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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1 17:01 수정 : 2005.08.22 09:57

전주여고 3학년 학생들이 수능을 100일 앞둔 날 교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1318 리포트

수능 ‘D-100일’이 얼마 전 지났다. 100이라는 숫자가 어쩐지 완전함을 느끼게 해서일까, 우리나라에는 아이를 갖게 해 달라고 백일치성을 드리고 아이가 태어난 지 백일이 되면 잔치를 한다. 군대에 가면 백일휴가를 받고, 연인들이 사귀기 시작한 지 백일이 되면 기념 파티를 한다. 백일엔 큰 의미가 있나 보다.

백일 챙기기라면 수능이 빠질 리 없다. 절이나 성당 등에서는 백일기도를 드리는 부모님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녀가 시험을 잘 치르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지극정성이다. 3학년 언니 오빠들을 위해 파티를 준비하거나 편지를 쓰는 등 동생들의 바쁜 모습도 보인다. 그 중에는 마치 자신의 시험인 양 긴장하는 학생도 있다.

당자자인 고3들은 어떻게 100일을 보낼까? 칠판 한켠에 ‘D-100’이라는 글자가 떡 하니 올라오는 날, 그 진지함과 비장함이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전주여고 3학년 이유진(18)양은 “‘D-100’이라는 글자가 이렇게 커 보인 적은 없었다”고 압박감을 호소했다. 저마다의 책상에 위인들의 글귀나 좌우명, 희망의 메시지를 적어 놓는 모습도 엿보인다. 심유현(18·3학년)군은 책상에 주먹을 불끈 쥔 사진과 함께 ‘하루에 1점씩, 100점 충분히 올릴 수 있다’고 써 놓았다.

백일플래너, 합격엿, 찹쌀떡 등을 선물하기가 수능 전통(?)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백일주’ 마시기도 빼놓을 수 없다. 채원(18·3학년)양은 “언제부터, 왜 백일주를 마셨는지는 모르지만 전해 오는 것처럼 마셔서 힘이 된다면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웃음을 지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 못지않게 긴장하며 ‘백일 다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고3들과 같이 보내는, 학교에서의 부모님인 선생님이다.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터라 학생들에게 보내는 눈빛이 누구보다도 간절하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연주 선생님은 “100일이면 곰이 사람으로 변할 수 있잖니. 그 시간 동안 뭔들 못하겠어? ‘here and now’ 정신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제자들에게 자신감을 넣어 줬다.

12년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결정된다, D-100 이제 와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등의 말들이 난무한다. 그렇지만 달리 보면 100일이라는 시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제일 빠르다’fk는 말도 있지 않는가? 스스로를 믿고 백일 동안 힘차게 달려 보자. 수험생 아자! 아자! 아자!  

글·사진 이혜인/1318리포터, 전주여고 3학년 korealh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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