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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30 11:36 수정 : 2005.08.30 11:36

교육인적자원부가 30일 마련한 논술 가이드라인(기준)은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세부적인 기준을 만들더라도 이를 교묘히 벗어난 논술이 나올 수 있고 두루뭉술하게 만들자니 도대체 기준이 뭐냐는 비판을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논술고사의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논술의 유형을 제시하기 보다는 논술이 아닌 본고사 유형을 제시하는 형태로 기준이 마련됐다.

◇본고사냐 논술이냐...기준은 = 교육부가 제시한 논술고사의 개념은 '제시된 주제에 관하여 필자의 의견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도록 하는 시험'이다.

다시 말해 주어진 지문 등에 대한 이해력, 분석력, 비판적 사고력, 사고내용에 대한 논리적 서술력 등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논술고사에 해당하지 않는(본고사) 문제 유형은 ▲단답형 또는 선다형 문제 ▲특정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수학 과학과 관련한 풀이의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외국어로 된 제시문의 번역 또는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 등이다.

이 가운데 교육부가 가장 고심한 부분은 외국어 제시문의 허용 여부.

국제화시대를 맞아 영어 제시문을 허용해야한다는 현실적인 요구가 많았으나 교육부는 수차례 내부 논의 끝에 3불 원칙이라는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이를 허용하지 않기로 최종 방침을 정했다.


외국어 제시문을 내고 의견이나 생각을 논하는 문제는 외형적으로는 논술이지만 지문의 수준이 어려울 경우 학교교육으로는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용으로는 논술이 아니라는 것이 교육부의 결론이다.

교육부는 또 논술고사 여부의 판단기준으로 ▲답안 유형이 서술형으로 되어 있는지 아니면 단답형 또는 선다형으로 되어 있는지 ▲ 이해력, 사고력, 표현력, 창의력 등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국, 영, 수 등 특정교과의) 지식을 측정하는 것인지 ▲ 논리추론 등 과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 암기 위주의 결과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지 등을 들었다.

또한 ▲질문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으로 다양한 답이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정형화된 하나의 답을 요구하는 것인지 ▲ 주제에 대한 주장, 의견 진술의 전개 과정을 평가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식의 숙지 여부를 주로 평가하는 것인지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하고 이해한 학생들이 풀 수 있는 수준의 것인지 아니면 고교 교육과정 수준 이상의 지식수준을 요구하는 것인지 등도 판단기준으로 제시했다.

보다 구체적인 기준의 적용은 향후 구성되는 논술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논술 가이드라인 왜 나왔나 = 서울대가 6월 27일 2008학년도 입시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통합형 논술고사 도입 의사를 밝히자 이를 둘러싸고 여당과 일부 학부모, 시민단체로부터 '본고사'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어 서울 주요 사립대가 잇따라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도입하거나 확대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7월 6일 통합형 논술고사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한 서울대 2008학년도 입시 기본계획에 대해 정부시책에 정면 도전하는 본고사 부활시도로 규정,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기로 했다.

당시 논리는 통합교과형 논술이 도입되면 사교육 열풍이 불어 수능과 내신을 중심으로 학생을 뽑는다는 정부의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을 근본적으로 흔들게 된다는 것.

일부 학부모 단체들도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고교에서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고교수업을 충실하게 들은 학생보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유리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는 본고사"라고 주장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 논술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2005년 논술에 대한 심의가 어렵다며 교육부가 기준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고, 서울대를 비롯한 각 대학도 교육부에 기준 제시를 요구했다.

결국 교육부는 7월 14일 논술고사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번에 논술고사의 본고사로의 편법적 활용을 막아 고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취지에서 기준을 내놓았다.

◇논란 수그러들까 = 논술 가이드라인은 논술고사의 범위를 사전에 포괄적 기준으로 설정해 큰 방향을 제시하고 대신 개별적 구체적 문제들의 논술고사 해당 여부는 사후심의를 통해 판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예상대로 대학과 교원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서 당분간 논란과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 대학들은 영어제시문을 금지한 것과 관련, 교육부가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이상적인 원칙에 무게를 둔 결정이라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일단 행ㆍ재정적 제재라는 엄포 때문에 대학들이 겉으로는 교육부의 지침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보이겠지만 가이드라인을 피한 다양한 형태의 본고사형 논술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대두되고 있다.

교육부가 본고사 유형 등을 예시하면서 다소 애매모호한 큰 틀의 유형만 제시한 것도 너무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세울 경우 대학들이 이를 피해 새로운 본고사형 논술 유형을 개발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교육부가 적성ㆍ인성검사에 대해 전형과정에서 단순한 자격기준으로 활용되면 상관없지만 만일 점수화돼 전형요소로 포함될 경우 논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한데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학들이 적성ㆍ인성검사를 본고사 수준으로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증거가 명백한 논술과는 달리 대학들이 구술ㆍ면접고사를 대폭 강화할 경우 시험개요나 출제문제 등에 대해 일률적인 기준을 갖고 심의하기 어렵고 사후 심사할 객관적 근거도 별로 없어 구술ㆍ면접고사의 편법적인 본고사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들이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본고사형' 논술을 내기 보다는 논술과 본고사의 경계선에서 줄타기하는 문제를 출제할 경우 심의위원회가 제재 보다는 개선요구 수준의 판정을 할 수 밖에 없어 제재의 실효성 논란도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교육부가 이미 실시된 몇몇 대학의 논술고사에 대해 본고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가 이번에 이를 없던 일로 면죄부를 준 점도 온정주의적인 결정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유사사례를 부추기는데 일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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