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시논술 ‘숨은 해법’]
‘수시논술 숨은 해법 찾기’는 논술의 체계화를 목표로 한다.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조언이 될 만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조언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즉흥적이라면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번 기획은 2013학년도 주요 대학의 수시 논술문제를 텍스트로 분야별 정석과 적용, 예시답안 제시를 목적으로 한다.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이해력, 분석력, 논증력, 창의력, 문장력 등을 고르게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문제 유형과 숨은 해법을 24회(예정)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 논제분석의 정석 논제 의도에서 벗어난 답안 의외로 많아 논술에 있어 ‘논제 분석’은 논술의 가장 기초가 되는 부분이다. 흔히들 ‘논제’를 ‘문제’라 하는데, 이는 출제자가 수험생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객관식 시험을 치를 때에도 문제의 요구를 정확히 알아야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논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출제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야 좋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너무나 간단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라도 각 대학의 논술 평가자료를 보면, ‘학생들이 물음의 의도에서 벗어난 답변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로 논제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논제(이하 문제, 질문 등을 논제로 통일)는 조건과 질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조건은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기 전에 학생들의 제시문 이해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작은 물음’이며, 질문은 해당 논제의 가장 ‘중요한 물음’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작은 질문’의 조건들도 반드시 서술해야 하며 ‘중요한 물음’인 질문은 다른 부분보다 조금 더 중요도를 가지고 서술해야 한다. 짜임새 있는 글을 쓰려면 주어진 글의 분량을 파악한 다음 조건과 질문의 중요성을 고려해서 적절한 글자 수를 미리 계획해야 한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조건 부분을 서술할 때 ‘요약’을 하는 것이다. 단지 ‘요약’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핵심을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논제분석의 실전 2013 수시 기출문제(가톨릭대) ‘정의’는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할까? [공통] ※ ㉠의 분석을 바탕으로 ㉡의 ‘똑같은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문장으로 설명하시오.(띄어쓰기 포함 250~300자)
|
우리나라에 ‘정의’에 대한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 정석의 적용 아테네인이라고 모두 유명해지는 건 아니다 [공통] ㉠의 분석을 바탕으로 ㉡의 ‘똑같은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문장으로 설명하시오. 이 논제를 조건과 질문으로 나누어 본다면 조건에 해당하는 것은 ‘㉠의 분석을 바탕으로’며, 궁극적인 질문은 ‘㉡의 ‘똑같은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문장으로 설명’하라는 부분이다. 전체의 글자 수를 250~300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조건에 해당하는 부분은 최대 100자, 질문에 해당하는 부분은 최대 200자의 분량이 적당할 것이다. ㉠의 테미스토클레스의 말은 “세리포스 사람보다는 아테네 사람이 더 유명해지기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아테네 사람이라고 해서 다 유명해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즉 아테네 사람이라는 외적 조건이 유명해질 수 있는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아테네 사람이라도 모두가 유명해질 수 없음을 강조하며 개인의 고유한 능력과 자질, 성품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 ‘똑같은 말’은 소크라테스의 ‘케팔로스의 노년의 안정적 삶이 넉넉한 재산 때문’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넉넉한 재산은 아테네와 같은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부유하다고 해서 모두가 안정적 삶을 누릴 수 없는 것이며, 그 요인은 성품이나 능력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논제의 ‘문장으로 설명’하라는 조건은 이 문제의 경우 도식화하면 설명하기 안성맞춤이어서 형식적인 부분을 규정하는 것으로 보면 무방하다. (문과/간호대학-사회-두 문항 중 1번 문항만 다룸, 띄어쓰기 포함 350~400자) [문항 1] 제시문 (가)~(라)는 다른 사람에 대한 도덕적 의무에 관한 글이다. (가)~(라)를 논지에 따라 두 묶음으로 나누고 그렇게 나눈 이유를 설명하시오. 이 논제에서는 출제자의 전제조건이 명시되어 있다. (가)~(라)의 제시문의 공통주제, 쟁점을 ‘다른 사람에 대한 도덕적 의무’로 규정하는 것이다. 제시문들은 각기 다른 서적에서 발췌한 부분이기에 내용의 해석을 다양하게 할 수도 있다. 가령 이 전제조건을 제하면, ‘(가)~(라)를 논지에 따라 두 묶음으로 나누고…’라는 논제는 기준이 없어 우왕좌왕, 기상천외한 답안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전제조건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 논제를 조건과 질문으로 나누어 본다면 조건에 해당하는 것은 ‘(가)~(라)를 논지에 따라 두 묶음으로 나누고’이며, 궁극적인 질문은 ‘그렇게 나눈 이유를 설명’하라는 부분이다. 이 논제에서 중요한 부분은 조건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전제조건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도덕적 의무’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두 묶음으로 나눌 때에는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나누었는지가 정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제시문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가)와 (다)는 다른 사람에 대한 도덕적 의무가 보편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나)와 (라)는 자신과의 관계에 따라 도덕적 의무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찾을 수 있다. 즉, ‘무엇을 기준’으로는 연관된 제시문의 구체화된 공통점을 말하고 ‘어떻게’는 제시문의 묶음을 말한다. 350~400자의 분량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100자 이내의 글로 정리하는 것이 좋고 궁극적인 질문에 초점을 두고 서술해야 한다. 그렇게 나눈 이유는 (가)와 (다)는 왜 도덕적 의무의 보편성으로 파악했는지, (나)와 (라)는 왜 ‘도덕적 의무의 차별성’인지를 설명하면 된다. 조심해야 할 것은 일반적인 요약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왜?’이다. (가)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관심을 가지고 공정하게’, ‘모든 사회제도는 정의의 관념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 (다)는 ‘모든 원을 가장 작은 원을 향해 끌어당기는 일’, ‘각 인격체에 대한 거리를 좁힌다면’ 등의 내용을 도덕적 의무의 보편성으로 설명하고, (나)는 ‘정의는 결사적(結社的) 의무’, (라)는 ‘사랑은 구별된 사랑’ 등을 핵심어로 사용하여 도덕적 의무의 차별성을 설명해줘야 ‘왜?’가 해결 될 수 있다. 단순한 제시문별 요약하기는 ‘왜?’의 해결이 되지 않기에 절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음을 꼭 명심해야 한다.
■ 예시답안 (공통문제) ㉠은 아테네 사람이라는 것은 유명해질 수 있는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아테네 사람이라도 모두가 유명해질 수는 없으며 개인의 고유한 능력과 자질, 성품을 강조하고 있다. (조건 - 93자) 따라서 ㉡은 소크라테스의 ‘노년의 안정적 삶이 넉넉한 재산 때문’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넉넉한 재산은 아테네와 같이 유명해질 수 있는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부유하다고 해서 모두가 안정적 삶을 누릴 수는 없음을 말하고 있다. 결국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품이나 능력이 중요한 것처럼 노년의 안정적 삶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의미한다.(질문 - 196자) (문과문제) 다른 사람에 대한 도덕적 의무에 대해 (가)와 (다)는 인류전체로의 보편성 확장을, (나)와 (라)는 자신과의 관계에 따라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조건 - 92자) (가)는 정의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대우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세계 전체의 국가나 제도 또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는 자발적 노력을 통하여 각 인격체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 말한다. 즉, (가), (다)는 도덕적 의무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편성의 확장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나)는 정의는 결사적 의무이므로 정의의 범위 또한 결사 관계의 범위와 동일하다는 입장이며, (라)도 인의 근본은 효에 있음을 강조하며 구별된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나), (라)는 도덕적 의무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질문 - 304자)
■ 주제의 심층이해 다음 A, B의 글을 읽고, ‘벌저’와 ‘데이비드’의 다른 사람에 대한 도덕적 의무가 위의 문제와 관련하여 어떻게 적용되는지, 어느 입장이 더 타당한지를 생각해보자. A: 벌저와 화이티 두 형제는 각자의 세계에서 권력을 잡았다. 윌리엄 벌저는 정치에 입문해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장(1978~96)이 되었고, 그 뒤 7년 동안 매사추세츠 대학 총장을 지냈다. 화이티는 은행 절도죄로 연방 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보스턴에서 갈취, 마약 거래, 기타 불법 행위를 총괄하는 조직범죄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열아홉 건의 살인 혐의를 받던 그는 경찰의 체포를 피해 1995년 도주했다. 지금도 여전히 잡히지 않은 채, 연방수사국의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랐다. 윌리엄 벌저는 도피중인 형과 전화 통화를 했지만, 형의 거처는 모른다면서 수사 당국에 협조하기를 거부했다. B: 수사 당국은 수차례 우편 폭발 사건을 일으켜 세 명을 숨지게 하고 스물세 명을 다치게 한 국내 테러범을 17년 넘게 추적했다. 수사망을 교묘히 피해 다니는 이 폭탄 제조범은 주로 과학자를 비롯한 학자들을 표적으로 삼은 탓에 ‘유나바머’(university + airline + bomber)라 불렀다. 유나바머는 자신의 행동 뒤에 숨은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무려 3만 5000단어로 된 과학기술 반대 선언문을 인터넷에 올리고는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가 그 글을 실어주면 폭탄 테러를 멈추겠다고 약속했고, 두 신문은 그의 요구에 응했다. 뉴욕 스케넥터디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마흔여섯 살의 데이비드 카진스키는 그 선언문을 읽는 순간, 무척이나 친숙한 느낌에 섬뜩했다. 선언문에 쓰인 말투와 견해는 하버드 대학 출신의 수학자였다가 은둔해 사는 쉰네 살의 형 테드를 생각나게 했다. 형은 현대 산업 사회를 경멸해, 몬태나의 어느 산에서 오두막을 짓고 살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형을 10년이나 만나지 못했다. 데이비드는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1996년 연방수사국에 연락해 그 유나바머가 형일지 모른다고 제보했다.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난이도 수준 고2~고3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