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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1일 오전 교과전담 서길원 교사와 함께 화단에서 식물의 잎과 줄기에 대해 현장학습을 하고 있다. 광주/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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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요? 즐거운 ‘공부 놀이터’ 예요
“전세금은 올랐고 그나마 셋집 얻기도 어려워요.” 서울 강남의 ‘8학군’ 주변 얘기가 아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 수 26명으로 폐교 위기에 처했던 한 공립 초등학교 얘기다. 평균 고도 350m의 경기 광주시 중부면 남한산성에 자리잡은 남한산초등학교에서 시작한 ‘공교육 혁명’이 빠르게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경북 상주 남부초등과 충남 아산 거산초등, 전북 완주 삼우초등에 이어 경기 시흥 계수초등학교가 ‘제2의 남한산초등학교’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부산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은 각각 도심 속 공립 초등학교의 모델로 ‘남한산 방식’을 배우고 있다. 멀리 독일에서는 물론 서울과 경상·전라도에서 교장단과 교수들, 교육위원들, 학교운영위원장 등이 남한산 학습을 위해 몰려오고 있다. 80분 수업 30분 휴식
교사 자율성 100% 허용
작지만 즐거운 학교=지난 1일 오후 남한산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은은한 대금 소리가 복도로 흘러나왔다. 오전 9시10분 시작된 이 학교의 수업은 오후 4시30분 특기적성교육까지 이어져 다른 학교보다 길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일반 공립학교와 똑같다. 여름과 가을에 일주일씩 여는 계절학교와 토요일 체험학습 정도가 눈에 띄는 정도다. 서길원(45) 교사는 “7차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교육과정도 일반 학교보다 더 꽉 짜여 있다”며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를 공부하는 자유로운 놀이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학교운영 시스템을 바꾼 데서 비롯됐다. 교육청과 교장이 일일이 지시하던 행정 중심의 권위적 시스템 대신 학교 운영에 관한 한 교장은 교무회의 등 교사의 자율성을 100% 허용했다. 민주적 학교운영과 교사들의 자발성은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만들어냈다. 그 하나가 수업시간 변경이다. 40분 수업에 10분 쉬는 다른 학교와 달리 이 학교는 80분 수업에 30분 쉬는 ‘블록수업시간제’를 실시한다.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는 만큼 쉬는 시간에는 축구나 야구를 하며 맘껏 뛰어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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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6학년 월요일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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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멀리 독일까지 학습모델 배우기 탐방
한때는 폐교 위기=올해 94회 졸업생을 내는 이 학교의 학생 수는 138명이지만, 2000년 정연탁(57) 교장의 부임 당시 학생 수는 26명이었다. 당연히 폐교가 거론됐다. 지역 주민과 동문, 성남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또 서 교사 외에 동화작가인 김영주 교사 등이 전근을 자원했다. 새 학교를 만들어보자는 약속에 따라,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만들고 학교시설을 개조했다. 권위의 상징이던 조회대와 교훈판 등을 없애고, 대신 교실 바닥을 온돌방으로 바꿔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드는 등 모든 것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지금은 입학하려는 학생들이 많아 광주시 중부면 거주자로 입학 자격을 제한했다. 정 교장은 “교사들을 전적으로 믿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20명을 넘으면 교육환경을 해칠 수도 있어 입학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료적 공교육 틀 꺠고 아이들 눈높이 맞춰
왜 남한산초등학교인가?=안순억(43) 교사는 “관료적인 경직성과 교사들 자율성을 극도로 제한하는 관행을 깨고 대안학교가 아닌 공교육 현장에서도 새 학교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 교사는 “기존의 공교육 틀이 ‘관료적·권위적 학교문화냐, 학부모 중심의 수요자 중심 교육이냐’에서 이뤄졌다면 남한산초등학교는 교장-교사-학부모-지역주민 등 학교 구성원의 합의를 통해 기존의 관행들을 깨고 교육 내용과 형식을 새로 바꿔냈다”고 말했다. 4학년과 1학년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려고 성남에서 이사와 남한산성 내 전셋집을 얻어 생활하는 학부모 ㅂ(40·여)씨는 “생활하는 데는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치는 교사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광주/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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