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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공감학습
대한민국 학부모들, 정말 고단하다. 사교육비 부담에 정보 수집까지, 이제는 부모교육도 받아야 한단다. 바야흐로 학부모교육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나 체계적인 시스템이 공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로 사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학부모교육은 매우 심각하다. 교육이라기보다는 사실상 ‘학부모 대상 마케팅 전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학부모들이 갈망하는 정보를 주고 신뢰를 얻어 결국 영업을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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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조건에 맞게 문제해결을 도와주는 것이 상담이라면 교육은 문제해결능력 자체를 길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부모교육에 처음 열을 올린 곳은 대치동이다. ‘무면허’에 ‘난폭운전’까지….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대치동 엄마들의 성공 스토리에 홀려 대치동으로 진출한 부모들의 모습은 너무도 위태로웠다. 전학 간 학교에 적응하기도 어려운 아이를 이끌고 대치동 학원가를 전전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엄마는 의기양양, 하지만 마지못해 끌려다니는 아이 모습에서 일촉즉발의 위기를 감지했다.
‘엄마표 교육’이 학교 선생님과 수업 무시하라는 말 아냐가장 강력한 힘은 공감…아이와 함께 공부법 찾아야 성공 열을 올린 두번째 사연은 ‘엄마표’가 발단이었다. 그래도 학교와 선생님들을 믿어야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말하지만 왠지 공허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운영되는 교육과정에 대한 신뢰는 반드시 필요하다. 조기 영어교육이 그렇고, 수학 선행학습도 그렇듯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무시하는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심지어 엄마가 정보력을 활용해 아이의 교육과정을 새롭게 짜는 ‘엄마표 교육’이 마치 대세인 양 떠들기도 한다. ‘엄마표 영어’의 긍정적 기여를 충분히 인정하지만 학교 교육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엄마표가 강조되는 만큼 무시되는 학교 선생님과 수업, 그 파괴력은 엄청나다.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라는 공간의 교육적 효과가 떨어지면 그 폐해는 정말 심각하다. 학교 수업에서 끝낼 수 있는 것을 끝내지 못한 학생들은 학원을 찾아가고 결국 공부시간은 늘어나지만 효율은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그래서 엄마표 영어의 허와 실은 물론 학교 수업을 소홀히 했을 때 감수해야 할, 가정과 부모 그리고 아이의 불이익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기교육은 득보다 실이 많음을, 선행학습도 분명 득이 있지만 실이 더 심각하다는 ‘진리’를 알리고 싶었다. 학부모의 욕망과 사교육 논리 그리고 경쟁교육 맹신자들 사이에 형성된 심리적 동맹관계를 깨보자는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학부모에게 이기적인 욕망이 아니라 건강한 가치관을, 사교육 중심의 논리가 아니라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을, 맹목적인 경쟁이 아니라 아이 중심의 성장 과정을 강조함으로써 맞짱을 뜨고 있다. 비록 외롭지만 개천에서 다시 용이 난다는 희망의 회복을 위해 세번째 열을 올리고 있다. 지식이 아니라 마음의 변화가 핵심 학부모교육을 통해 얻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아이의 미래는 물론 가정의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느낌은 정말 뿌듯하다. 메일을 받으면 진한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 도움이 될 만한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큰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저와는 너무나 다른 제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부모교육, 심리상담, 대화법, MBTI, 에니어그램 등을 열심히 쫓아다니며 배우고, 연습하고, 꾸역꾸역 머리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진짜 담았어야 할 것을 정작 담지 못했다는 것을 5년 동안 방황하는 아이를 지켜보면서야 깨달았습니다. ‘공감’이란 두 글자. 그냥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고 맞장구쳐주고 느껴주기만 하면 되는 그 두 글자를 저는 너무 우습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와 저희 아이 사이에 흐르던 시내는 결코 건너지 못할 바다가 되어버려 있었습니다.” 학부모교육에도 당연히 시행착오가 따르는데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선 부모들마다 목적의식이 분명 다른데, 부모로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는 의도는 성공하지만 아이를 변화시키겠다는 의도는 대부분 실패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교육을 통해 어떤 해법을 찾아 아이에게 제시하면 된다는 생각은 실패하지만 아이와 함께 해법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성공한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했지만 가슴까지 깊어지지 않은 교육은 대부분 무용지물이다. 핵심은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부모 마음에 나타나는 변화다. 머리에만 담고 있으면서 실천이 어렵다고 말하면 안 된다. 실천은 머리보다는 마음에 가깝기 때문이리라. 너무도 당연하지만 조급하게 서두르는 부모는 대부분 부작용이나 역효과에 시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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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공감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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