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7 17:46
수정 : 2005.08.07 17:48
출판인이 뽑은 책
작가 차오원쉬엔(조문헌)은 우리에게 <빨간 기와>로 익숙한 중국의 국민작가이다. 1954년생인 그는 한창 예민한 시절인 십대와 이십대를 문화대혁명(문혁)기 속에서 보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성장소설들에는 60년대 중국을 뒤흔들었던 문혁의 기억과 그 시기의 농촌 정서가 은근하게 녹아들어 가 있다. 그의 단편 4개를 묶은 <바다소>(다림) 역시 중국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아이들의 성장기이다.
표제작 ‘바다소’는 눈먼 할머니와 함께 사는 열다섯 살 소년이 집안의 가장으로, 어른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이다. 건장하지만 성질도 바다처럼 거친 ‘바다소’는 바닷가에서 자라는 갈대를 맘대로 뜯어먹고 자라도록 놓아기른 소다. 하지만 힘은 아주 세서 밭갈이를 잘하고, 그런 소의 주인이라면 마치 자신이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행세할 수 있는 것이다. 할머니가 새끼를 꼬아 모은 전 재산으로 소년은 바다소를 사러 간다. 어른도 길들이기 힘든 바다소를 소년이 사투 끝에 집까지 데려오는 과정은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겪어야 하는 고난과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결국 소년은 바다소의 등에 올라타고, 어른이 되어 돌아온 손자 앞에서 할머니는 처음으로 눈물을 보인다.
‘빨간 호리병박’ ‘아추’ ‘미꾸라지’ 역시 아이에서 소년, 소녀로 성장해 가는 사춘기 아이들의 모습을 문학의 향기에 담아 심도 있게 보여 준다. 중국의 농촌 아이들에게 튜브와도 같은 역할을 해 주는 ‘빨간 호리병박’과 그 안전장치를 떼어내게 되면서 성장통을 겪는 소녀의 모습과 바다소의 습성, 미꾸라지를 잡는 모습 등의 묘사는 압축적이면서도 강한 상징성을 갖는다.
중국의 농촌 모습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 주는 동시에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같은 아시아 문화권에서 살면서, 원체험적으로 농촌 정서를 갖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마치 1970~80년대의 우리 농촌을 그리워하게 만들며 살갑게 다가온다.
김태희/사계절 편집팀장
kth@sakyej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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