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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의 한 여고 학생들이 여름 방학 보충 수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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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리포트
고등학생에게 방학은 없다 고등학생에게 방학은 있으나 마나다. 보충수업을 받으려고 평소와 다름없이 책가방을 꾸려 등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방학날에 교실마다 시끌벅적 술렁거리는 걸 보면 학생에게 방학은 신나는 것임에 틀림없다. 방학이라는 말엔 왠지 편안함과 자유스러움이 들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방학한 지 일주일쯤 지난 요즘, 한창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를 무릅쓰고 보충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끼리 방학 중 보충수업 이야기를 나눠 봤다. 1학년 박가인(16)양은 “방학이라고 공부를 안 할 것도 아닌데 이왕에 나에게 익숙한 선생님께 수업을 받을 수 있어 좋고 비싼 수강료를 내고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자칫하면 해이해질 수 있는데 방학 동안 학교에 나와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어차피 할 공부를 학교에서 알아서 하게 해 주니 편하다는 얘기다. 반면 한소라(16·1학년)양은 초등학교, 중학교 때의 방학과 너무나 달라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졸업할 때까지 방학은 기대도 말라”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고등학생이라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났다는 것이다. 한양은 어떤 학교에선 학기 때와 똑같이 야간 자율학습까지 한다는 사실을 그나마 위로로 삼고 있다. 한 학생은 “찌는 듯한 무더위에 아침 일찍부터 학교에 나와야 한다는 게 힘이 들어서 겨울 방학 때에는 어떻게든 학교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오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불평 없이 오직 성적 향상에만 신경 쓰겠다는 ‘중도 학구파’도 있다. 2학년 오유진(17)양은 “여름 방학은 성적 향상에 ‘빅 찬스’다. 비록 토막난 짧은 시간일지라도 모처럼 주어진 ‘나의 시간’을 잘 활용해서 보람찬 방학을 보낼 계획”이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학생들 개개인의 생각과 목표가 다른 만큼 방학 중 보충수업을 보는 의견은 분분하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어른들의 지나친 관심과 일관적이지 못한 교육 방침에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하는 학생들의 처지는 고달프기만 한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 입학’이라는 막중한 짐을 3년 동안 숙명처럼 지고 가야 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라도 맘껏 목을 축일 수 있는 여름 방학은 언제나 기대할 수 있을까? 글·사진 이혜인/1318리포터, 전주여고 2학년 korealh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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