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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라퀴진아카데미에서 열린 어린이 요리 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쿠키의 모양을 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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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 장보고 요리해보기…오감 활용 교육적 효과
경기 시흥시에 사는 이경희(36)씨는 요즘 아들 상훈(8)이와 함께 장 보러 가는 일이 즐겁다. 함께 요리 하기를 시작한 뒤로 아이가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이씨는 “상훈이가 내성적이고 말이 없어서 학교에서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요리 교육을 받고 나선 의사 표현도 잘하고 친구도 많아졌다”고 했다. 부천에서 어린이 요리학원 ‘엘타토’를 운영하는 강연숙(36) 원장은 “아이들이 요리에 관심을 가지면 여러 가지 변화를 보이는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대화가 많아지는 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말했다. 엄마와 함께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엄마의 생각이나 상황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린이 요리 교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간디학교나 일본의 키노쿠니초등학교 등 대안학교들은 이미 요리 교육을 정규 수업이나 주요 활동으로 운영하는 중이다. 요리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작업만이 아니라 정서적·인지적으로 효과적인 교육 활동이라는 점에 주목한 결과다. 요리 교육 지도자 과정을 운영 중인 숙명여대 한국전통음식문화원의 김언정(37) 강사는 “요리 교육 관심이 부쩍 커지면서 유치원 원장이나 교사들의 참여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자신이 운영하는 유치원에 요리 수업을 도입하려고 지방에서 강의를 들으러 다니는 열성 수강생도 여럿 있다”고 전했다. 오감 활용 교육적 효과
편식 고치는데도 ‘특효’
“의사표현 부쩍 늘어요 ” 요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감을 활용하게 되는 것이 요리 교육의 큰 강점이다. 최수현(35) 프뢰벨 유아교육연구소 차장은 “요리하는 동안 아이들이 여러 재료를 보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고, 썰고, 끓이는 등의 실제적 경험을 한다”며 “교구나 장남감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 자연 상태인 식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교육적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요리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 더 없이 좋은 생활 교육이 되기도 한다. 편식 습관을 바로잡는 데도 효과적이다. 잘 먹지 않는 식재료를 다루고 섞어 조리하면 싫어하는 것에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방학 때면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 힘들어 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아이들과 점심이나 저녁을 함께 준비하면 시간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보낼 수 있다”고 요리 전문 학원 라퀴진아카데미의 심진미(25) 강사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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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씨가 첫 방학을 맞은 상훈이와 함께 저녁 식사를 준비하려고 장을 보고, 대구찌개를 끓이려고 콩나물을 다듬고, 이씨와 상훈이가 함께 요리 공책에 재료 등을 쓰고 있다(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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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보기부터=대부분의 아이들이 시장이나 슈퍼마켓에 가는 것은 좋아하므로 장 보기부터 시작하면 좋다. 시장에 가기 전에 무슨 요리를 할지,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고 쇼핑 목록을 만들도록 하자. 시장이나 가게에서 필요한 물건을 찾고 좋은 제품을 직접 고르는 것도 좋은 교육 활동이다. 그러고는 재료 다듬기, 조리하기, 상 차리기 등을 차례로 아이와 함께 해 보자. ● 요리 공책 쓰기=아이가 요리 기록장을 쓰도록 이끈다. 장 보러 가기 전엔 무엇을 만들지,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집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무엇을 사야 하는지 등을 정리한다. 요리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재료를 관찰하고 그리거나 글로 적도록 한다. ‘가루를 푼다’, ‘물이 끓는다’, ‘김이 모락모락 난다’, ‘얇게 썬다’, ‘젓는다’ 등 다양한 표현을 쓰도록 도와 준다. 재료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요리 과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아이들의 글쓰기에도 도움이 된다. ● 대화하기=요리하면서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하자. 아이에게 ‘우유는 칼슘이 많아…’ ‘야채는 이래서 좋다’는 등의 짤막한 이야기를 해 줘도 음식과 건강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심 강사는 “샌드위치를 만들 때 정사각형 식빵을 잘라 직사각형이나 삼각형이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아이가 도형의 원리를 엿보게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요리하기 전후로 관련 동화를 함께 읽는 것도 좋다(<표> 참조). 요리 교육이 그래도 버겁거나 어색하다고 느끼면 가까운 문화센터 등이 여는 ‘아이와 함께하는 요리 강좌’ 같은 것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다. 1만~2만원이면 2시간쯤 아이와 재미있는 체험도 하고 요리도 할 수 있다. 이때는 배운 것을 집에서 아이와 함께 꼭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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