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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개혁 뒤 양력 공식 사용, 명절 · 제사등 음력 입김 여전 |
해가 바뀌는 것을 전후해 사람들은 달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새로운 달력을 보면서 한 해의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결심을 다지기도 한다. 달력에서 보듯이 하루, 한 달, 한 해 등의 시간을 구분하고, 순서를 매겨 가는 방법을 역법이라고 한다.
역법에서 시간 단위를 정하는 기본은 밤과 낮, 4계절, 달의 위상 등이었다. 이에 따라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기준으로 한 태음력,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 태양력,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함께 고려한 태음태양력이 개발됐다. 우리가 흔히 ‘음력’이라고 부르는 것은 태음태양력으로, 한국의 전통사회에서는 이 태음태양력이 사용됐다. 이 역법에서 1년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기간이며, 한 달은 달이 차거나 기울 때부터 다음 번 차거나 기울 때까지의 기간인 삭망월이다. 그런데 1태양년은 365.242196일, 1삭망월은 29.530588일이므로, 1태양년은 12.368267삭망월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8년에 3개월이나 19년에 7개월씩의 윤달을 넣게 된다.
전통사회에서 역법은 오늘날보다 사람들의 생활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달력에 따라 농사일을 했으며, 각종 의례나 행사도 역법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그러기에 역서를 발간하는 일은 통치자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다. 역법의 개정은 새로운 왕조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전통역법은 날짜를 계산하고 절기를 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천체의 운동을 기술하고 예측했다. 태양과 달뿐만 아니라,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5개 행성의 운행을 이론화했으며, 일식과 월식도 정확히 예측하고자 했다. 따라서 역법의 정확한 이해나 사용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역법을 받아들여 실정에 맞도록 고쳐서 사용했다.
조선 세종 때는 고려 때 사용하던 역법에다 원에서 들어온 것과 명에서 들어온 것을 종합해 새로운 역법을 만들었다. 이 역법은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7개 천체의 운행을 계산하는 방법을 정리한 것이므로, <칠정산내편>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아라비아의 회회력을 참고해 <칠정산외편>을 만들었는데, 이는 일식이나 월식의 계산에 편리한 보조달력이었다. 이 달력이 일식 계산에 부분적으로 들어맞지 않자, 조선 후기 효종 때부터는 청에서 서양 역법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시헌력을 받아들여 사용했다. 시헌력은 황도를 15도씩 24개로 구분해 각 구분점을 통과할 때를 절기로 정하는 것이다. 이 시헌력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음력이다. 시헌력은 개항 이후까지 계속해서 사용됐으나, 1895년 을미개혁 이후 정부의 공식적인 일정은 양력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는 계속해서 음력이 널리 사용됐다. 1960, 70년대 박정희 정부의 대대적인 양력 사용 장려로 일상생활에서도 양력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 제사일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음력은 여전히 우리 사회와 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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