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숭의초등학교 풍물반 학생들이 풍물과 노래, 춤이 어우러진 신명나는 ‘굿판’을 벌이고 있다. 인천숭의초교 풍물반 제공
|
마음을 여는 교육 (7) 인천숭의초교 ‘풍물교실’
인천 남구 인천숭의초등학교 교정에 있는 느티나무 밑에서 지난달 21일 한바탕 굿판이 벌어졌다. 북, 장구, 소고 같은 악기를 집어들고 두드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남생이야 놀아라, 쫄래쫄래 잘 논다”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아이, 덩실덩실 춤을 추는 아이도 있다. 굿을 이끄는 ‘대장’은 따로 없는 듯하고 지도 교사도 멀찍이서 웃으며 지켜보는데, 아이들은 장단을 척척 맞추고 추임새를 넣어가며 ‘제대로’ 논다. “북을 치면 마음이 풀어져요. 치고 난 다음에도 소리가 마음 속에 울려요.”(6학년 이수빈) “친구들과 친해지니까 좋아요. 풍물 하면 협동심이 생기거든요. 혼자 잘하면 소용 없어요.”(6학년 허유정) “처음엔 팔이 많이 아팠는데 생각보다 금방 배워서 저도 놀랐어요. 남 앞에 못 나서는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남들 앞에서 풍물 하는 게 기분 좋고요, 적극적인 성격이 됐어요.”(6학년 홍누리) 가슴팍 꽁꽁 그늘진 녀석들
옆친구 추임새 한마디에
어느새 참새가 된다 아이들은 앞다퉈 자랑을 늘어놓았다. 미처 이야기할 차례가 안 돌아간 아이들은 둥그렇게 몰려들어 나는 이래서 풍물이 좋다며 참새처럼 조잘거렸다. 드디어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 풍물반 아이들은 1학기의 마지막 ‘놀이’를 끝낸 뒤 일주일 뒤 학교에서 열릴 풍물배움터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1년에 두 차례, 방학 때마다 열리는 풍물배움터는 이 학교 풍물반이 하는 것들 가운데 ‘하이라이트’다. 2박3일 동안 캠프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풍물 연주는 물론 대나무 피리 만들기, 황토 염색 체험, 강강수월래를 비롯한 다양한 전래놀이 등을 통해 아이들은 무람없이 어울리며 ‘더불어 사는 공부’를 한다. 현재 이 학교 풍물반을 맡고 있는 송귀혜(32) 교사가 2000년 이웃 학교에 근무할 때 기획한 이래 올해로 6년째 이어오고 있다.
|
“얼씨구 절씨구” 재잘재잘
같이 울고 같이 웃고
응어리 푸는 굿판을 편다 “밤에 촛불을 켜 놓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 대여섯 시간이 훌쩍 흘러요. 초등학생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집중하는 게 쉽지 않죠. 아마 숨겨 왔던 이야기, 마음 아팠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같이 울고 웃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부모가 모두 집을 나가 노점상을 하는 할머니와 사는 아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때문에 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 부모의 이혼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아이…. 평소 밝은 표정으로 생글거리던 아이들이 그토록 큰 상처와 고통스런 기억을 갖고 있을 줄은 송 교사도 미처 몰랐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떤 일로 상처를 받는지, 그 상처를 숨기면서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조금 더 알게 됐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같이 울고 안아 주는 게 전부지요. 같이 이야기하던 아이들도 ‘네가 그런 상황인 줄 몰랐다, 미안하다’ 그러면서 위로해 줘요. 그동안 숨겨 왔던 자기 비밀도 털어놓고요.” 지난 겨울 방학 때 집안 사정이 어려워 풍물배움터 참가비 1만원도 내지 못했던 기연이(가명)네나,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집안 구석구석에 온통 ‘딱지’가 붙어 있다며 울음을 터뜨리던 지선이(가명)네는 그동안 형편이 좀 나아졌을까? 송 교사는 “아마 이번 여름 풍물배움터에서 아이들이 먼저 기연이와 지선이를 챙기고, 다독이고, 좋은 일이 있으면 같이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