 그렇다. 부모가 이혼하거나 돌아가신 일을 겪은 아이들은 큰 아픔이 있는데도 좀처럼 말이나 글로 말이나 글로 풀어내지 못한다. 그 마음을 알기에 아이들은 헌구가 쓴 시를 보고 헌구를 안쓰럽게 여기면서도 용기 있다고 칭찬한 것이다. 헌구가 쓴 시는 진실한 마음을 드러낸 시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지 다시금 깨닫게 했다.  

강승숙/인천남부초등학교 교사 sog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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