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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30 19:21 수정 : 2005.08.31 00:41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접수가 시작된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서부교육청에서 수험생들이 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논술고사 기준 제시

문제 대부분 “허용못할 유형” 규정 의미

문구 포괄적…해석따라 빠져나갈 여지

“변형논술로 진화 우려…비중을 낮춰야”

교육인적자원부가 30일 발표한 ‘논술고사 기준’은 그동안 변형된 본고사라는 지적을 받아온 대학별 논술고사 유형의 상당 부분을 ‘허용할 수 없는 논술’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교묘하게 피해나갈 여지가 있는 데다, 상당수 대학에서 ‘말로 치르는 본고사’로 변질되고 있는 구술·심층면접에 대해서는 필답고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심의대상에서 빼기로 해 악용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시 논술 대부분 금지”= 교육부의 기준에 비춰 보면 고려대와 서강대, 성균관대 등 서울 지역 주요 대학들이 그동안 치러온 수시 논술고사는 대부분 금지된다. 일단 인문계와 자연계를 불문하고 수시 논술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영어 제시문을 낼 수 없어, 수시 2학기부터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고려대와 이화여대가 실시하는 수리논술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고려대는 지난해까지 값과 식을 구하라는 풀이형 문제를 주로 내오다 올해 1학기 수시에서는 서술형으로 유형을 바꿨다. 하지만 일부 문제는 여전히 변형된 풀이형 문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수리논술뿐만 아니라 성균관대 등의 자연계 논술에서도 수학과 과학 지식을 응용해 값을 구하는 문제들이 해마다 출제돼 오고 있다.

‘수학이나 과학과 관련된 풀이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는 안 된다’는 교육부의 기준을 지키면서도 기존 유형의 문제를 내기 위해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태중 중앙대 입학처장은 “대학들로서는 논술고사 문제를 낼 때마다 사후 심의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실효성은 얼마나 될까?= 교육부의 ‘강수’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을 의심하는 지적도 많다. 교육부의 기준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식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특정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의 경우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대학 쪽이 ‘고교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기초적인 소양만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우기면 제재를 내리기가 궁색할 수 밖에 없다. 수리논술이 그랬던 것처럼 또 하나의 진화한 변형 논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철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부소장은 “대학들이 논술고사로 사실상 본고사에 해당하는 변별력을 확보하려고 하는 한 끊임없이 기형적인 형태의 논술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교육부는 논술형 본고사를 합리화하려 하지 말고 논술의 비중을 큰폭으로 떨어뜨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술·심층면접은 무풍지대?= 교육부는 구술·면접고사는 논술고사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논술 이외의 필답고사’를 금지하고 있는데, 구술·면접은 필답고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들이 ‘족쇄’가 채워진 논술 대신 구술·면접고사를 본고사형으로 치르고, 그 반영 비중도 크게 높이려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서울대는 지난해 정시 자연계 심층면접 때 ‘P가 n차 다항식일 때, 방정식 P(x)=0의 근의 개수는 n보다 클 수 없음을 증명하라’는 문제를 냈다. 서강대 구술시험에서는 영어 제시문을 준 뒤 면접관 앞에서 밑줄 친 문장을 해석하라는 문제가 나오기도 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대학 “기준 맞추되 출제기법 바꿔 변별력”

교사 “적성·면접고사 난이도 높일까 걱정”

교육부의 ’논술고사 기준’이 발표되자 대부분 대학은 이번 기준에 따르되 충분한 변별력을 지닌 새로운 문제 유형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각 대학 수시 2학기 논술고사의 실제 출제경향이 확인되는 9월 말부터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 예시문항이 공개되는 10월 말께 각 대학의 논술 유형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종섭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30일 기자회견에서 교육부 기준을 수용할 뜻을 밝히면서도 수리논술과 관련해선 미묘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그는 “수치를 공식에 대입해 푸는 문제는 안되더라도, 풀이 과정을 서술형으로 개진하도록 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예를 들어 연못의 부피 측정은 풀 수 있는 방법이 여러가지인 만큼 그런 유형의 문제라면 허용되는 논술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금지한 풀이형 논술의 경계선을 타고 있는 것이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도 “기준에 맞춰 새 유형을 개발하면 충분히 객관적이면서도 변별력 있는 문제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태 경희대 입학관리처장은 “영어 제시문이 금지됨에 따라 변별력 확보에 다소 어려움을 겪겠지만, 출제 기법에 따라 기준을 맞추면서 난이도 있는 문제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교 교육현장에서는 수시 2학기 전형을 코 앞에 두고 새 기준이 발표되자 혼란스러움을 호소하기도 했으나, 장기적으로는 공교육 정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논술을 지도하고 있는 서울 성남고 강호영 교사는 “논술고사의 본고사화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대학들이 논술고사 대신 적성검사나 면접고사를 어렵게 출제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준 설정이 사교육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강신창 유웨이중앙교육 논술팀장은 “당장 사교육 시장이 어느 정도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특히 외국어 번역·해석과 암기식 단답형 문제를 금지한 방침은 단기간에 논술 고득점을 얻는데 치중했던 논술학원 열풍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용현 이호을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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