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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6 16:23 수정 : 2005.08.16 16:48

고려대 수시 1학기 모집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8일 논술고사 문제를 푸는 데 열중해 있다. 연합뉴스

논·구술 - 기출문제따라잡기


공통주제는 ‘의사소통’

이번 유형은 지금까지와 거의 비슷하다. 영어 제시문이 2개인데, 그리 어렵지도 않다. 그런데 막상 문제를 풀려고 하면, 좀 답답하다. 그것은 제시문 (4) 때문이다. 앞의 것은 어렵지 않게 연결할 수 있는데, (4)가 떡 하니 막고 나선 꼴이다.

논제 분석―관통 원리를 찾아라!

요약과 제시문들의 공통 주제, 그 연관, 그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라고 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시문들 간의 연관을 맺는 것이다. 그러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바로 ‘관통 원리’ 찾기다. 4개의 제시문이 주어졌지만,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원리가 반드시 들어 있다. 그걸 찾아서 제시문 전체를 재구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요약을 비롯한 나머지 문제가 풀린다.

제시문 분석

(1) 18세기 영국 민주주의의 토대에 대해 말한다. 수많은 커피하우스나 학회, 협회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는 것이다. “그 모임들은 모두 사적 개인들 간에 형성된 의사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차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대등하게 소통된다’는 것, 달리 말하면 국가 권력을 벗어나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열렸다는 점이다. 결국 민주주의는 의사소통의 합리적 절차가 중요한 토대가 된다는 거다.


(2) 권력관계에 의해 의사소통이 단절되거나 왜곡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백성들이 힘들게 살고 있고 오랑캐가 이 땅을 넘보는 마당에, 임금과 신하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 물론 겉보기에는 임금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이쯤으로는 안 된다. 임금과 신하라는 관계 자체가 소통의 단절을 낳는 ‘구조적 원인’임을 밝히는 게 핵심이다. (1)과 대조하면, 대등한 소통이 구조적으로 곤란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4)의 힘의 논리와 연결하면 좋은 글이 될 것이다.

(3) ‘바람직한 소통의 조건’을 원론적으로 언급한다. 그것은 토론 참여자들이 대등하게 소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가 합리적이어야 하고, 발언하는 개인 사이에 어떤 억압도 없는 관계 규범이 마련되어야 한다.

(4)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쉽게 보면, 테러리즘을 미국이 제 나라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는 내용만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간 앞의 내용과 연결되지 않는다. 앞서의 내용이 ‘의사소통’에 관한 것임에 주목하자. 그러면 무엇이 테러리즘인지를 분명히 드러낼 ‘지침(guideline)’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무릇 토론이란, (3)에서 말하듯이,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언어의 용법이 서로 다르면, 각기 달리 해석하게 되고, 그것은 힘의 논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것을 ‘테러리즘’에 적용하면 간단히 풀린다. 강대국이 자기의 외교적·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그 개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공정한 소통을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 대신 폭력의 악순환을 낳을 것이다. 따라서 국제적 소통의 매개인 언어의 용법을 명확히 하여 힘의 논리에 의해 소통이 왜곡되는 것을 막는 것이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안이 된다.

문제 해결

△공통 주제는 ‘의사소통의 이상과 현실’이다.

△제시문 간의 연관

(3)은 바람직한 의사소통을 위한 조건을 제시하는 ‘원론’에 해당한다. 이것이 나머지 제시문 전체를 아우르는 구실을 한다. (1)은 원론이 구체적으로 적용된 역사적 모범 사례에 해당한다. (2)와 (4)는 권력관계 또는 힘의 논리에 따라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3)의 조건이 지켜지지 않아서다. (2)는 군신관계라는 권력의 구조가 의사소통의 원천적 한계로 작용한다. 따라서 민주적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4)는 개념의 불명확한 규정이 강대국의 일방적인 해석을 낳아, 의사소통 대신 힘의 논리로 귀결되는 현재의 국제 질서를 보여준다.

예시 답안

△요약

(1) 18세기 초 런던에서는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고정적으로 만나서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는 다양한 커피하우스, 살롱, 지식인 만찬회, 학회, 협회 등이 활성화되었다. 이 모임들은 서로 다른 구성원들과 성격을 지녔지만 모두 사적 개인들 간에 형성된 의사소통의 장이었다.

(2) 바른 정치가 펼쳐지지 않아 나라의 기강과 풍속이 문란하고 백성이 곤궁한 생활을 하며 오랑캐들이 나라를 넘보고 있어 풀어야 할 나랏일이 많음에도, 대간인 신하의 말도 듣지 않을 만큼 언로가 막혀 있어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

(4) 테러리즘에 대한 분명한 개념 규정이 필요하다. 그에 따라 군대와 경찰의 투입 여부와 테러범들에 대한 취급이 달라진다. 또한 그것은 나라 간의 외교적·군사적 소통에 영향을 끼치며 합법적인 정부와 사회를 공격하는 수단이 되거나 잠재적 정치 갈등의 원인이 된다.

△논술문

네 개의 제시문을 관통하는 공통 주제는 의사소통의 이상과 현실이다. (3)은 이상적인 의사소통의 조건과 궁극 목표를 원론적으로 밝히고 있고 (1)은 이에 근접한 역사적 사례로 활발한 의사소통의 장을 형성한 18세기 영국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2)와 (4)는 권력관계에 의해 의사소통이 왜곡된 보기다. (2)는 봉건적 신분 관계로 언로가 막힌 보기며, (4)는 강대국이 힘의 논리로 언어 개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의사소통이 왜곡된 경우다.

주어진 제시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바람직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공정하게 의사소통에 참여할 권리와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며, 매개가 되는 ‘언어에 대한 개념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인격체로 존중받으면서 어떤 억압이나 강요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자발적 의지와 주장을 가지고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것이다.

우한기/일이관지 논술연구모임(ilgwan.net) 대표, 서울강남청솔학원·부산해운대청솔학원·광주플라톤아카데미 출강중, 저서:<우한기 논술25강>(2004, 이슈투데이), <대한민국 대표 논술>(2005, 사회평론)
그러나 국제 사회에선 그동안 강대국이 의사소통에 참여할 약소국의 기회와 권리를 억압했을 뿐만 아니라 ‘자유와 인권’ 등과 같은 언어를 자의적으로 개념 규정하여 자신들의 부당한 행위를 정당화해 왔다. 한편 우리 사회 역시 그동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의사소통의 장에 자유롭고 공정하게 참여하기 어려웠다. 이처럼 권력관계와 힘의 논리에 의해 의사소통이 왜곡되면 그 사회는 민주적인 질서를 이루지 못한다. 선거와 여론 등 모든 의사소통의 장에서 ‘차이들의 대등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가 마련되고 지켜져야 한다.

우한기/일이관지 논술연구모임 대표

논술고사 문제전문

언어 논술고사 문제전문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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