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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5 22:26 수정 : 2005.09.05 22:26

지난 7월 한 대학에서 논술고사를 치르는 수험생이 원고지에 글을 쓰고 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최근 2∼3년 논술문제 유형

대학의 고민 거리-논술고사의 변별력!

2005학년도 수시 1학기·2학기 논술 문제가 수리 논술이니 영어 제시문 출제니 하면서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출제되었던 것은 기존의 논술고사(소위 고전논술) 형태로는 대학들이 원하는 학생들을 선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즉, 논술시험의 변별력이 약했던 것이다. 사실 논술시험은 논술의 상위권 학생과 논술의 하위권 학생을 잘 가려낼 수 있지만, 중위권 학생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중위권 학생의 논술 답안은 서로 비슷비슷하며 상투적이다. 기존의 논술 문제로는 학생의 ‘작문과 사고를 정형화’해 버린다고 판단하는 대학 당국은 새로운 유형의 논술 문제를 만들어냈다. 이런 새로운 유형의 논술 문제는 언어논술에 그치지 않고 외국어 영역, 수리 영역, 교과 통합형 논술 등으로 확대되면서 본고사로 변질되는 게 아닌가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논술고사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변별력이다.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기준이다. 8월30일 발표된 교육부의 논술고사 기준은 논술 이외의 요소, 예를 들면 영어 독해 능력이나 수학 실력 등에서 변별력을 추구했던 것을 금지한 것이다. 대학이 원하는 논술고사의 변별력,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기존의 논술고사에서 대학 당국은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논술 출제 경향과 변별력 확보는?

논술고사는 ‘제한된’ 글 읽기와 글 쓰기 시험이다. 자유분방한 글쓰기이어서는 평가의 객관적 기준을 잡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논술은 일정한 틀 안에서 해야 하는 글 쓰기 시험이다. 이런 틀은 기존의 논술고사에서는 두 가지 형태로 주어진다. 하나는 논제이고, 다른 하나는 제시문이다. 논제는 글의 서술 방향을 지시하는 것이고, 제시문은 글의 내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논술고사가 제한된 글 쓰기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학생들 사이의 우열을 정확히 가려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면 기존의 논술고사에서 객관적인 기준과 변별력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그러한 평가기준과 변별력을 갖춘 논술고사의 유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최근 2~3년 동안 출제된 여러 논술 문제를 살펴보면 그러한 유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학별로 실시된 논술고사를 검토하면 몇 가지 출제 경향이 나타난다. 이런 논술 출제 경향은 나름의 평가기준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요약형

- 제시문 독해능력·논리적 연계 파악 초점

최근 논술고사에서 가장 뚜렷하게 볼 수 있는 유형이다. 고려대와 이화여대에서 수시와 정시 때 시도되고 있는 논술고사의 유형이다. 고려대는 기존의 1600자 수준의 논술고사를 ‘잘게 잘라내어’, 150자 가량의 제시문 요약, 공통 주제나 문제 의식을 찾아내고 제시문 사이의 관계를 밝혀 750자 가량으로 논술하기 식으로 논술 문제를 세분화하고 있다. 2006학년도 이화여대 수시 1학기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4개의 지문을 가진 2개의 문제 세트를 출제해, 세트 안에서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해 지문 모두를 아우르는 논술 문제로 문제 수준을 높이고 있다. 여러 지문 사이에 논리적 연관 관계를 파악해 글에 대한 정확한 이해력을 평가하려는 점은 고려대의 방식과 거의 유사하다. 동국대가 발표한 2006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한 학업적성 논술고사 예시 문제도 이런 출제 경향을 보인다.

그러면 왜 대학들이 요약형 논술 문제를 선호하고 있는가? 그것은 요약형 문제가 앞서 언급한 변별력 확보와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어 지문까지 얹어서 영어 독해 능력까지도 평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어 지문을 이제는 제시문으로 넣을 수 없다고 해서 이런 문제 유형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기존의 논술고사 문제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히려 이런 요약형 문제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요약형 문제는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독해 능력을 먼저 요구한다. 각 단락의 중심 문장이 무엇인지, 중심 문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나 예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하고, 그것들을 종합하여 단락의 주제를 하나의 문장으로 서술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단락 간의 논리적 연관관계를 파악해 전체적인 흐름을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놓쳐서는 안될,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을 빼 먹는다면 그만큼 평가점수를 잃게 된다. 이처럼 제시문 독해 능력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 기준을 갖고 있고, 또 학생들 사이의 우열을 가려내는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사실 논술고사는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평가하려는 시험이다. 그런데 기존의 논술고사에서는 학생들의 천편일률적인 논술 답안이 제출되어 이런 창의적 사고력을 평가할 수 없었다. 그래서 먼저 학생들의 글에 대한 사실적 독해 능력을 우선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 평가까지 나아가려는 것이다.

자료 해석형

- 도표·그래프 통해 사회과학 상상력 평가

도표와 그래프 등을 혼합하여 제시문과 상관 관계를 묻는 논술 문제이고, 주로 성균관대에서 출제되며 다른 대학들의 논술 문제에서도 일부 도입되고 있다. 이런 도표나 그래프가 나오는 논술 문제 유형은 논술의 주제와 내용이 사회과학과 관련된다. 보통 다른 대학들이 출제한 논술 문제가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데 반해, 성균관대의 문제 유형은 사회과학적인 것이다.

이런 문제 유형도 객관적 평가와 변별력이 기존 논술고사에 비해 뛰어나다. 왜냐하면 도표나 그래프는 사회 현상을 객관적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도표나 그래프를 마음대로 해석할 수 없다. 또 도표나 그래프 등은 사회 현상을 복합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에 사회과학적인 상상력도 평가할 수 있다. 도표나 그래프 등의 해석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고, 또 제시문과 관련해 그것을 평가하려 하기 때문에 논술고사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요약형 문제든 자료 해석형 문제든 둘 다 글 쓰기의 조건을 기존의 논술고사의 문제보다 더 좁히고 있다. 요약형 문제는 제시문 사이의 논리적 맥락에서 조건을 준 글 쓰기라면, 자료 해석형 문제는 자료와 제시문 사이에 조건을 부여한 글 쓰기라 할 수 있다. 조건을 준 글 쓰기로서의 논술고사는 더욱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학생들에게 제시될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제한된 글 쓰기는 객관적 평가와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전에서 글을 짧게 잘라내어 지문으로 제시하고, 일정한 조건을 준 상태에서 시나 그림, 통계자료나 그래프 등을 해석하는 논술 문제는 학생들이 자주 접할 논술문제의 유형이 될 것이다.

논제 제시형

- 고전에서 제재따와 현실문제 재해석 요구

이런 유형은 지금은 식상해서(?) 기존의 논술고사라는 딱지가 붙은 소위 ‘고전 논술’이라는 논술 유형이다. 고전 논술은 1997년 주요 대학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져서 1998학년도 대입 논술시험부터 실시된 논술고사이다. 교과 내용과 관련해 ‘동서고금의 고전’을 제시문으로 주고, 논술의 방향을 논제로 지시하는 논술시험의 유형이다. 기본적으로 지금 실시되고 있는 논술고사의 기본 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전 논술은 고전 텍스트에서 논술시험의 제재를 따와 학생들의 삶이나 우리의 사회 현실과 관련시켜 사고력을 펼쳐 나갈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논술시험이다. 그래서 제시문에 대한 꼼꼼한 독해와 논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요구되고, 이런 접근 방식은 지금 실시되는 모든 논술고사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고전 논술에서 실시하는 평가방식도 근본적인 평가항목이므로 다시 한번 상기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글 읽는 능력에 해당하는 독해 능력, 둘째는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표현 능력, 셋째는 논리적 구성 능력, 넷째는 창의적 사고 능력이다.

고전 논술의 시험 형태를 계속 유지하는 학교가 연세대다. 논술고사를 부활한 서울대의 시험도 고전 논술의 시험 형태에 속한다. 이런 논술시험 유형은 학생들의 고차적인 사고능력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유형이다. 고전에서 따온 지문들을 단순히 사실적으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내용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논제와 관련하여 추론적으로 자신의 사고를 넓혀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정시 모집에서만 논술시험을 실시한다. 인문계와 자연계 모두 실시하며, 내용상으로 특별히 구분하고 있지 않다. 연세대의 정시 논술에 출제되는 지문들은 철학적으로나 인문학적으로 깊은 이론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지레 겁먹거나 많은 배경지식을 쌓아야만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세대 논술 문제는 논제의 방향이 그런 지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학생 자신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경험이나 교과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높여 나가면 풀 수 있는 논술 문제다. 지식의 수준으로 접근하지 않고 사고력의 향상으로 접근한다면 소신껏 창의적 사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논술문제 유형이다.

서울대는 연세대와 조금 다르다. 서울대는 수시 2차 특기자 선발 때도 인문계열에서만, 정시 모집 때도 인문계열에서만 논술을 실시한다. 자연계는 심층면접을 실시하고, 논술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제시문 자체가 까다롭거나 제시문 길이가 길어서 글에 대한 독해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글을 서술할 수 있다. 글 쓰기 분량도 2500자이기 때문에 제시문 독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개할 수가 없게 된다. 독해를 제대로 하고 글 쓰기를 늘리려면 얼마간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 서울대 논술 문제는 배경지식을 얼마나 쌓아뒀느냐에 따라 논술의 우열이 가려질 수도 있다. 서울대도 학생들의 논술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제한된 글 쓰기’를 요구하고 있다. 2005학년도 정시 논술 문제에서 여러 문장을 주고 특정한 문장을 그대로 쓰기를 요구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단독 과제형

- 논제만 주는 유형…새롭게 재포장 가능성

이런 문제 유형은 97년 이전에 실시된 유형이다. 제시문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논제만 주고서 논술하라는 유형이다. 이런 문제 유형은 객관식이나 단답형 문제에서 주관식 서술 문제로 바꾸어낸 긍정적인 구실을 하였다. 그렇지만 논술 문제가 시사 문제에 치우치고 학생들의 답안도 암기된 사실의 서술에 불과해 논술시험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자 고전 논술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교육부의 논술고사 기준이 발표된 이후 이런 단독 과제형 논술 문제가 재해석돼 새롭게 포장돼 출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런 단독 과제형 논술 문제는 프랑스 바칼로레아식의 차원 높은 질문 형태로 출제돼 학생들의 사고력을 평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면 제시문을 준 상태에서 수준 높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서술하도록 하는 문제도 가능할 것이다.

구술·심층면접

- 수학·과학적 원리, 실제생활 응용에 무게

교육부는 구술·심층면접에 대해서는 사실상 ‘제제’를 가하기 어렵다고 해, 이에 대한 논란이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술·심층 면접은 자연계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적·과학적 소양을 묻는 시험으로 더 강화될 소지가 있다. 논술로 수학이나 과학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다면, 면접 과정에서 이를 확인하려는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심층면접 시험이 도입된 초창기처럼 칠판에 나와 수학 문제나 과학 문제를 풀어 보라는 식으로 풀이 과정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수학이나 과학의 풀이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를 금지한 교육부 발표가 구술이나 심층면접에서도 역시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술이나 심층면접에서는 수학이나 과학의 원리와 개념이 무엇인가, 그것들이 실제 생활에 어떻게 응용되고 적용되는가를 말로써 확인하는, 그야말로 구술시험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난도는 더욱 높아지고 구술 면접의 시간도 따라서 길어지리라고 예상된다.

인성·적성 검사는 어떻게 되나?

최근 많은 대학들이 인성·적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대학 시험 으로 부담이 되는 인성·적성 검사를, 교육부는 이번 발표에서 완전히 폐지하지는 않았다. 다만 최소 자격 요건으로만 실시하고 점수화하지 않는다면 실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된다면 인성·적성 검사는 대학에서 사실상 유야무야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인성·적성 검사를 하는 것도 사실은 학생들의 실력을 가려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데, 실력을 가려낼 변별력이 떨어진다면 굳이 그것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인성·적성 검사가 사실상 ‘찍기’ 수준이어서 얼마나 교육적 평가 기능을 할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조동기 원장/조동기국어논술전문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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