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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1 16:52 수정 : 2005.08.21 21:23

이승희 교사

시로 보는 아이들 마음

시 쓰는 공부를 놓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서 꼭 만나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아이들이 시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스스로 감을 잡도록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시란 이런 것이다’ 하고 아무리 설명해 주어도 사실 아이들은 잘 깨닫지 못한다. ‘아하! 시란 이런 것이구나, 이런 것을 시로 쓰면 되는구나’ 하고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해 주는 게 가장 좋은데, 그렇게 하려면 시를 말로 설명해 주는 것보다 좋은 시를 많이 읽도록 하는 게 좋다. 또래 아이들이 쓴 시나 어른이 쓴 동시 가운데 생활에서 우러난 생생한 동시들을 자주 맛보다 보면 아이들은 저절로 조금씩 시를 알아 간다.

시 맛보기 방법은 좋은 시를 한 편 골라 다 함께 읽고, 읽고 난 느낌, 그 시를 읽고 떠오르는 생각 따위를 서로 나누는 것이다. 함께 맛본 시에 나타난 삶과 내 삶을 서로 견주어도 보고, 그와 비슷한 내 경험도 떠올려 보고, 그 시를 쓴 사람의 마음바탕도 짐작해 본다.

높은 학년 아이들과 달리 낮은 학년 아이들과 하는 시 맛보기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어린 아이들은 쉽게 시에 빠져들고, 시를 읽었을 때 바로 탁 떠오르는 생각들을 주저 없이 말하는데 그 생각들이 다양하고 생생하다. 그래서 2학년인 열여덟 우리 아이들 모두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발표하는 시 맛보기 시간은 아이들도 나도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 <청개구리>라는 시를 맛본 날 아이들이 쓴 글을 소개해 본다.

청개구리

학교 갔다 와서

오줌 누러 갔는데

변기통에 청개구리가 앉아 있다.


기다리다가 급해서

변기통 옆에 쌌다.

청개구리는 고맙다는 듯 나를 보고

저 밖으로 가 버린다.

오줌 밖에 눘다고

할머니한테 오지게 혼났다.

(하상우/밀양 상동초등학교 6학년)

“나는 형님아가 청개구리를 살렸으니까 할머니한테 혼나도 마음이 뿌듯했을 거 같다.”(하동균)

“그 오빠야는 착한 거 같다. 나라면 급해서 바로 바지 벗고 눌 거 같다.”(문예진)

“하상우 형아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다. 우리 형아도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다. 일요일에 꺽지 두 마리를 물에 살려 줬다. 내가 네 살 때 물고기를 살려 줬다고 할머니가 그랬다. 내가 그랬나?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그랬다. ‘엄마, 물고기 엄마가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잖아. 물고기 살려 줘.’ 그러니까 엄마가 물에 풀어 줬다. 내 생각에는 아닌 거 같은데 식구들이 그러니까 맞겠지. 그런데 어디서 그랬는지 장소를 안 가르쳐 주네. 할머니한테 다시 물어 봐야지.”(백상우)

이승희/밀양 상동초등학교 교사 sonun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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