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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진출을 준비하는 학생들한테는 하루가 짧다. 학생들은 학교 공부를 하면서 자기 분야의 실기 연습을 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한다. 사진은 한림연예예술고 1학년 김도희양이 노래 연습을 하는 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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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은 엄마의 실시간 돌봄 필요
연습비 핑계 “돈 받아와” 요구도
공부·인성·재능 세 토끼 잡아야
“사실 지금 그만둘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아이도 아이지만 제가 힘이 드네요.”
지난 9월13일. 한 남자 아역배우의 엄마 이아무개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은 올해로 배우 생활 4년 차. 7살 때 서울 압구정의 한 백화점 문화센터에 다니다가 캐스팅 매니저를 통해 일을 시작했다. 경험 삼아 찍은 광고가 알려졌고, 누구나 제목만 들어도 알 만한 영화에 출연하면서 주요 아역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이씨는 “잘 몰랐는데 이 분야로 어떻게든 진출하려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우리 아이는 운이 좋았구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4년 동안 엄마는 매니저 구실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지쳤다. 지방 촬영이 있으면 직접 운전을 해서 고속도로를 달려야 한다. 아이는 대기시간을 이용해 학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다행히 성적은 잘 나왔지만 수업을 자주 빠지면서 교사의 면박이 이어졌다. 지금은 연예계 활동을 진로탐색의 일환으로 이해해주는 학교로 전학을 간 상태다.
그동안 연예기획사 러브콜도 있었지만 거절했다. 아이들을 ‘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탐탁지 않았다. 매니저들이 모든 걸 지원해주는 환경에서 자칫 아이가 버릇없이 자랄까봐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아이니까 남들 앞에서 ‘저 화장실 가고 싶어요’라고 표현을 못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어릴 때는 엄마가 붙어서 돌봐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시간이 갈수록 힘드네요. 상대적으로 둘째를 많이 못 챙겼다는 미안함도 들구요.”
명동, 강남 거리에는 아이들한테 명함을 건네는 자칭 ‘캐스팅 매니저’들이 많다. 한 중견 연기기획사 매니저 김아무개 팀장은 “그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까지 욕을 먹는다”고 했다.
“진짜 매니저가 아니라 학원에 사람 데려오면 돈을 받아 챙기는 브로커입니다. 아이한테 ‘얼굴은 되는데 연기력이나 노래가 부족하니까 트레이닝을 받아야 할 거 같다. 우리가 얼마 댈 테니 나머지는 부모님한테 받아서 와라’고 말합니다.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넘는 금액까지 부릅니다. 있는 집 애들이면 그래도 낫죠. 꼭 없는 집 애들이 걸립니다.”
이렇게 학원 수업을 듣고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출연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출연은 대개 한 번으로 끝난다. 학원 쪽에서는 “네 실력이 모자라서 제안이 더 안 들어오는 것 같다”며 더 많은 수업료를 요구한다. 김 팀장은 “소속사가 있다고 해도 첫 출연 자체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연예계 진출을 꿈꾸는 이들은 늘었지만 연예인이 되는 길이 쉬워진 건 아니다. 관계자들은 “요즘은 재능만이 아니라 공부와 인성이라는 토끼도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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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진출을 준비하는 학생들한테는 하루가 짧다. 학생들은 학교 공부를 하면서 자기 분야의 실기 연습을 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한다. 사진은 한림연예예술고 2학년 박세진양이 연기 연습을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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