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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5 22:52 수정 : 2005.08.16 10:51

2004년 수능을 며칠 앞둔 수험생들이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고2를 위한 조언


이 땅에서 ‘일삼일팔(1318)’로 불리우는 청소년들은 다른 나라 또래들에 비해 유난히 한 가지 일에만 붙잡혀 살고 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은 열여섯, 열일곱 나이에 날마다 늦은 시간까지 휴일도 방학도 잊고 오로지 더 나은 점수를 얻기 위한 공부에 매달려야 한다.

이 아이들 곁에서 공부하라 닦달하는 일을 거들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들이 공부를 하기는 하는데 왜 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렇다. ‘공부를 하기는 하는데 그냥, 또 하라니까 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대학에 가게 될 것이니까 하는 것이다.’

내 목표, 내 눈높이를 어디에?

내년이면 고3이 될 고2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문을 연다. “내년 이맘 때쯤이면 수시 원서를 쓰느라, 수능 마무리 공부를 하느라 정신이 없을 테니 그 전에 한번 미리 짚어 보고 정해 둘 일이 있다. 그걸 한번 생각해 보자”고 말이다.

왜 대학에 가야 하느냐고 묻는 것은 어쩌면 왜 화장실에 가야 하냐고 묻는 만큼이나 어리석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가야 하는지, 그렇게 정한 까닭은 무엇인지를 물으면 아무도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한다.

내년에 수험생이 될 사람이 지금 당장 할 일은 ‘내가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는가, 그리고 내 눈높이를 어디에 두고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일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내 삶은 내가 사는 것이기에, 내가 대학에 가면 어떤 공부를 하고, 그 공부를 한 뒤 내 삶을 어떻게 꾸려 갈까에 대한 자신만의 의견은 너무나 중요하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밑그림은 당연히 다른 사람과 같지 않다. 아니 달라야 한다. 그러므로 내가 가야 할 대학도 다른 사람과 다를 수밖에 없다. 내게 맞는 길, 내가 가고 싶은 학과, 대학은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곳이 아닐 수 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우선 마음이 가벼워진다.

정작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적성이 어떤지, 진로는 어느 쪽인지 모르겠다면 널려 있는 정보를 뒤져서라도 먼저 자신의 적성을 찾고 진로를 세워야 한다. 1년 뒤면 저절로 그런 길이 정해지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스스로 찾아야 한다.

2007학년도 대학입시 일정
정시냐, 수시냐?

하고 싶은 공부를 정하고, 그 공부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을 정했다면 그 대학과 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찾아본다. 대학마다 학과마다 뽑는 기준이 다르고 전형 방법이 다르다. 수험생이라면 대학 입학 전형 일정과 전형 요소를 미리 챙겨야 한다.

크게 모집 시기에 따라 정시/수시로 나뉘고, 다시 전형 내용에 따라서 수능/학생부(내신)/면접/논술로 나뉜다. 12월에서 1월까지 전국의 대학들이 세 무리(가, 나, 다군)로 나뉘어 한꺼번에 학생을 뽑는 것을 정시 모집이라 하고, 1학기(7~8월)와 2학기(9~12월)에 나누어 뽑는 것을 수시 모집이라 한다.

정시 모집은 대부분의 대학이 수능 시험 결과를 반영하기 때문에 수능 시험을 보고 나서 수능 점수로 뽑는 것이다. 50% 이상을 정시 모집으로 뽑기 때문에 대학별·학과별로 세밀하게 자신이 진학하려는 곳을 최소한 세 곳쯤 미리 정해 놓는 것이 좋다.

1학기 수시 모집은 상대적으로 학생부(내신)의 비중이 높다. 교과 성적과 봉사 활동 등의 비교과 활동이 비교적 넉넉하다면 도전할 만하다. 2학기 수시 모집은 학생부(내신) 성적도 중요하지만, 수능 성적을 합격 기준으로 정한 대학이 꽤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수시 모집도 지원자가 많고 모집 정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교과 성적과 자신의 적성을 고려해서 지원해야 한다. 정시까지 기다리기가 뭐하니까, 남들이 다 하니까 일단 붙어 놓고 보자며 원서를 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학생부, 수능, 면접, 논술

모집 단계의 전형 요소도 문제가 된다. 학교 성적은 괜찮은데 수능 점수가 잘 나오지 않거나, 수능 점수는 그럭저럭 나오는데 학교 성적이 아쉽거나 할 때 누구나 혼란을 겪기 마련이다.

학생부는 1학년, 2학년 때 학기마다 나온 교과 성적을 교과 석차나 평점으로 합해서 판정하는 것으로, 얼마나 학교 공부에 성실하게 지냈는가를 반영한다. 학년이 올라 갈수록 반영 비율이 높아진다. 또 계열별로 교과 성적을 반영하는 과목을 따로 적용하는 대학이 대부분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모든 과목을 모두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가고 싶은 학과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과목(이를 중심으로 대학들이 반영치를 정한다)에 집중하자.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은 2006년 11월16일(목) 하루에 치르는 시험이다. 대학들은 영역별로 그 결과를 그대로 인정한다. 언어, 외국어, 수리, 사회 탐구, 과학 탐구, 직업 탐구 영역 가운데 자신이 응시하는 영역별로 받은 점수와 등급을 가지고 대학이 정한 기준에 맞는지를 살펴야 한다. 가고자 하는 대학·학과가 요구하는 영역의 수능 점수가 아주 높으면, 학생부나 다른 전형 요소의 점수가 조금 부족해도 합격에 유리하다. 때문에 자기가 선택한 계열에 맞는 수능 과목 준비는 매우 중요하다.

학생부와 수능 모두 다 좋다면 별로 걱정이 없을까? 꼭 그렇지도 않다. 면접(심층 면접 또는 구술 고사), 논술 시험이 기다린다. 면접과 논술은 비중이 수능이나 학생부만큼 높지는 않으나, 함께 지원한 수험생들이 앞의 두 요소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때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면접이나 논술 고사는 수능이나 학생부로 확인하기 어려운 능력을 가려내기 위해서 개발한 전형 요소다. 지원하는 학과나 계열에 대한 기본 관심이나 배경 지식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 사회 현실이나 자연 현상에 대해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를 살핀다. 평소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고 쓰고 토론하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게 좋다.

미리 준비하고 끝까지 성실하게

다시 문제는 자신이 정한 목표, 대학에서 공부할 학과를 얼마나 깊게 생각하고 관련 정보를 확인했는가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가야 제대로 갈 수 있듯이, 자신의 몸과 능력에 맞는 계획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가장 먼저다.

공부하고 싶은 학과, 대학이 원하는 전형 요소가 무엇인지 자료를 찾아보자. 그런 다음 학생부와 수능, 면접, 논술 등에 얼마쯤 시간을 나눠 매달릴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학교 선생님이나 선배들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박종호
큰 계획을 잡으면 달마다, 주마다, 날마다 해야 할 공부 계획을 세우자. 학교 공부, 인터넷이나 <교육방송>을 시청하기, 독서실 가기나 학원 수강까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그리고 한꺼번에 하기보다 시간을 나누어서 할 수 있도록 하자.

내 갈 길을 미리 내다보고, 거기에 맞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 시간이 지나고 때가 차면 반드시 끝은 좋기 마련이다.

박종호/서울 한성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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