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17 15:12
수정 : 2012.12.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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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교 관리자의 인식이 중요하다. ‘남무단’ 친구들과 담당교사인 김성기 교사(왼쪽), 우선영 예술강사. 통진중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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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운영, 잘되려면
대회는 경쟁이 아닌 축제, 등수 따지지 않아
외부 강사 적극 끌어와서 동아리 질 높여야
“남자들이 웬 무용이냐?” “부채춤 추는 동아리냐?”
경기도 김포의 통진중·고등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남무단’(남자무용단)과 ‘미소단’(미소를 머금은 무용단).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전통춤 동아리다. 이 동아리는 무용 전공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예술고 학생들을 제치고 시·도 무용경연대회에서 1, 2등을 차지해 유명세를 탔다. 춤추는 게 즐거워서, 취미로 한다는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성과를 내게 된 것은 김성기 담당교사와 우선영 예술 강사의 몫이 컸다.
처음 이 동아리가 만들어진 건 현재 고등학생인 ‘남무단’ 아이들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무용 수업 한 내용을 가지고 우연히 외부에서 발표공연을 했는데, 이후 아이들이 흩어지지 않자 학교에서 동아리를 만들어줬다. 아이들은 본인들이 갈고닦은 춤으로 대회에도 나가고 졸업식 때 공연을 하기도 했다. 김 교사는 “학교에서는 소극적인 아이들, 심지어 고등학교를 갈까 하는 아이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바뀌는 것을 봤다. 학교에 오면 답답해하는데 스트레스도 풀고, 무대공연을 하면서 굉장히 뿌듯해하고 긍정적으로 바뀌더라”고 말했다.
우 강사는 “누가 하라고 시켜서가 아니라,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해서다. 비슷한 성적의 아이들이 끼리끼리 노는 것과 달리 춤을 못 춘다고 안 어울리지는 않는다”며 “각자의 능력에 따라 배치해주되, 춤을 못 추더라도 끝까지 함께 간다. 가끔 ‘쟤가 무용반이에요? 못하는데 왜 가운데에 있나요?’ 하고 의아해하지만, 그 학생에게 자신감을 주고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라고 하면 자신의 최선을 보여준다. 잘 추는 학생보다 더 멋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대회는 경쟁이 아닌 축제다. 당연히 등수를 따지지 않는다. 목숨 걸지 않고 그냥 즐기면서 하기 때문에 심사 때 표정이 정말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처음 1등을 했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 강사는 “저는 펄쩍 뛰면서 흥분해 얘기하는데, 아이들 반응은 ‘밥은 언제 먹어요?’ ‘우리 가서 5교시 해요?’였어요. 너무 황당하면서도 서운하기까지 했죠(웃음)”라고 얘기했다.
무엇보다 이 동아리가 운영이 잘되는 것은 3박자가 잘 맞았기 때문이다. 스포츠 구단으로 치자면 우 강사는 감독, 김 교사는 매니저, 교장은 구단주였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남무단’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도 무용단을 계속하고 싶어 했다. 그러자 통진중 김동석 교장은 고등학교 교장을 따로 만나 무용부를 만들어줄 것을 직접 부탁했다고 한다. 얼마 뒤 고등학교에 민족예술부가 만들어져서 ‘남무단’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었고, 중학교에는 남녀 학생들로 꾸려진 ‘미소단’으로 이름을 바꿔 연합동아리가 됐다.
얼마 전 김 교장은 고등학교 기숙사 건물 1층에 다목적실을 만들어 무용실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줬다. 우 강사는 “교장선생님, 담당 선생님 두 분 다 내가 뭘 하든지 그냥 놔둔다. 솔직히 예술 강사라 처음엔 위축된 면이 있지만 전적으로 나에게 맡기고 편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해줘서 이런 성과를 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모든 행사 때마다 매니저 역할을 자처한다. 공연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뒷정리까지 돕는다. 특히 지원금을 끌어오기 위해 교육청의 방과후 특성화 프로그램, 문화체육관광부의 토요문화 프로그램, 김포시 동아리 보조금 사업 등 사방팔방으로 수소문해 신청한다. 김 교사는 “그래도 부족한 예산은 교장선생님이 학교 운영비로 보태주기도 한다. 교장이나 담당교사가 예술교육의 필요성을 스스로 깨닫고 인식해야지, 그게 아니면 또 하나의 일이 된다”고 말했다. 또 “무조건 학교에서 짊어 싸들고 하려고 하지 말고 외부에서 좋은 선생님을 끌어와야 동아리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남무단’과 ‘미소단’은 평소 공연을 준비할 때 강사가 콘셉트만 잡고 안무는 아이들이 직접 짠다. 모두가 잘 모르기 때문에 어울려 놀면서 이런저런 의견을 내면 우 강사가 연관된 기술을 가르쳐주는 식이다. 동아리에서 ‘손 단장’이라 불리는 통진고 1학년인 손현욱군은 중1 때 무용시간에 탈춤을 추다 잘할 거 같다고 캐스팅됐다. 손군은 “보통 남자애들이 운동을 하다 보면 친해지는데 춤도 몸으로 부딪히는 거라 빨리 친해졌다. 지금은 힘들 때 여기 와서 애들이 웃고 떠드는 걸 보면 위안이 된다. 처음에는 무용한다고 했을 때 에어로빅이냐며 놀리던 애들도 3년 하니까 좀 알아주더라”고 말했다.
통진중 3학년인 이지수양은 “학술동아리도 하는데 거기는 딱딱하고 경쟁적 분위기인데, 이 동아리는 다양한 꿈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서 자유롭고 즐겁게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얘기했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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