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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8 15:58 수정 : 2005.08.28 16:04

풀따기의 추억 풀풀~풀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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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싸움>

“돼지풀 얼른 내놔라”
“꿀~꿀, 여기 있지롱”
쌉싸래하던 그 풀 내음
아이들에게 돌려줬으면

 

나는 권정생 선생님의 글을 읽고 ‘풀따기 놀이’를 처음 알았습니다. “오이풀이 부드러운 풀밭에 미루나무 그늘이 깔리면 학교에서 아이들이 돌아오는 시간이다.… 그 풀밭에 책보자기를 던져놓고 풀따기 놀이를 했다. 풀따기 놀이는 따로따로 흩어져 갖가지 풀을 따오는 놀이다.”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첫 문장 때문에 나는 쉽게 글을 읽지 못하고 첫 문장을 자꾸 되풀이해 읽었습니다. 오이풀이 부드러운 풀밭에 미루나무 그늘이 깔릴 즈음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풍경이 마음에 그려졌고, 그런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아이들이 했다는 풀따기 놀이도 한없이 평화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경험 때문일까요? 최근에 나온 그림책 <풀싸움>은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습니다. 같은 놀이를 놓고 ‘풀따기 놀이’라고 부르는 이와 ‘풀싸움’이라 부르는 이의 차이일까요? <풀싸움>은 배경부터가 ‘풀 익는 냄새가 나는 뜨거운 여름’입니다. 순태와 오규는 멱을 끝내고 냇가에 앉아 있다가 벌거벗은 모습을 훔쳐보고 웃었다며 분희와 다툽니다. 아이들의 싸움은 약간 유치하지만 실감납니다. “이 계집애가 목욕하는 걸 훔쳐보곤 시치미를 떼잖아” 하는 말에 “언제, 몇 시, 몇 분, 증거를 대 봐” 하며 지지 않고 따지는 게 어디서 많이 본 모습입니다. 아이들은 쩨쩨하게 싸우는 대신 풀싸움을 하기로 합니다. 자연 속에서 벌이는 아이들의 놀이는 활기차면서 신이 납니다. 풀을 딴 아이들이 소나무까지 달려가고 먼저 온 쪽이 ‘선’이 됩니다. “이건 돼지풀이다, 돼지풀 내놔라.” “꿀꿀, 돼지풀 여기 있지롱.” 설치고 까불고 툭닥툭닥 싸우면서도 깡충깡출 토끼풀, 덩더덕쿵 장구채, 찔끔찔끔 노루오줌, 비틀비틀 술패랭이 하면서 풀싸움에 열을 올립니다.

<풀싸움>은 잃어 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는다는 뜻에서 만든 그림책 시리즈 ‘국시꼬랭이 동네’의 한 권입니다. 그러고 보면 풀싸움은 잃어 버린 문화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문화를 잃기 전에 자연을 먼저 잃었지요. 대신에 아이들에게는 컴퓨터 게임 같은 폭력적인 문화가 주어졌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앞서 말한 글에서 지금 아이들은 풀따기 놀이를 할 만큼 깨끗한 풀밭도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이런 소중한 놀이를 할 수 있는 풀밭을 되돌려 줄 수 없을까 싶다고 하십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가롭고 편안하게 풀따기 놀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폭력 문화에 길든 아이들을 구해낼 수 있을 거라 보시는 거죠. 풀따기 놀이를 하려면 아이들이 풀 이름도 알아야 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학원에 갈 생각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줘야 할텐데…. 바쁘게 뭔가를 이루라고 재촉하는 사회, 폭력 문화에 길들여진 사회가 아이들을 평화로운 놀이에서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림책 <풀싸움>은 멀리 떠나간 놀이를 되살려 보여 줍니다. 이춘희 글, 김호민 그림. -언어세상/8500원.  이성실/자연그림책 작가 6315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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