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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8 15:56 수정 : 2005.08.28 18:54

상처 꿰매기 “아가야, 미안해” 고함쟁이 엄마 출판인이 뽑은책

출판인이 뽑은 책

 “오늘 아침, 엄마가 나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고함쟁이 엄마>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된다. 글이라고는 오로지 한 줄. 그림 또한 간결하다. 눈을 부릅뜨고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엄마 펭귄과 너무 놀라 어리벙벙한 꼬마 펭귄. 이 꼬마,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어쨌기에 엄마 펭귄이 불을 뿜는 용이 되었나?

다시 책장을 넘긴다. “깜짝 놀란 나는 이리저리 흩어져 날아갔지요.” 뭐라고? 꼬마 펭귄의 몸이 산산조각이 나서 흩어진다. 머리는 우주로 날아갔고, 몸은 바다에 떨어져 난파선처럼 떠돈다. 날개는 밀림을 헤매고, 부리는 산꼭대기에 착륙했으며, 꼬리는 시내 한복판에 떨어져 자동차에 깔릴 판이다. 이게 웬일이야?

제자리에 남은 건 발뿐이다. 발이 흩어진 몸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지만 소용이 없다. 지친 발이 사막에서 좌절감에 빠져 있을 때, 엄마가 하늘을 나는 배를 타고 나타난다. 그 사이 엄마는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흩어진 아이의 몸을 모으고 있었단다. 휴, 안심이다. 아이의 몸을 한데 모아 차근차근 꿰매고 난 뒤(정말 꿰맨다. 바늘에 실을 꿰어서), 엄마가 입을 연다. “아가야, 미안해.” 둘은 배를 타고 지는 해를 향해 날아간다.

너무 웃어서 눈물이 다 났다. 그래도 마음은 무겁다. 한때는 아이였지만 지금은 아이가 아닌 우리는 자주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다. 때로는 사랑이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서. 가끔은 너무 치명적이어서 아이를 온통 뒤흔들어 산산조각내기도 한다. 어쩔 수 없다. 부모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니까. 그러니 인정하자. 좋은 의도였다는 걸로 합리화하지 말고. 대신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것 또한 어른의 몫이라는 걸 기억하자. 그래야 아이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물론 엄마가 다 모아서 도로 꿰매 줄 수 있다는 걸 아이가 믿어야겠지만. 유타 바우어 글·그림. -비룡소/6500원. 최정선/보림 편집주간 ebony@borimp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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