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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논술 ′숨은 해법′
논술의 화룡점점 ‘사례 들기’
‘사례’는 객관적·보편적이어야
작가나 시인처럼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도 창의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어렵다. 흔히 ‘창작의 고통’을 이야기할 때 그 고통의 핵심은 바로 글의 창의성을 찾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다. 이렇듯 창의적인 글쓰기란 전문적인 문필가에게도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이제 글쓰기의 걸음마 단계를 거치고 있는 수험생에게는 오죽할까?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논술에서 요구하는 창의성이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획기적인 내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주 ‘차별화하기’에서 다룬 것처럼 논술에서의 창의성은 출제자가 던져준 주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체화하는가에 달려 있다. 즉 문학작품에서 요구하는 창의성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면 논술에서 요구하는 창의성은 주어진 주제를 적절하게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반복적인 훈련을 거친다면 타고난 문학적 재능을 갖추지 못한 학생이라도 창의적인 논술을 할 수 있다. 주제를 잘 드러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사례 들기이다. 가령 사회적 양극화가 논술의 주제라면 양극화의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노숙자의 비참한 삶이나 독거노인의 현실을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줌으로써 사회적 양극화라는 주제를 더욱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다. 그러므로 주제와 관련하여 얼마나 적확한 사례를 제시하는가에 따라 논술의 창의성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례를 드는 것이 좋을까? 논술은 기본적으로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글이다. 즉 개인의 특별한 느낌이나 감상을 적는 글이 아니라 누구나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근거를 통해 주제를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논술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례 역시 객관적이고 보편적이어야 한다. 개인적 경험이나 가상으로 만들어낸 주관적 사례보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사례 또는 역사적, 학문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있었던 사례를 드는 것이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허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일지라도 널리 알려진 문학작품이나 영화의 상황을 제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사례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근거로서 주제를 잘 드러낼 수 있는가 여부다. 또한 창의적인 사례가 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추상적이기보다 가급적 구체적인 것이 좋다. 물론 구체적이면서도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사례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사례를 찾기 위해 통합교과적인 사고와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일반 교과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주제와 연결시켜 생각하면 수많은 사례를 끄집어낼 수 있다. 특히 윤리, 사회문화, 경제 등 사회계열 과목은 물론 역사나 과학, 언어영역에서 읽었던 지문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또한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이나 사회적 논쟁도 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전2013 수시 기출문제(국민대 인문 오전 3번 문제 변형) 국제분쟁의 바람직한 해결방안은? (마) 냉전 체제의 종식 이후 이념적 갈등은 줄어들었지만 인종·민족·종교적 갈등과 분쟁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주변 국가들과 상호 방위 조약이나 집단 안전 보장 기구를 만들기도 했으며, 국제법이나 국제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세계 전역에서 분쟁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인종·민족·종교 간 분쟁에는 자민족 중심주의와 절대적 문화관, 배타적 종교관 등이 작용하기 때문에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는 보복의 악순환을 낳을 뿐이며, 나아가 인류의 생존 및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게 된다. 또한 인종·민족·종교 간 분쟁이 전쟁으로까지 발전하게 되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종종 분쟁 당사국들 간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이 숨어 있다. 최근 동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국가 간 분쟁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관련 국가들의 주권수호와 영토보전, 고토(故土) 회복 등이 원인이지만, 이면적으로는 대륙붕, 에너지, 광물자원, 어업 등의 이익이 결부되어 있다. 따라서 ①해당 국가들이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고 할 경우 더 많은 분쟁을 초래하거나 직접적인 충돌로 발전하여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를 위협할 수도 있다. (바) <갑>과 <을>은 동업을 하면서 많은 이익을 얻었다. 둘은 자동차를 운전하여 마주보고 전속력으로 달려서 피하는 사람은 모든 수익을 포기하고, 피하지 않는 사람이 승리하여 모든 수익을 차지하기로 했다. 만약 ②<갑>과 <을>모두 상대방이 피할 것이라고 확신하여 전속력으로 돌진한다면, 둘은 틀림없이 사망할 것이다. 반대로 서로 피하게 된다면, ③체면이 손상되고 둘 다 수익을 포기하게 되지만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데 <갑>(또는 <을>)이 죽기를 각오하고 돌진한다면 처음에는 승리할 가능성도 있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승리할 확률은 떨어진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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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답안 제시문 (마)는 개별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국가 간의 경쟁과 갈등이 나타나며 더 나아가 전쟁 등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서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 결과 이익을 얻기는커녕 각국 모두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딜레마의 상황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의 극복방법과 원리를 (바)와 (사)를 통해 추론할 수 있다. (바)는 자국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충돌한다면 공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사)에서는 국제관계가 반복적인 상호주의에 의해 작동된다는 점을 전제로 자국의 이익 극대화보다는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협력함으로써 상호 이익이 되는 최적의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상호협력을 통한 이익 공유의 사례는 역사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고려의 장군 서희는 거란의 1차 침입 당시 상호호혜성에 근거하여 각국의 양보안을 제시함으로써 분쟁을 해결하였다. 만일 고려와 거란이 서로 양보하지 않고 전면전쟁에 돌입했다면 서로 상대를 향해 돌진하는 (바)의 갑과 을처럼 두 나라 모두 파멸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희는 전쟁을 피한 것은 물론 거란과의 양보와 협상을 통해 강동6주를 얻는 쾌거를 올렸다. 이는 국제분쟁에서도 상호호혜성에 입각한 양보와 타협이 무력충돌을 막고 상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좋은 선례라고 할 수 있다. (700자)
주제의 심층이해 다음 제시문의 상인이 서로 배신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제시하고, 만일 아래 제시문과 같은 거래가 반복적으로 계속될 경우 A와 B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A와 B 두 상인이 300만원짜리 다른 상품(예를 들어 다이아몬드와 산삼)을 교환하려 한다. 이들은 물물교환으로 얻게 된 상대방의 상품을 다시 제삼자에게 400만원에 팔아 100만원의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 이들 둘 사이의 거래가 다음과 같은 조건 아래 이루어진다고 가정하자. 해당 거래에는 A와 B 둘만 참여한다. A와 B 모두 상대방 물품의 가치에 대해서는 어떤 불만도 없다. 이 교환은 비밀리에 이루어지며, 같은 시각에 둘만 아는 각각 다른 장소에 자신의 상품을 두고 가기로 한다. 거래 중은 물론이고 거래가 끝난 후에도 두 상인은 어떤 이유로도 다시 만나지 않으며, 추가의 거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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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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