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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3학년생도 대학생한테 과외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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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과외해주고 받은 돈으로 다른 대학생한테 경제학 과외받아
외국어는 물론 고시·전공과목까지 과외받는 대학생 는다
서울대 인문대 3학년생 ㄱ아무개(25)씨는 8일 오후 중학생 과외를 끝마치고 곧장 학교로 갔다. 이날은 다른 대학생에게 경제학 과외를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중학생을 가르쳐서 받은 과외비 30만원을 그대로 경제학을 가르쳐주는 과외선생에게 바쳤다. 자신이 과외를 해서 번 돈으로 다시 과외를 받는 셈이다.
경제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ㄱ씨는 국책 금융기관 입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경제학 소양이 부족해 응용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취업이 절박해 아무래도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보완해 줄 수 있는 과외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과외 받는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대학생들은 점점 좁아지는 취업문을 뚫기 위해 학점 관리는 물론 입사시험 대비를 위해 과외를 받고 있다. 과외를 받는 대학생은 학점 경쟁에 시달리는 1학년부터 졸업을 눈앞에 둔 4학년에 이르기까지 가림이 없다. 과외 과목도 고시 과목에서 외국어와 전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과외교사는 주로 아는 사람에게 소개를 받거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구한다. 주로 해당 과목에 정통한 고학년이나 대학원생들이다. 각 대학의 인터넷 게시판이나 학내 게시판에는 과외를 구하거나 지도하려는 대학생들의 글이 종종 보인다. 과외비는 보통 1주일에 세 차례(1시간씩) 기준으로 월 30만원 정도다.
성균관대 자연과학부 1학년생 ㅇ아무개(20)씨는 지난 학기 낮은 성적을 받고 고민하다가 결국 대학원생에게 과외를 받기로 했다. 그는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았지만 보충수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재수강을 위해 과외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2학년이지만 취업을 위해서는 미리부터 학점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과외가 익숙했기 때문에 거부감이 느껴지거나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외국 교환 학생이나 외국 체류 경험이 있는 학생에게 외국어를 배우는 일도 흔하다. 같은 학교 대학생에게 영어회화 지도를 받고 있는 연세대 사회과학대 4학년생 ㅇ아무개(24)씨는 “최근 들어 대기업에서 어학시험 점수보다는 영어회화 방식의 면접을 강화하는 추세라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간에 쫓기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사설학원은 강의를 듣기 위한 이동시간이 부담스러운데다 세심한 지도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회화 실력이 늘면 나중에 중국어 과외를 더 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 원장은 “기업들이 말로는 학력이나 학점, 외국어 능력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일정 정도 이상의 학점과 외국어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사실이고 그 때문에 결국 대학생들이 과외를 받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며 “기업들이 좀더 다양한 방법으로 인재를 뽑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국민대 법대 교수는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대학 교육과정을 위한 지식이 아니라 기업이 요구하는 취업 조건을 맞추기 위한 지식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며 “진리 탐구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대학 교육에까지 사교육이 등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그 비용은 분명 사회적 낭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오수호 인턴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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