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사실 재수했어 공부안해서…대학 왜 가는지 몰랐거든 이유 깨닫자 공부도 술술 너희도 한번 스스로 돌아봐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입시 준비를 하던 때가 엊그제인 듯한데 지금은 내가 입시 지도를 하는 입장이 되었구나. 입시 제도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자기와의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어려움은 똑같다고 생각되는구나. 그래서 먼저 입시를 경험한 선배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나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싶구나. 나는 졸업하면서 바로 진학을 하지 못하고 재수를 해서 합격을 하였단다. 합격을 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 것으로 생각되니? 다른 변명이 필요 없단다. 실력이 없어서였단다. 왜 실력이 없었는가 하면 원인은 공부를 안 했기 때문이란다. 너무 단순하지? 단순한 게 진리일지도 모르지. 그러면 왜 공부를 안했는가 하면 확고한 가치관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단다. 왜 대학을 가야 되는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이 남들이 가야 한다고 하니까 나도 가야 하는가 보다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3학년을 결과적으로는 허송세월을 했고 그러고 가차 없이 불합격을 하였단다.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고 순간적으로 아무것도 안 보였단다. 그리고 다음에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이었을 것같니? 부모님에 대한 한없이 죄송스런 생각이었단다. 나를 위한 인생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부모님에게 합격의 기쁨을 드렸어야 한다는 자책감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단다. 재수를 하게 되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학원을 다니지 않고 남산시립도서관을 다니면서 혼자 입시 공부를 했단다. 3월1일에 재수생으로서 고등학교 때 보던 참고서와 사전을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설 때의 그 참담한 심정을 지금도 잊지 못한단다. 집을 나서는 순간 재수생이라는 사실이 왜 그리 부끄럽게 느껴지는지 마치 지나가던 사람들과 버스 승객들이 나를 바라보면서 재수생이라고 비웃는 듯한 생각에 땅만 바라보면서 남산시립도서관까지 갔단다. 하루 이틀 입시 공부는 공부대로 하면서 자꾸 근원적인 문제를 알고 싶어졌단다. 근원적인 문제가 뭐였을 것 같니? 너무 거창한지 모르겠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대학을 가야 하는지?’, ‘왜 대학 입시는 있는 것인지?’, ‘나는 문과인데 왜 수학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학과에 진학을 해야 하는지?’, ‘어떤 직업을 택할 것인지?’ 등등이었단다.답을 얻었을 것으로 생각하니? 답을 나름대로 얻었단다. 입시 공부를 하는 시간에는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버스타고 오가는 시간이나 일요일에 쉬는 시간에는 근원적인 질문 중 하나를 붙잡고 계속 의심을 해 나갔더니 약 2주 만에 한 개꼴로 나름의 답이 얻어졌단다. 이때 얻은 답은 남이 해 준 얘기가 아니고 책에서 읽은 것도 아니고 순전히 내가 사색을 하여 얻은 것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이렇게 하여 인생의 근본적인 의문점이 나름대로 해결되고 난 뒤 ‘그러면 지금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입시 공부를 해서 합격을 할 것인가?’도 탐구하여 답을 얻었고 남은 것은 실천을 하는 일만 남았단다. 그러면 이러한 사색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입시 공부를 하였는지 얘기를 해 볼 테니 들어 보겠니? 나의 고3 때의 약점 중의 하나는 집중력의 부족이었단다. 같은 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어도 정신이 집중된 사람과 산만한 사람의 공부 효과는 차이가 크지 않겠니? 집중력, 즉 공부할 때는 오직 공부만 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먼저 허리를 펴고 계획표에 짜여진 시간 동안에는 절대로 몸을 움직이지 않고 공부하는 과목 자체에만 열중하는, 수학 공부 시간에는 수학만 생각하고 딴 생각이 떠오르지 않도록 하는 연습을 했단다. 여기저기가 쑤시고 순간적으로 깜빡 졸기도 하고 딴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지만 자꾸 이런 일이 없도록 정신을 차리다 보니 점점 더 잡념은 줄고 과목 공부에만 몰두하게 되었단다. 공부가 잘되니 기분이 좋았고 기분이 좋으니 더 열심히 공부하는, 그리고 더 집중이 잘되는 상태에 도달하니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고 공부하는 내용 자체에서도 재미를 느꼈단다. 이제는 누구한테도 ‘저는 재수생입니다. 그러나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단다. 노력하면 즉 내일에 열중하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점심만 먹으면 나도 모르게 깜빡 졸아서 점심 도시락의 양을 줄였더니 졸음이 점점 없어졌단다. 예수님도 광야에서 40일 간 금식기도를 하셨고 부처님도 수도하실 때에 금식하면서 기도를 하셨다고 하니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절제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더구나. 수학 공부를 할 때는 대학에 들어가서 고등학교 학생을 가르친다고 생각하고 내가 풀고 있는 이 문제를 놓고 이렇게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을 해 주어서 이해를 시킬 것인가 하고 스스로 답변을 궁리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깊이 있게 공부를 하게 되었고, 기초가 쌓이면서 수학 공부의 재미를 느끼게 되어서 이렇게 수학이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결국은 어떤 과목이 재미없는 것은 모르기 때문이고, 모르는 것은 내가 노력을 안 했기 때문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알게 되었단다. 영어 공부는 이렇게 하였단다. 먼저 영문법을 철저히 익히고 문장 구조를 분석하는 연습을 하고, 사전을 찾되 한 단어에 대해서 사전에 나와 있는 뜻이 10개건 20개건 처음에는 빨리 작은 소리를 내어서 읽고 두번째는 천천히 읽으면서 이 문장 속에서는 어떤 의미를 적용할 것인지를 찾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어휘가 늘고 나름대로 영어 문장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단다. 영어공부의 재미가 생긴 것은 물론이란다. 이런 방법들은 누가 가르쳐 줬다기보다는 공부를 해나가다 보니 스스로 터득한 나름의 방법이란다. 결국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평범한 진리가 옳다고 느껴지기도 했단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 되겠구나. 입시 공부를 고통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내 인생을 위한 단련 기간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나름대로 자기만의 가치관이 세워진 뒤에 공부를 하면 훨씬 능동적인 공부를 할 수 있으니 너도 한 번 ‘왜 대학을 가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지금 시간이 있을 때 고민을 해보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되는구나. 그리고 항상 ‘나는 잘될 것이다. 노력하면 그 보답이 반드시 주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믿고 집중해서 철저한 계획을 짜서 지금부터 노력한다면 대학 진학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의 삶도 자신감 있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나는 생각한단다. 생각하면서 노력하여 네 꿈을 이루기를 빌면서 글을 맺는다. 이만석/서울 용화여고 교사·진학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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