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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사회심리극 연구소가 지난 2월 열었던 공개 심리극의 한 장면. 별자리 사회심리극 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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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등 정신적 갈등 치유효과 속속 확인 ‘예민한 시기’ 상담프로그램으로 활용 늘어
충북 청주양업고등학교는 지난 봄 2학년과 신입생 사이의 사소한 다툼으로 홍역을 겪었다. 2학년 여학생들이 신입 여학생들에게 학교 생활을 이야기하는 도중 일어난 선·후배 간의 갈등이 두 달 가까이 계속됐다. 이 학교 김경숙(48) 교사는 학생들 사이에 화해가 잘되지 않아 고민하던 중 ‘별자리 심리사회극 연구소’의 김영한(37) 소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김 소장이 5월2~30일 다섯 차례에 걸쳐 연 심리극에 참여하고서 학생들은 앙금을 털어내고, 예전과 같은 학교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김 교사는 전했다. 심리극 또는 사회극이라고 하면 정신과 병원에서 환자 치료를 위해서 하는 특별한 연극으로만 아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심리극은 환자 치료말고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왕따’, 학교 폭력 등의 문제를 미리 막거나 치유하는 데 효과가 적지 않다고 교사나 사회복지사들은 말한다. 특히 요즘 아이들이 겪는 따돌림, 폭력 등에 갈등을 풀어내는 데 심리극 공연이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리극은 특별한 출연자나 역할이 정해지지 않고 연출자와 보조자만으로 이뤄진다. 처음엔 연출자와 보조자들이 가벼운 상황극을 보여 준다.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다. 연극 참여자가 적을 땐 자기 소개로 대체하기도 한다. 그러고는 연출자는 연극 참여자 가운데서 주인공을 정해서 무대로 이끌어내고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연출자와 보조자는 주인공이 대화 상대가 필요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낄 때 도와 주는 역할만 한다. 김 소장은 “심리극은 역할을 정하고 상황을 제시하는 역할극과는 다르다”며 “그래서 참여자들이 더 자유롭게 자신만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극은 무엇보다 참여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 가는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마음을 쉽게 열지 않으면 연출자는 초조해질 수 있다. 김 소장은 8월 중순 진행했던 ‘왕따·학교 폭력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위한 심리극’을 예로 들었다. 피해 학생이 공연의 중반에 이르도록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도 “다음 기회를 염두에 두고 미흡하나마 거둔 성과에 만족하는 자세가 필요했다”고 김 소장은 털어놨다. 13년째 사회·심리극 공연을 해 온 별자리 사회심리극 연구소는 처음 심리극에 관심 있는 10명이 모여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회원이 30여명에 이른다. 모두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짬짬이 시간을 내서 참여한다. 연극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회복지사, 회사원도 있다. 올해는 이 연구소의 심리극 공연이 ‘문화의 집 연합회’의 지정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전국 문화의 집으로 공연을 확대하고 있다. 진천 문화의 집에서도 8월25~27일 세 차례 심리극 공연을 했다. 이정은(24) 진천 문화의 집 간사는 나이별로 심리극을 한 결과, “초등학교 아이들이 외모 때문에 고민하고, 비만 때문에 부모와 다투는지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의 김안희(27) 사회복지사는 심리극이 진단과 치유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주변 학교들의 상담을 맡고 있는 김씨는 “아이들 상담 프로그램에 짤 때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는데 심리극은 다양한 대상자들에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영한 소장은 “심리극을 우리가 흔히 하는 멤버십 훈련이나 리더십 훈련처럼 서로를 잘 이해하고 의사소통하는 방법의 하나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용환 기자 yh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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