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1 15:41
수정 : 2005.08.21 15:43
멋지고 세련된 것 천지다. 갖가지 요술을 부리는 첨단 장난감이 집집마다 몇 개씩은 있다. 학급 반장, 전교 1등, 경시대회 금상 자랑이 동네마다 넘쳐난다. 돈과 점수와 자리에 아이와 부모는 ‘행복하다’고 외쳐댄다.
잘난 것, 힘센 것, 돈 많은 것, 공부 잘하는 것에 치여 잊혀진 것, 감춰진 것, 작은 것, 못난 것은 설 자리가 없다. 지난 겨울 길가에 떨어뜨린 붕어빵 한 개, 지난 봄 다락방을 정리하다 나온 못난이 삼형제 인형, 지난 여름 잃어 버린 신발 한 켤레, 지난 가을 희망의 집에서 만난 장애인 오빠 얘기는 낡고 고리타분하고 따분하다.
하지만 작가 김향이씨는 이처럼 주변의 작고 사소한 것들, 낮은 곳에서 살고 있는 것들을 <붕어빵 한 개>에서 애써 끄집어낸다. 아주 조심스럽고 섬세한 손길로. 왜냐고? 그는 “아주 작은 일에서 찾는 조그만 진실”이라고 답한다. 작고 여린 존재들도 저마다 소중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마술의 비밀’을 살짝 들춰 보자. 희망의 집 축복이 오빠는 혼자서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입으로 종이접기 마술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색종이가 그의 입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헬리콥터, 거북이, 저고리가 되어 튀어나온다. 누워 있는 동안 끊임없이 혀로 종이 접는 연습을 한 결과였다.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싶은 착한 마음이 곧 신기한 마술을 탄생시킨 것이다.
‘선물’에서는 예쁜 새 신발을 신고 외가에 다슬기를 잡으러 갔던 사랑이가 그만 신발 한 짝을 잃어 버린다. 한참을 울며 겨우 찾았는데, 그 신발 속에는 작은 아기 참새 한 마리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사랑이는 “내 신발 내놔!” 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냥 돌아섰다. 자신만의 비밀로 간직한 채.
조금만 둘러보면, 우리 곁에서는 작지만 아름다운 일들이 날마다 일어나고 있다. 낮은 존재에 대한 따사롭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혼탁한 세상 공기로부터 아이들의 맑은 눈을 지켜 주는 힘이 될 것이라는 울림이 느껴진다. 남은미 그림. -푸른숲/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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