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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8 16:25 수정 : 2005.08.28 16:34

스타강사 이만기의 언어영역 해부

누군가 “때레라!”고 외치자 사람들이 개를 향해 달려들며 몽둥이를 내리쳤다.   사진 출처: 고등학교 교과서 <문학>(금성출판사 펴냄)
황순원 ‘목넘이마을의 개’

[줄거리] 동서남북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어디를 가려 해도 꼭 목을 넘어야 하는 목넘이마을은 서북간도로 가는 유민들이 들러서 쉬었다 가는 곳이다. 이 마을에 어느 날, 개 한 마리가 흘러 들어온다. 유랑민이 끌고 가다가 버린 것처럼 보이는 이 흰 개는 몸이 지저분하고 다리까지 절고 있었다. ‘신둥이(흰둥이)’는 마을 방앗간과 동장네 집을 돌아다니며 남는 밥을 훔쳐 먹고 살아간다. 갑자기 나타나서 남의 양식을 축내는 신둥이를 마을 사람들은 미친개로 오인하여 잡으려 하지만 신둥이는 도망친다. 신둥이가 마을에 다시 모습을 나타내자 마을 사람들은 다 함께 모여 신둥이를 잡을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간난이 할아버지는 신둥이가 새끼를 배었다는 것을 알고는 차마 죽일 수 없어 신둥이가 자신의 다리 사이로 빠져 나가게 도와준다. 얼마 뒤 간난이 할아버지는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신둥이의 새끼들을 발견한다. 동네 사람들 모르게 새끼를 돌보던 할아버지는 강아지들이 얼마쯤 자라자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래서 인근 마을의 개들은 모두 신둥이의 자손들이 되었다.

[주제] 생명에 대한 외경심, 한민족의 강인한 생명력

[해설] 1948년에 발표된 소설로 일제 식민 치하에서의 민족적 현실을 돌아보게 하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보여 준 황순원의 작품이다. 묘사나 대화보다는 군더더기 없는 서술적 진술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마치 설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이 작품이 우리의 서사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핍박을 받던 ‘신둥이’는 ‘간난이 할아버지’로부터 보호받는다. 간난이 할아버지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지닌 인물로,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할 뿐만 아니라 사건의 전달자로 사건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구실도 한다.

또 마을 사람들로부터 핍박을 받으면서도 스스로를 지키고 끝까지 살아남아 종족을 남겨 대를 잇는 신둥이의 모습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민족의 전통을 이어 온 우리 백의민족을 상징한다. 즉 신둥이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상징함으로써 당대의 혼란한 사회 현실 속에서 민족의 동질감을 확인시키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신둥이의 상징성에 따라 글의 주제를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신둥이 의미, 주제

유형노트

인물의 심리 파악

소설 구성의 3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이다. 한 편의 소설에는 마땅히 어떤 배경이 설정돼 있으며, 이 배경에서 인물이 갈등을 겪게 되는데, 이 갈등이 사건의 내용이 된다. 즉, 인물이 겪는 갈등의 내용이 소설의 중심 이야기가 되는 것이므로 인물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은 소설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열쇠가 된다.

심리는 인물이 놓인 상황과 관련이 깊다. 따라서 인물의 심리를 파악할 때는 인물이 어떠한 상황에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인물의 내면이 서술된 부분에 주목하도록 한다. 위 문제에는 인물의 생각을 그대로 기술한 부분이 있어서 문제를 푸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처럼 전지적 작가 시점이나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글에는 인물의 내면이 직접 드러나 있기도 하지만, 관찰자 시점의 글에는 직접 드러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이때는 인물의 행동이나 표정 또는 부사어를 통해 내면 심리를 유추해야 한다. 

  

유형문제

[지문] 어느 해 봄철이었다. 이 목넘이마을 서쪽 산 밑 간난이네 집 옆 방앗간에 웬 개 한 마리가 언제 방아를 찧어 보았는지 모르게 겨 아닌 뽀얀 먼지만이 앉은 풍구 밑을 혓바닥으로 핥고 있었다. 작지 않은 중암캐였다. 그리고 본시는 꽤 고운 흰 털이었을 것 같은, 지금은 황토물이 들어 누르칙칙하게 더러워진 이 개는 몹시 배가 고파 있는 듯했다. 뒷다리께로 바싹 달라붙은 배는 숨쉴 때마다 할딱할딱 뛰었다.

 “이게 누구네 가이야?”

절가와 간난이 할머니와 간난이 어머니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릴 새도 없이, 작은 동장의 발길이 신둥이의 허리 중동을 와 찼다. 신둥이는 뜻 않았던 발길에 깽 비명을 지르며 달아날밖에 없었다. (중략)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기로 유명한 간난이 할아버지가 수수깡 바자문을 열고 나오다가 방앗간 풍구 밑에 엎디어 있는 신둥이를 발견하고 되들어가 지게작대기를 감추어 가지고 나왔다. 미친개기만 하면 단매에 죽여 버리리라. 신둥이 편에서도 인기척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그러면서 어느새 신둥이는 꼬리를 뒷다리 새로 끼고 있었다. 저렇게 꼬리를 뒷다리 새로 끼는 게 재미적다. (중략) 간난이 할아버지는 언뜻 그래도 저 개가 미친개여서 누렁이를 물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워어리 워어리 누렁이를 불렀다. 그러나 그때는 벌써 누렁이가 신둥이를 다 따라 막아 섰을 때였다. 신둥이는 뒷다리 새에 꼈던 꼬리를 더 끼는 듯했으나 누렁이가 낯이 익다는 듯 저쪽의 코에다 이쪽 코를 갖다 대었을 때에는 신둥이 편에서도 코를 마주 내밀며 꼬리를 쳐들기 시작했다. 간난이 할아버지는 다시 한번 미친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즈음 신둥이는 밤 틈을 타서 먹을 것을 찾아 먹고는 이 서산 밑 방앗간에 와 자곤 했다. 그동안 누구한테도 눈에 띄지 않아 얼만큼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다음날은 사뭇 일찍이 그곳을 나와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간난이나 할아버지의 눈에도 띄지 않게스레. 이러한 어떤 날, 동네에는 이전의 그 미친개가 서산 밑 방앗간에 와 잔다는 소문이 났다. 차손이 아버지가 보았다는 것이다. 아직 어두운 새벽에 달구지 걸댓감을 하나 꺾으러 서산에를 가는 길에 방앗간에서 무엇이 나와 달아나기에, 유심히 보니 그게 이전의 미친개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미친개는 어두운 속에서도 홀몸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밤눈이 밝은 차손이 아버지의 말이라 모두 곧이들었다.

밤이 되기를 기다려 크고 작은 동장은 서쪽 산 밑 동네로 와, 차손이네 마당에 사람들을 모아 가지고 제각기 몽둥이 하나씩을 장만해 들게 했다. 그 속에 간난이 할아버지도 끼어 있었다. 간난이 할아버지는 물론 그 신둥이 개가 전과 달라졌다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이 개가 그동안도 자기네 집 옆 방앗간에 와 자곤 했으면 으레 자기네 귀한 뒷간의 거름을 축냈을 것만은 틀림없는 일이니,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이 기회에 때려잡아 버리리라는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한편 동네 사람 누구나가 그렇듯이 이런 때 비린 것이라도 좀 입에 대어 보리라는 생각도 없지 않아서.

동네 사람들이 방앗간의 터진 두 면을 둘러쌌다. 그리고 방앗간 속을 들여다보았다. 과연 어둠 속에 움직이는 게 있었다. 그리고 그게 어둠 속에서도 흰 짐승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분명히 그놈의 신둥이 개다. 동네 사람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죄어들었다. 점점 뒤로 움직여 쫓기는 짐승의 어느 한 부분에 불이 켜졌다. 저게 산 개의 눈이다. 동네 사람들은 몽둥이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 속에서 간난이 할아버지도 몽둥이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한 걸음 더 죄어들었다. 눈앞의 새파란 불이 빠져 나갈 틈을 엿보듯이 휙 한 바퀴 돌았다. 별나게 새파란 불이었다. 문득 간난이 할아버지는 이런 새파란 불이란 눈앞에 있는 신둥이 개 한 마리의 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여럿의 몸에서 나오는 것이 합쳐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지금 이 신둥이 개의 뱃속에 든 새끼의 몫까지 합쳐진 것이라는. 그러자 간난이 할아버지의 가슴속을 흘러 지나가는 게 있었다. 짐승이라도 새끼 밴 것을 차마?

이때에 누구의 입에선가, 때레라! 하는 고함소리가 나왔다. 다음 순간 간난이 할아버지의 양 옆 사람들이 욱 개를 향해 달려들며 몽둥이를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간난이 할아버지는 ㉠푸른 불꽃이 자기 다리 곁을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뒤이어 누구의 입에선가, 누가 빈틈을 냈어? 하는 흥분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저마다, 거 누구야? 하고 못마땅해 하는 말소리 속에 간난이 할아버지의 턱밑으로 디미는 얼굴이 있어,

 “아주반이웨다레(아주버님이시군요).”

하는 것은 동장네 절가였다.  황순원 <목넘이마을의 개>

[문제] ㉠을 통해서 ‘간난이 할아버지’의 상황과 심리를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동네 사람들에게 소외되기 싫어서 신둥이를 잡으러 나왔으나 새끼를 밴 신둥이를 보고 복잡한 마음이 들어 놓아준다.

② 먹을 것이 흔하지 않은 시기였기에 이번 기회에 고기맛을 보리라 마음먹지만 순간의 방심으로 실수를 범하고 만다.

③ 농사를 중히 여기는 농부의 단순하고 소박한 성격과 동물에 대한 애정이 갈등을 일으켜 신둥이를 잡는 것을 실패한다.

④ 뒷간 거름을 축낸 녀석이니 용서할 수 없지만 신둥이의 푸른 불꽃 같은 눈이 무서워 신둥이를 피하고 끝내 놓쳐 버리고 만다.

⑤ 동네 사람들과 신둥이를 잡으려 했지만 새끼를 밴 짐승을 차마 죽일 수 없다는 생명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들자 자세에 틈을 보인다.

[풀이] 정답 ⑤. ㉠이 속한 문단의 앞 문단을 보면 ‘간난이 할아버지의 가슴속을 흘러 지나가는 게 있었다. 짐승이라도 새끼 밴 것을 차마?’라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이 구절이 문제를 푸는 데 힌트가 된다. 새끼를 밴 짐승을 차마 죽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간난이 할아버지는 당연히 틈을 보였을 것이고, 신둥이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기 때문에 그의 다리 곁으로 도망을 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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