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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4 18:35 수정 : 2005.09.04 19:04

나혜영 교사의 시사 따라잡기


국가범죄 공소시효 소급 논란 어떻게 볼까

[기사원문]

노무현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과거 국가권력에 의한 권력남용 범죄의 공소시효’ 문제를 놓고, 여야가 다른 접근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6일 고위정책회의를 열어, 민사상으로는 공소시효가 만료됐더라도 시효를 배제해 적극적인 보상을 추진하되, 형사적 책임을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쪽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위헌 가능성을 거론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해, 진통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공소시효 끝났어도 민사보상 적극 추진”=민사상 공소시효를 배제하면 국가의 권력남용 범죄의 피해자들이 공소시효가 끝났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법리적으로도 가능하고, 법원 판례도 나와 있다는 게 열린우리당의 주장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국회가 별도의 보상 관련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 또 다른 법률로 이미 보상을 받은 사건은 당연히 제외된다. 이를테면, 제주 4·3 사건이나 거창 양민학살 사건 등의 경우 공소시효는 이미 끝났지만 국회가 별도의 보상 관련 법률을 만들면 구제의 길이 열린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보상 재원을 마련하는 문제와, 특정 사안에 대해서만 보상이 추진될 경우 제기될 형평성 시비 등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형사적 책임은 소급적용 안 될 듯=논란의 핵심이었던,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묻는 문제는 “공소시효 소급적용은 위헌”이라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흐름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도 “형사상 책임의 공소시효 배제 문제는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나중에 헌법개정 과정에서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다만, 지난달 11일 이원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법안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살인과 고문 등의 행위에 대해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고, 국가 공권력에 의한 범행의 조작 또는 은폐 행위도 사건이 밝혀질 때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형사적 책임의 소급 적용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다.

확정판결 재심요건 완화 공방=노 대통령이 언급한 확정판결 사건의 재심 문제에 대해선, 열린우리당이 형사소송법이나 과거사법의 개정을 검토 중이다. 문병호 원내부대표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엄격한 물증을 요구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재심 요건을 완화하거나, 과거사 관련 범죄에 대해서만 재심사유를 별도로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과거사법안이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했을 때부터 재심 요건의 완화에 대해선 “절대 불가”라는 반대 태도를 밝힌 상태다. <한겨레> 2005년 8월17일치 면


[살펴보기]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국가 범죄에 관한 사안에는 공소 시효의 예외를 두자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열린우리당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와 이를 은폐 또는 조작한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것을 뼈대로 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 특례법안’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들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원칙을 밝힌 데 반해, 대통령은 민·형사상 예외를 둘 수 있음을 주장해서 이것이 쟁점이 되고 있다. 이를 통해 법 이념과 법 적용의 원칙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이 사안에는 이 원칙을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 보자.

[예상논제] 

국가 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시] 저는 국가 권력이 기타의 범죄 행위자와 구별된다는 점을 이 문제 해결에서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는 기타의 다른 범죄와 그 유형이 다릅니다.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조직적인 은폐와 조작, 은닉 등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수사하기도 쉽지 않고, 수사한다고 해도 정확한 수사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판결 역시 잘못된 증거에 의해 행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여타 범죄와 구분해 공소시효 적용을 하는 것은 법 정의에 입각해 볼 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법 적용은 법적 안정성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안정성과 법적 정의가 상충하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법 정의이며 법적 안정성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과거 독재 정권 아래서 억울한 재판으로 죽음을 당한 사람의 유족이나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의 억울함을 법적으로 풀어주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며 법은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단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실이 밝혀져도 법적인 부조리나 억울함을 풀 수 없다면 이는 민주 사회라고 할 수 없습니다.

[도움말] 결국 법적 정의와 법적 안정성이 상충하는 때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매우 고전적인 쟁점이다.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지금도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가? 현대 법에서 특히 시효 제도는 법 효력의 시간적 제한 제도이기 때문에 진실한 권리자의 권리를 소멸시키므로 법적 정의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지속된 사실관계를 존중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그 필요성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법적 안정성도 법 정의와 더불어 중요한 법 이념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논쟁이 그렇듯이 이 역시 가치 대립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것을 우선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논리는 있다. 법적 안정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할 때는 그것이 정의의 실현에 상충하지 않음을, 법 생활의 안정도 법 정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님을 납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에는 법 정의가 법적 안정성보다 우선해야 할 가치가 있음을 역설해야 한다. 정의와 안정성이 상충하는 것인가, 상호 보완적인 것이냐에 대한 태도가 분명히 서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되었을 때는 추상적인 이론으로 접근해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위의 답변에서는 조금 부족하다. 법 이념에 귀결시켜 이를 중심으로 논지를 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기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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