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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으로 역유학? 중3 학생 위장전입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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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때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 노려 “토박이 기회뺏기”…학교에선 눈감아
경북 청도군 ㅇ중학교는 지난달 23일 개학과 동시에 전교생이 52명에서 72명으로 갑자기 늘었다. 대구광역시 등 인근 도시 중3 학생 20명이 무더기로 전학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부모와 함께 모두 청도군으로 옮겼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대구시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다. 이른바 ‘위장전입생’이다. 도시 학생들이 주소를 위장전입해 농어촌 학교로 전학가는 ‘역유학’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내년부터 대학입시에서 농·어촌 학생 특별전형 비율이 현재 입학정원의 3%(1만여명)에서 4%(1만3천여명)로 높아지면서 쉽게 대학을 가려는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농어촌 특별전형은 농어촌 학생들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경쟁률이 정시모집보다 낮고, 수능 점수 합격선도 낮다. 인근 도시에 살면서 통학 이런 일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인접한 전남 장성군의 한 중학교는 올해에만 10여명이 수도권과 광주시에서 전학왔다. 농어촌 특별전형에 응시하려면 수험생이 부모와 함께 읍·면 지역에서 3년 이상 거주해야 해, 대부분 중3 때 주소지를 옮기고 있다. 지난해 치른 올해 고입 전형에서는 광주지역 중학생 19명이 위장전입으로 읍·면 지역 고교에 진학했다가 입학을 취소당하기도 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ㄴ중학교 관계자는 “특별전형 비율이 확대되면서 전학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장전입한 도시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농어촌 특별전형에서 정작 혜택을 봐야 할 농어촌지역 학생들이 밀려나게 되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청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일부 위장 전입생들은 방과 후에는 집에서 사교육까지 받아 성적 상위권을 차지하기 때문에 농어촌 지역 학생들이 특별전형에 응시할 기회를 뺏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실제 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학교에서 학생 수를 늘리려고 위장전입을 눈감아주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여기에 일부 읍·면 지역 고등학교들은 아예 학교 홈페이지에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이 있는 학교’라고 강조하는 등 학교가 나서 도시 학생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지역 명문학교로 떠오른 경북 영양군의 한 고등학교는 전교생 180명 가운데 다른 지역 중학교 출신이 절반에 이른다. 덕분에 대학 진학 비율은 껑충 뛰어올랐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작 이 지역 학생들은 특별전형 혜택을 보지 못하고, 대도시에서 주소만 옮긴 도시 학생들이 대학에 간다”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전교생 절반이 타지생도 상황이 이런데도 농어촌 지역 학교나 교육 당국은 위장전입생들의 전학을 막지도 않고 실태 파악도 않고 있는 실정이다. 청도 ㅇ중학교 관계자는 “서류상 주소지를 옮긴 것만 확인되면 전입을 받아주고 있기 때문에 위장전입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도교육청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에서 도시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은 많지만, 역유학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교육부 차원에서 농어촌 지역으로 전입하는 학생들의 의도까지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위장전입 여부를 판단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주희, 광주/안관옥, 울산/김광수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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