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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논술 ‘숨은 해법’
분석·평가의 정석
서두르지 말고 원칙을 먼저 정리하라
논술에서 분석하기는 ‘주장’, ‘비교’ 등과 더불어 출제빈도가 높은 문제유형으로, ‘분석하라’, ‘평가하라’, ‘논평하라’ 등의 형태로 출제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분석’이라는 표현에 익숙하지가 않아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감도 못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석’은 “얽혀 있거나 복잡한 것을 풀어서 개별적인 요소나 성질로 나눔”으로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논리학에서는 “개념이나 문장을 보다 단순한 개념이나 문장으로 나누어 그 의미를 명료하게 함”이라 한다. 두 가지 정의를 고려하면 중요한 어휘로는 ‘나눔’과 ‘명료’를 발견할 수 있으며 단계적으로는 ‘나누어 명료하게’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선 해야 할 것은 나누는 작업인데, 이 과정에서 나누는 기준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대두된다. 나누는 기준이 바로 원칙이다. 분석하기 문제에서 이 원칙은 논제에서 제시되기도 하고, 제시문으로 주어지기도 한다. 논제에서 분석의 원칙이 제시되는 경우를 예로 들면, ‘(가)의 현대사회의 상업적 예술을 분석하라’와 같은 경우이다. 그렇다면 분석의 원칙은 고대·중세가 아닌 ‘현대’, 순수예술이 아닌 ‘상업적 예술’ 등이 분석의 원칙이 된다. 이런 문제의 경우 현대사회의 특징이나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차이, 예술의 본질 등의 배경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형태의 문제는 출제빈도가 줄어들고 있으며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가)를 바탕으로 (나), (다)를 분석하라’, 즉 ‘제시문을 통한 원칙 찾기’ 형태의 문제가 일반적이다. 지난주 내용 중 자유비판이 줄어들고 강제비판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앞의 문제를 통해 간단히 말하면 (나)와 (다)를 분석하는데, (가)의 핵심내용 중 그 원칙을 찾아서 분석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나)와 (다)를 중점적으로 읽으며 분석하기 위해 애를 많이 쓰게 된다. 헛수고다. (가)에서 원칙을 찾지 못한 학생의 글은 (나), (다)의 요약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분석의 조건으로 주어지는 논제나 제시문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분석·평가·논평은 불가능한 작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분석·평가의 실전 2013 수시 기출문제(고려대 인문계 A) 시장은 자기조정 능력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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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폴라니의 대표작 . 그는 이 책에서 “시장경제란 전혀 도달할 수 없는 적나라한 유토피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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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의 적용 상품이 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Ⅰ. (2)의 관점에서 (1)의 (가), (나)를 논평하고, (2)와 (3)의 차이에 주목하여 ‘상품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75점) 900자(±50자) 이 문제는 제시문을 통하여 원칙을 찾으라는 형태의 문제이다. (2)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1)의 (가), (나)를 논평할 수 없다. 도표를 통해 예시답안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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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답안 제시문 (2)의 관점은 상품화의 대상이 물질적 재화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의 상품화 과정에서 ‘공정성’과 ‘도덕적 가치’를 지켜야 함을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제시문 (1)(가)를 논평하면, 가난한 시절에 다른 선택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매품팔이를 했다면, 이는 공정성을 잃은 상품화이다. 하지만 사내가 자발적으로 매품팔이를 했다면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매품팔이라는 행위 자체는 신체적 형벌을 금지하고 있는 도덕적 가치를 고려하면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상품화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제시문 (2)(나)의 경우, 하객 도우미를 자발적 행위로 볼 수 있으므로 공정성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거래 조건도 불공정하게 볼 수 없다. 반면 가족 간의 유대감, 우정과 같은 가치가 돈으로 상품화되고 거래되는 과정에서 그 순수한 가치는 훼손되었다고 논평할 수 있다. 450자(±50자) 상품화에 대해 (2)는 노동과 토지·재화 등을 상품화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공정성과 도덕적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상품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3)은 노동, 토지, 화폐 그 자체는 상품화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논의의 초점은 상품화의 대상은 어디까지이며 정당한 조건은 무엇인가로 파악할 수 있다. 사실 현실의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모든 것이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편리한 상품뿐만 아니라 우정, 사랑, 종교 심지어 신체의 장기까지도 상품화되고 있다. 거대한 자본주의의 물결은 모든 것을 사고파는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노동과 토지 등이 상품화가 될 수 있는 것인가에는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신체의 일부를 상품화한다거나 신성해야 할 종교 등의 가치를 상품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실을 둘러보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가치’는 분명히 존재하고, 자본주의의 무한한 상품화가 우리 삶을 그리 풍요롭게만 만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450자(±50자)
주제의 심층이해 아래 밑줄 그은 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자본주의 시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에 모두 맡기면 시장의 자율 조정적 기능에 의해 경제발전 및 사회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칼 폴라니는 최근 금융위기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자본주의 시장은 허구이며, 시장의 자기조정 능력은 사회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는 입장이다. 어느 입장이 더 타당한지를 생각해보자. 각 개인이 최선을 다해 자기 자본을 본국 노동의 유지에 사용하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노동을 이끈다면, 각 개인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연간 수입이 가능한 한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된다. 사실 그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였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상인들은 말 몇 마디만 해도 그런 허풍을 떨지 않는다. 각 개인은 자기의 자본을 국내 산업의 어느 분야에 투자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느 산업분야의 생산물이 가장 큰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 자신의 현지 상황에 근거해서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도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국부론-애덤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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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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