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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1 17:23 수정 : 2005.09.12 15:32

복수심으로 고향을 찾았던 ‘나’는 진실을 알고 난 뒤 박판돌에게 용서를 구하고, 다음 철쭉제에서 다시 만나자며 화해의 악수를 청한다. 삽화출처: <현대소설-참신한 아이템 1>(디딤돌 펴냄)

이만기의 언어영역해부

■ 문순태 ‘철쭉제’

[줄거리] 검사인 ‘나’는 6.25때 아버지를 죽인 박판돌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고향을 찾는다. 비료 공장 사장이 되어 있는 박판돌이 30년 전 아버지를 지리산 세석평전에서 죽였다는 걸 알게 되어 그와 함께 아버지의 유골을 수습하기로 한다. 인부 두 명과 지관인 박 영감, 박판돌과 동행한 미스 현까지 여섯 사람이 지리산으로 향한다. 세석평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박판돌의 저열함에 점점 혐오감을 느낀다. ‘나’와 박판돌의 관계를 알고 있는 박 영감은 둘을 화해시키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산에서 며칠 야영을 한 끝에 세석평전에 도착한 일행은 드디어 ‘나’의 아버지 시신을 찾아 낸다. 그런데 유골 발굴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박판돌은 사라져 버린다. 다시 나타난 박판돌은 노비였던 그의 어머니가 ‘나’의 조부에게 몸을 빼앗기고 그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에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복수심으로 고향을 찾았던 ‘나’는 진실을 알고 나서는 오히려 박판돌에게 용서를 구해야 함을 깨닫게 되고 다음 철쭉제에서 다시 만나자며 화해의 악수를 청한다.

[주제] 역사적 비극의 극복과 화해

‘아비 찾기’의 여정

[해설] 1982년에 발표된 문순태의 대표작이다. 6.25전쟁 때 아버지를 죽인 박판돌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검사가 된 ‘나’가 박판돌과 함께 지리산 세석평전을 찾아 가는 4박5일간의 여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서술한 전후 소설이다.

철쭉이 만발한 지리산에서 펼쳐지는 비극적인 가족사는 ‘나’와 ‘박판돌’ 사이의 원한 관계를 보여줌과 동시에 봉건적 신분 제도와 6.25 전쟁 등에 얽힌 우리 역사의 비극적 면모를 담아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철쭉제’의 상징적 의미다. 철쭉의 그 붉은 시각적 이미지는 한()을 상징한다. 그리고 ‘제(:제사, 축제)’는 화해와 용서의 의미를 가진다. 즉, ‘철쭉제’라는 제목은 불행한 과거로 인한 한을 풀어내는 화해와 용서의 장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 고향을 떠난 지 30년 만에 검사가 되어 돌아온 ‘나’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박판돌을 앞세워 아버지의 유골을 찾기 위해 지리산을 오르는 것이었다. 이는 오래 전 박판돌이 자신의 부친 유해를 찾기 위해 ‘나’의 아버지를 앞세우고 지리산을 올랐던 것과 흡사하며 이러한 두 인물의 행위는 ‘아비 찾기’의 여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 유형문제

[지문] <앞부분 줄거리> ‘나’는 6?25 때 아버지를 학살한 사람이 박판돌이라 생각하고 그 원수를 갚기 위해 모진 고생 끝에 검사가 되어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곳에서 ‘나’는 사료 공장 사장이 되어 있는 박판돌을 데리고 지리산 철쭉제가 열리는 세석평전으로 가서, 아버지의 유골을 수습하기로 한다. 박판돌은 자신의 부모가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어떻게 짓밟혔는지를 이야기한다. 박판돌의 어머니는 노비로 있을 때, ‘나’의 조부에게 몸을 빼앗겼다. 이사실이 탄로나자 ‘나’의 조부는 박판돌네 부자를 자기네 족보에 올려 준다고 약속하였지만, ‘나’의 아버지는 박판돌의 아버지를 지리산으로 유인해 엽총으로 살해한다. 어머니마저 죽자 박판돌은 신분을 숨긴 채 ‘나’의 조부의 집에서 머슴으로 일한다.

<본문> 긴 이야기를 끝낸 판돌이는 무겁게 머리를 들어올려 동굴의 천장처럼 칙칙하게 내려앉아 있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별 하나 돋아나지 않은 어둡고 답답한 하늘이었다. 긴 이야기를 토해 낸 판돌이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둠에 묻힌 먼 하늘을 바라보기조차 부끄러워 자꾸만 고개가 무겁게 내려앉은 나도 마음이 별 없는 하늘처럼 숨가쁘게 답답하였다. 두 사람 사이에 산상()의 밤보다 더 무겁고 답답한 침묵이 늪처럼 찐득하게 괴었다.

“우리 아버지한테 당신이 박쇠 아들이라는 건 언제 밝혔소?”

나는 바윗덩어리처럼 무겁게 나를 짜누르고 있는 판돌이를 마치 박쇠처럼 생각하면서 우울하게 물었다.

“어디 기회가 있어야죠. 또, 같이 살다 보니께 마음이 약해집디다. 사실 지는 도련님 댁 머슴이었제만, 두 어른들 도움도 많이 받고 자랐거든요. 그라고 도련님 식구들과 오래 한솥밥 묵고 살다 보니께 정도 붙고 해서…. 지난 일들을 잊어 버릴까 허는 생각도 납디다. 또 어르신께서 우리 아버지를 쥑이지 않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판돌이는 잠시 말을 멎고 머리를 무겁게 떨구었다가 천천히 들어올렸다.

“6·25가 터지고 세상이 뒤집히니께 지 마음도 세상과 함께 뒤집힙디다요. 좌우당간에 어르신한테 한번 따져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드만요. 그래서 그 어른을 데리고 지리산으로 들어갔지요. 어르신한테 지가 오래오래 품속에 간직해 왔던, 지 조부님 종문서허고, 도련님 조부님이 지어 주셨다는 우리 부자 이름이 적힌 종이를 보이면서, 지 신분을 밝혔어요. 그러고 우리 아버지를 어디서 죽였느냐고 성질을 냈어요. 사실 그때 지는 어르신네께서 거짓말로라도 지 아버지를 절대 쥑이지 않았다고 말하기를 맘 속으로 얼마나 바랬는지 몰라요. 그란디…그란디 말입니다. 어르신께서는 지가 그렇게 바랬던 것과는 달리 우리 아버지를 세석평전에서 엽총으로 쏴 쥑였다고 쉽게 고백을 허시고 말았어요. 아버지가 언젠가는 낫으로 어르신의 아버지를 찍어 쥑일 것만 같았고, 또 지 부자가 도련님댁 족보에 오르는 것이 싫어서 쏴 쥑였다고 허드만요. 어르신은 그러면서 보잘것없는 지한테 용서를 빌었어요. 저는 그런 어르신이 싫었던 거지요. 차라리 그때 나헌티 불호령을 치셨더라면 지 마음이 약해져서….”

“그래서 판돌씨도 우리 아버지를 세석평전까지 끌고 와서….”

“어르신께서 지 아버지를 쥑인 곳을 알고 있다고 해서…. 지도 어머니 유언대로 울 아버지 뼈라도 찾을까 허고….”

“그래, 찾았나요?”

나는 판돌이가 그의 아버지 유골을 찾았기를 바라면서 물었다.

“워디가요. 세석평전을 다 뒤져 봤제만 철 늦은 철쭉꽃만 휘너후러져서…. 허갸, 족보에도 못 오른 아버진데 무덤은 남겨서 뭘 하겠어요? 차라리 잘됐지요 머. 물론 저도 아직 족보가 없습니다만. 그까짓 족보 있으면 어쩌고 없으면 어쩝니까. 지 아버지는 족보에 이름 석 자 올릴 욕심으로 죽을 때꺼정 껑껑댔지만, 지는 족보 대신 돈을 갖기루 작정했지요. 족보가 없는 대신 돈이라도 몽땅 벌자 혀는 생각으로 살았어요. 그래서 돈은 좀 모았지요. 이제는 백만 원만 주고도 지가 박씨 문중에서 문벌 좋은 집안을 탈탈 골라 족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겄습니다만…, 그까짓 족보 대신에 아직도 우리 조부님 종문서허고 도련님 조부님이 박판돌이라고 지어 주신 지 부자 이름이 적힌 종이 쪽지를 소중히 간직허고 있구만요. 으쩌면 족보보다는 그것이 더 귀한 것일지도 모르제요.”

판돌이의 이야기를 듣고 난 나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바로 판돌이 당신이었구만요 하고 물으려다가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두 사람은 꽤 오랜 시간을 어둡고 답답한 침묵의 깊은 늪 속에 빠진 채 그대로 앉아 있었다. 문순태 <철쭉제>

[문제] <보기>는 위 글의 구조에 따른 인물 간의 관계를 도식화한 것이다.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그림 2 있습니다)

① ㉠ : ‘나’는 오히려 가해자가 ‘나’의 가족이었음을 알고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② ㉡ : 박판돌은 처음에 참봉 아들을 용서하고 싶어 했다.

③ ㉢ : 박쇠는 박 참봉을 통해 자신의 처절한 소망을 실현하고자 했다.

④ ㉣ : 참봉 아들은 박쇠가 언젠가 복수를 할 것 같아 두려워하였다.

⑤ ㉤ : 박판돌은 아버지의 원혼을 풀 수 없으니 유골 따윈 아예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풀이] 정답 ⑤. 글의 마지막 부분에 제시되어 있듯이 박판돌은 아버지의 원혼을 달랠 길 없어 괴로워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유골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박판돌은 어머니의 유언대로 아버지의 유골이라고 찾을까 하고 찾아봤으나 찾지 못했음이 드러나 있다. <오답 피하기> ③ : 박판돌네 집안은 노비였다. 박판돌의 아버지인 박쇠는 면천()에 대한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지 아버지는 족보에 이름 석 자 올릴 욕심으로) 박판돌네 부자를 자신의 족보에 올려 준다는 박 참봉의 말을 믿고 자신의 아내 일을 넘어간 것이다. 언어영역 강사

바깥이야기, 안이야기

■ 유형노트

인물의 관계 파악

소설을 갈등의 예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소설에서 갈등은 중요하다. 갈등은 사건을 통해 드러나며 사건을 엮어 나가는 것은 인물이다. 따라서 인물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소설 이해의 첫 걸음이라 하겠다.

소설을 읽을 때는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동그라미를 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내용 파악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인물의 이름 뿐만 아니라 인물의 직업이나 나이, 신분까지도 함께 표시를 해서 연결해 두면 좋다.

인물의 관계를 물을 때는 단순히 두 사람이 친구 사이냐, 적대 관계냐만을 묻는 게 아니다. 인물을 둘러 싼 사건과 감정까지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물과 다른 인물 사이에 일어난 일이나 대화에 주목을 해야 한다. 인물 사이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또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 느낌, 생각은 어떠한지가 드러난 부분이 있다면 밑줄을 그어두도록 한다. 특히 인물의 감정에 대한 부사어나 서술어는 동그라미를 쳐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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