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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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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지 않고 오히려 심해지기만 하는 두발규제
여름방학 동안 학생들은 그렇게 해보고 싶던 파마랑 염색 신나게 해보고, 샤기컷에 왁스로 마음껏 멋도 부려봤지만 우리가 돌아가야 할 학교는 머리길이 1cm로 모범생과 날라리를 규정짓는 곳이다. 학주의 말은 곧 학교의 법. 화나고 치욕스럽지만 그의 가위질을 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 방학동안 길렀던 정든 머리카락과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두발자유 외친 학생들 오히려 죄인취급, 학생들의 목소리도 점점 줄어들어 우리는 1학기 때 입시경쟁으로 인해 희생된 친구들을 추모하고 두발규제로 인해 유린되고 있는 우리의 인권을 되찾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언론은 새삼스레 모여들었고 교육부는 학교의 재량에 맡기되 학생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하여 우리는 해낸 줄 알았다. 성공한 줄 알았다. 하지만 잠시뿐,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자 다시 조금씩 규제하기 시작하였고 학교의 권위적이고 학생을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모습은 바뀔 줄은 모른다. 급기야 개학식부터 두발규제를 한다고 공표하는 학교가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단지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 되고 우리를 하나의 인격체로써 인권을 존중해 달라는 요구만 했을 뿐인데 학교에서는 우리를 철없고 제멋대로인 반항아, 죄인취급 한다. 우리 몰래 교육부에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보고서를 올리고 우리에게는 여전히 그때그때 변화무쌍한 학칙을 들이댄다. 게다가 우리의 목소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로 어렵게 손잡고 다독이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의 인권을 보장해 달라는 목소리를 전달했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은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기 보다는 부조리한 현실에 적응하게 만든다. ‘이렇게 해봤자 바뀌겠냐? 봐, 절대로 바뀌지 않잖아’라는 패배적인 생각은 머릿속에 깊이 박혀버린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매체에 나오는 자유로운 두발의 학생, 당연해야 할 우리의 모습들 드라마 반올림의 주인공들이 ‘학생답지’않은 머리를 하고 나와 많은 논란을 산 적이 있다. H고 2학년 이영아(가명) 양은 “저는 부럽다기 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머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당연한데 왜 그걸 막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라고 밝혔다. 반올림에 나오는 여학생들은 자유롭게 머리를 기르고, 긴생머리를 뽐낸다. 남학생들은 왁스도 맘껏 바르고 어떤 남학생은 머리가 너무 길어서 단발처럼 귀 뒤로 머리를 넘길 수 있다. 반올림의 PD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학교마저 절망적이면 되겠냐고 희망적인 학교를 그리고 싶어서 두발자유 학교로 그렸다는데, 그렇다고 반올림의 주인공들이 휘황찬란한 머리모양을 하고 다니는 건 아니다. 빨갛고, 노랗게 염색한 인물도 없고, 파마를 한 인물도 없다. 그저 머리를 기르고, 왁스로 조금 정리하고, 핀과 머리끈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맞이해야 할 2학기의 생활은 어떠한가. 실핀 한 개로 선도부의 눈치를 보며 등교해야 하고, 교문 앞에서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어대기에 바쁘다. 가뜩이나 보충수업이랑 야자랑 학원 때문에 잠도 실컷 못 자는데 학주 눈 피해 일찍 등교해야 하는 피곤한 생활이 시작된다. 언제쯤 우리는 CF에 나오는 환한 여고생처럼 나의 긴 생머리가 바람에 흩날리는 것을 양 볼에 느껴볼 수 있을까. 모 생리대 CF에서는 여고생들이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해맑게 웃으면서 체육시간을 즐기던데,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우릴 기다리는 건 체육선생님의 팔뚝근육을 키워주는 방망이질과 벌점뿐이다. 언제쯤이면 새벽 일찍 등교하지 않아도 되고 고속도로, 학주의 공포스러운 가위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바이러스 전제순 기자 sweet-jesoon@hanmail.net ⓒ2005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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