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8.01 14:16 수정 : 2005.08.01 14:48

아이파크 아줌마가 삼성이마트노조위원장이 된 사연

이마트 수지점에서 비정규직 여성계산원으로 2003년 7월 9일에 입사해, 3년 동안 일한 최옥화씨는 요즘 밤에 잠이 잘 안 온다. 자식들의 교육비를 해결하기 위해 들어간 직장인 이마트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단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고되었다가 6일 동안 복직, 2005년 7월 9일 딱 3년이 되는 지금 1년마다 진행하는 재계약을 회사 측에서 하지 않아 정직상태이기 때문이다.

“자식들 교육비 충당위해 시작한 캐셔, 근무 외 수당 안 주고, 청소일 등 맡겨”

우연히 아이파크 아파트를 분양받아 비싼 대출금을 월세처럼 갚으며, 수지 아이파크에 살고 있는 평범한 중산층인 최옥화씨에게는 고3인 딸 하나에, 고1, 중3, 중1인 아들이 셋이 주르륵 있다.자식들이 많다보니 남편의 월급 가지고는 여유가 없어 교육비나 벌고자 이마트 캐셔(계산원)일을 시작한지 3년이 됐다.

“비싼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 시킬 형편은 안되고, 근근히 자식 네 명을 단과학원이라도 보내고, 어린 막내 영어 하나 더 시키려고... 문제집 값이며, 아이들 핸드폰비라고 내주려고 시작했어요”

네명의 자식을 둔 최옥화씨, 그녀는 자식들의 교육비를 위해 이마트 캐셔일을 시작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전경주기자

그녀는 오후 6시부터 시작하는 야간근무를 하는 파트타이머이다. 하지만 계산대에서 근무시간 5시간에 중간에 식사시간, 쉬는 시간이 근무시간에 포함이 안 되고, 근무 끝나고 쓰레기통 청소, 계산대 청소 등 수당 없는 연장근무를 하면 새벽 1시에 끝나는 게 예사다.

“밤 12시, 1시에 파김치가 되어 집에 들어와서 공부하고 있는 자식들을 보면 눈물이 핑 돈다. ‘열심히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남들 만큼만이라도 가르쳐야지’ 하며 결심하면서 자곤 했다. 하지만 연장근무를 해도 돈이 더 나오지 않고, 온갖 잡일을 다 시킬 때면 억장이 무너지곤 했어요”

한번은 점장에게 ‘왜 연장 근무 수당을 주지 않냐’고 묻자, ‘요즘 30분, 한 시간 씩 더 일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냐며, 불만이 있으면 남편한테 가서 스트레스 풀어라’라고 할 때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한다.

“엄마, 노동조합은 ‘이익집단’이래”

최옥화씨는 이런 억울함을 캐셔 아줌마들과 이야기하다가 집단으로 청소일을 거부했고, 그 일로 집단 해고를 당할 까봐 노조를 설립했다.

“이태껏 한번도 이런 일을 한 아줌마들이 아니라서 너무 순진하게 일을 해왔다”고 억울함을 털어놓는 최옥화씨는 “함께 정직된 아줌마 중에 남편이 부도나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아줌마도 있고, 아이들이 어리지만 일을 해야하는 젊은 아줌마도 있어서 안타깝다”고 말한다.

“어느 날 중3 아들이 집에 와서 ‘엄마, 노동조합은 이익집단이래’라고 말해 충격을 먹었다. 이태껏 내 밥그릇 챙기려고 한게 아니라, 고생하는 아줌마들, 일한 만큼의 노동의 댓가를 받자고 한 건데 말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래도 나는 우리 비정규직 아줌마들의 떳떳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크게 전국의 대형할인마트 아줌마들을 위해 이 일을 끝장을 보고싶다.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도 내 맘을 알아줄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마트 캐셔로 일하다 해직된 어머니들 / ⓒ민중의소리

“무슨 입시제도가 그리도 복잡하고 자주 바뀌는지...”

그녀는 7~8시간을 종일 서 있어서 다리가 퉁퉁 붓고, 실핏줄이 튀어나오고, 어깨가 아프고, 팔목이 시큰시큰 거리면서 늦게까지 일하는데, 시간당 3,850원을 받으며, 월말에 세금 빼고 72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그 돈으로 고등학생 얘들 두 명 영·수 단과학원 보내고, 이제 중학생 2명 각각 방학 특강과 영어 들으면 총 100만원이 들어간다.”는 최옥화씨는 “우리나라에서 자식을 안 낳고 싶어하는 젊은 아줌마들을 미워할게 아니다”라고 털어놓는다.

그녀는 “아이들 사교육으로 내몰리고, 경쟁시키는 입시 제도를 없앴으면 좋겠다. 그냥 모두들 동네 대학 들어가면 안 되나”라고 되물으면서 “고3 딸이 이번에 수시 썼는데, 무슨 적성검사도 보고, 토론도 하고, 내신도 보고... 하여튼 너무 복잡하고 입시제도가 자주 바뀌어서 일하는 엄마들이 챙겨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에서 학벌 좋은 사람들만 뽑으니까 아이들까지 경쟁하게 된다”면서 “고3 딸이 필기 해놓은 노트를 시험 때 누가 가져가서 걱정 많이 했다”고 한다.

“아이들 학원 단과라도 보내 졸업시키려면 앞으로 10년은 일해야 하는데...”

최옥화씨는 지금 일주일에 한번 씩 이마트 앞에서 복직을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한 달에 한번 씩 집회를 한다고 한다.

그녀는 “부당해고 판결이 대법원까지 가면 3년이 걸린다. 내가 중1 아들까지 단과학원이라도 보내 대학 들어가고 최소 군대 보낼 때까지 뒷바라지 하려면 10년은 죽어도 일해야 한다. 당장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로도 어렵지만, 아이들 학원 안 보내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한다.

또한 “일류대, 이류대 보내면 사람되나? 돈 발라 공부 시켜도 어차피 비정규직 되는 세상, 자식들에게 돈을 물려주기보다 좋은 사회를 물려주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전경주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