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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1 17:52 수정 : 2005.08.22 14:01

17일 저녁 경기 안양한독자동차정비학원에서 산본공고생 박준규(왼쪽 세번째) 강진식(맨왼쪽)군 등 수강생들이 자동차 내부를 설명하는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안양/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안동생명과학고 원예과 3학년인 김나래(19)양은 얼마 전 대학 수시 1학기 모집에서 안동 가톨릭상지대 호텔외식조리과에 합격했다. 올해 봄 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따 이 대학 자격증 소지자 특별 전형에 통과한 것이다. 원예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한 끝에 호텔 조리사가 되고 싶어 자격증에 적극 도전한 덕분이었다고 했다. 합격증을 쥔 그는 이번 방학 때도 제과 기능사와 한식 조리 기능사 자격증도 마저 거머쥐려 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실업계뿐 아니라 일반 고등학교 학생들 가운데도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가려고 자격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었다. 대학 정원이 많아져 대학 문은 넓어졌어도, 가고 싶은 인기 학과에 합격하기란 쉽지 않은 탓이다.

지난달 자동차 기능사(검사) 필기 시험에 합격하고 실기 시험을 앞두고 있다는 부천 한인고 신창현(19·3년)군은 “기능사 자격증은 자동차를 향한 꿈의 시작일 뿐”이라며 “대학에 들어가 더 체계적으로 자동차를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고교생들은 요리나 제과·제빵, 자동차, 이·미용, 정보 통신 분야의 자격증을 선호하는데, 이들이 자격증에 도전하는 동기는 그리 단순치 않다. 예전에는 기능사 자격만 따도 취업할 수 있었지만, 요즘엔 이것만으로는 자신이 바라는 일자리를 얻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일단 기능사 자격증을 따 대학에 진학한 다음, 좀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익혀 기사나 산업기사 수준의 ‘준전문가’로서 사회에 나가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는 것이다.

특별전형·가산점 대학 늘어
제빵·자동차 분야 등 도전
‘전문가의 길’ 부푼꿈 첫발

경기 산본공고 이상만(31) 자동차과 교사는 “전반적인 기술 수준이 높아져 기능사 자격만으로는 전문가 대접을 받기가 어렵다”며 “자동차도 컴퓨터 기술까지 결합돼 더욱 수준 높은 기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기능사 자격증은 전문가가 되는 첫걸음일 뿐이라는 말이다.


대학들이 자격증을 지닌 응시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점도 학생들이 자격증에 주목하게 된 요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년제 대학 31곳, 2년제 57곳이 자격증 소지자 특별 전형을 하거나 가산점을 줬다. 경동대는 자격증이 많은 학생에게 100만원까지 장학금을 주기도 했다. 가톨릭상지대 박혜숙(46) 입학관리처장은 “자격증을 갖춰 입학한 신입생들은 전공 적응력이 뛰어나다”며 “자격증 소지자 특별 전형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문계 고교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기능사 양성 훈련 과정에도 학생들의 관심을 커졌다. 경기 화성 경기직업전문학교에서 전기용접 기능사 양성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오산 운천고 이계원(19·3년)군은 “학교 공부에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가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1월 일단 취업할 계획이지만, 기회가 닿으면 대학 문도 두드려 볼 생각이다. 산업인력공단 송웅범(41) 차장은 “지원자들이 많아 이전처럼 학교 쪽에 여러 차례 기능사 양성 훈련 과정을 홍보해 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실업계 고교들은 학생들의 자격증 취득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태세이지만, 차체 수리나 도장 처리에서 보듯 학교 여건이 두루 체계적인 실습을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산본공고 이 교사는 전했다.

사설 학원 강좌에도 학생들이 몰린다. 안양한독자동차정비학원 임세순(36) 원장은 “기능사 자격증만으로는 원하는 일자리를 잡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방과 후는 물론 방학 때면 대학 진학을 노려 자격증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자격증이 자신의 길을 찾기에 힘이 돼 준다는 건, ‘늦깎이 고교생’ 최영자(40·경북 안동)씨의 보기에서 잘 드러난다. 식품회사에서 일해 온 최씨는 3년 전부터 방송통신고를 다니며 한식 조리 기능사 등 자격증을 무려 6개나 땄고, 올해 가톨릭상지대 수시 1학기 모집 때 자격증 특별 전형으로 외식창업과에 당당히 합격한 것이다.

학교 교과 공부가 조금 뒤처진다 해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적극 일궈가는 학생들에게 자격증 따기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유성룡(40) 메가스터디 입시정보실장은 말했다. 

자격증 특별전형을 하는 4년제 대학

‘자동차 삼총사’ 오늘도 꿈 향해 부릉부릉~

산본공고2년 박준규·정진우·강진식군
학교·학원 오가며 ‘즐거운 주경야독’

지난 9일 경기 안양에 있는 안양한독자동차정비학원 실습실에서 박준규, 정진우, 강진식군 등 열여덟 살 동갑내기 고등학생 세 명이 자동차 엔진의 타이밍 벨트를 갈고 있었다. 자동차 기능사 자격증 실기시험을 20일쯤 앞두고 낮에는 학교 실습실에서, 저녁이면 학원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산본공고 자동차과 2학년인 이들 셋은 내년 여름까지 검사·정비·카일렉트로닉스 등 세 분야의 자동차 관련 기능사 자격증을 모두 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자동차를 좋아해 대학에 들어가서도 자동차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는 이들은 이들은 “3학년이 돼서 기능사 자격 시험을 준비하면 이 세 분야의 자격증을 따기에 이미 늦다”며 “수시 1학기나 2학기 모집 때도 여유 있게 지원할 수 있으려면 2학년 때 미리 자격증 하나는 따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준규군의 꿈은 자기만의 차를 갖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조립차를 만들어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동차의 기본적인 구조와 원리를 이해해야 해요. 검사, 정비, 카일렉트로닉스 등 세 분야 자격증도 모두 따야 하고요.”

신형 차를 개발해 출시할 때 결정적인 판단을 하는 ‘자동차 테스트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진우군은 “자동차의 모든 부분을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론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다양한 실무 경험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식군은 대량생산된 차량을 개조해 특정 부분의 성능을 높이는 튜닝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인기를 끄는 오디오 튜닝을 잘하려면 전기·전자는 물론 음향 공부도 해야 한다”며 “이렇게 개조할 차량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게 튜닝 디자이너”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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