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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적성과 특성에 맞게 가르치도록 돕는 학부모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 최근 늘어나는 추세이다. 사진은 아시아코치센터가 이달 초 서울 강남구 논현동 문화정보마당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연 부모 코칭 교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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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무기력증 어떡하죠?
“우리 아이는 좋아하는 게 없어요.” 학부모 임아무개(47·서울 은평구)씨는 고등학교 1학년인 자녀가 잘하는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어 고민이다. 자녀가 좋아하고 잘하기만 한다면 전폭적으로 밀어주겠는데 그것이 뭔지 몰라 어떻게 할 줄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직접 물어 봐도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최근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진학은 물론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자신의 적성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해 고민하는 청소년과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가만두면 뒤늦게 어려움 겪을수도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 조한혜정 교장(연세대 교수)은 요즘 청소년들을 ‘웜(warm) 세대’로 지칭해 청소년들의 무기력한 현상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무장한 386 세대를 ‘핫(hot) 세대’라고, ‘남에게 피해를 주기는 싫지만 간섭받기도 싫다’는 1990년대 청소년들을 ‘쿨(cool) 세대’라고 한다면, 요즘 청소년들은 “해 봐야 되겠어?” 하는 인식을 갖고 있는 미지근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담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특성이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므로, 찾아내려는 노력과 주변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이호준 선임상담원은 “사람마다 능력이나 특성이 얼마쯤 타고난다는 이론이 있으나, 보통 사람은 척 봐서 능력을 알 수 없고 교육 등 이후의 노력을 통해 발달하고 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피아노나 태권도 등 학원에 다니고 공부 못 하면 보습학원을 찾는 등 생활 자체가 상당히 단순하다”면서 “그런데도 부모들은 일단 공부 잘하기를 바라고 그렇지 못하면 그제서야 다른 방향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를 가만히 놔두고 뒤늦게 특성을 찾으려 하니까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성공하라” 압박하면 자신감 잃고 지레 포기
대화 통해 자녀만의 재능 찾아주는 노력 필요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려면 우선 학부모들이 성공을 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예를 들어 꼭 이름난 가수가 되지 못해도 노래하면서 살 수 있는 길이 있는데, 많은 부모들은 성공할 자신이 있으면 하라는 식으로 자녀들을 압박한다. 아이들은 뭔가를 해 보기 전에 부모의 기대치를 미리 생각하고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보다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일선 교사들도 지적한다. 울산 동평중 김창오 교사는 “아이들이 진로를 결정할 때 사회적 인정이 많은 영향을 끼쳐, 주위에서 인정하는 분야가 아니면 꿈이나 비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의 선택을 도와줄 다양한 정보가 부족하고, 그나마 어른들의 시각으로 이미 걸러진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부모들을 대상으로 자녀교육 코칭법을 가르치는 우수명 ㈜아시아코치센터 이사는 자녀를 객관적으로 알려면 먼저 부모 자신들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의 성향과 특성은 초등학생 때면 얼마쯤 알 수 있는데도, 부모들은 옆집 아이와 성적을 비교하고 새로운 교육이나 학원 정보에 편승하고는 부모 구실을 제대로 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많은 대화를 통해 자녀만이 가진 재능을 알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녀와 대화할 때는 ‘왜 그랬니’라는 식으로 추궁하거나 미리 단정해 버리는 것, 명령조로 말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격유형 검사를 해 서로를 이해하고 아이들의 기질 평가나 적성 검사 등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초등학생때쯤 성향 파악 가능 이와 함께 해결책은 아이 자신에 있다는 믿음을 갖고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호준 상담원은 “자녀들이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며 놀기만 하는 것 같아도 그것 자체가 자기를 탐색하고 발견해 가는 과정”이라며, “또래와 비교하며 조급해 하지 말고 길게 보면 어느 수준까지는 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자녀의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려 힘쓸 것”을 당부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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