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4 20:16
수정 : 2005.09.0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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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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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 리포트
식후땡, 좆뺑이, 구름과자, 따가리, 다바코, ㄷㅂ….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과 가장 가까운 단어들이다. 모두 담배를 일컫는 은어들이다.
흡연을 하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은 있었지만 요즘은 정말 ‘웬만하면’ 다 피운다. 굳이 으슥한 곳을 찾지 않고 길에서 대놓고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높은 청소년 흡연율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학교에서 내놓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찾아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굳이 화장실에 숨지 않아도 화단이나 벤치 등에서 피우기도 한다.
흡연하면 남학생을 떠올리는데 실상 학교에 가보면 여학생들도 엄청나게 많이 피운다. 학교별로 사정은 다르지만 대체로 여학생들도 절반 가까이 담배를 피운다는 게 주변 학생들의 얘기다. 경기 ㅈ고 1학년 박아무개(16)양은 “여전히 어른들은 남학생들만 담배를 피운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 편견 속에서 여학생들은 어른들 눈을 쉽게 속이며 자유롭게 담배를 피운다”고 털어놨다.
흡연을 하는 청소년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문에 담배를 구하는 것도 당당하게 한다. 그냥 가게에 들어가서 사오는 경우가 많고, 친구나 아는 선배를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담배를 얻는다. 담배 가격이 오를 땐 흡연파끼리 모여서 정부 정책을 성토하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이런 흡연 청소년들에 대해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인 흡연자 수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할 정도다. 그저 간간히 재수없게 걸리는 아이들을 처벌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담배 피웠다고 하루종일 벌을 받고 집에 돌아가면서 짜증난다고 담배를 입에 무는 청소년들은 “웃기지도 않다”며 학교를 조롱한다.
그렇다면 청소년 흡연을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청소년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참여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많은 청소년들의 주문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워 왔다는 경기 ㅎ고 1학년 남아무개(16)양은 “어른들이 사회 생활에 스트레스 받아서 담배를 피우는 것과 청소년들이 학업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입시제도에 맞춰 가기가 힘들어서 흡연을 하는 것은 같은 이치”라고 했다.
지금까지 청소년 문화라고 해서 제시된 것들은 그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그래서 지치고 힘들어 하는 청소년들을 위로하고 끌고갈 수 있는 청소년 문화마당이 많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청소년에게 담배를 파는 가게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단속에 걸려도 벌금 몇 푼 무는 상황에서 돈이 되는 흡연 청소년들을 가게 주인들이 마다할 리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사진 강한별/1318리포터, 서울 선정고 1학년
hyunda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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