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8 15:53
수정 : 2005.08.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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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들, 그림 품에 안겼네 봄아이 출판인이 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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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보다는 그림이 뚜렷하게 각인되는 책이 있다. 더욱이 이름난 화가의 그림이 담긴 책이라면 말할 것도 없으리라. ‘이와사키 치히로의 자연의 아이들’ 시리즈가 그런 책이다. <창가의 토토> 그림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일본의 세계적인 화가 이와사키 치히로가 생전에 남긴 그림들을 안고 있다. 그림에 맞춰 동화작가 다치하라 에리카가 봄, 여름, 가을, 겨울 등의 네 가지 주제로 글을 붙여 <봄 아이> <여름 아이> <가을 아이> <겨울 아이>라는 제목의 책 4권을 꾸몄다.
따라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그림만 감상해도 감동이 우러난다. 서양의 수채화와 동양의 수묵화 기법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물 흐르듯 여리면서도 강인함이 엿보이는 이와사키만의 그림 세계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소녀적이고 그림동화처럼 환상적인 감성도 담뿍 묻어난다. 뚜렷한 외곽선과 원색의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조금 생경할 수도 있지만, 또다른 그림 세계를 접하며 신기함과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다.
물론 다치하라의 글도 그림의 격에 딱 맞게 맑고 따듯하다. 단순히 사계절의 모습을 평면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사계절 속에 담긴 아이들의 사랑스러우면서도 처연한 모습과 각 계절의 정서를 충분히 녹이고 있다.
무지개를 “건너고 싶은데 건너지 못하는 다리, 언제까지나 보고 있으면 좋겠는데 사라져 버리는 것, 꿈처럼 아름답지만 얼마 전에 진짜로 본 것”이라고 표현한 대목이나, 나비를 두고 “꽃은 아니지만 꽃을 닮았고 꽃에서 꽃으로 하늘하늘 날아가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대목은 아이들만이 지닐 법한 무한한 상상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또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오코가 등굣길에 아기 새, 튤립, 인형과 마음의 대화를 하거나, 여자 아이로 변장한 가을바람이 겨울잠을 자려는 곰에게 아름다운 상자를 내밀며 “가을꽃에서 모은 꽃이야. 밤마다 조금씩만 먹어 봐. 봄이 오면 반질반질한 털가죽이 될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아이들만의 때묻지 않은 순수가 묻어나는 듯하다. 전 4권. 달리/각권 1만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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