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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1 17:33 수정 : 2005.09.12 15:32

밥보다 만화가 더 좋아

출판인이 뽑은 책

■ 시사만화가, 편견의 벽 허물다

인물 이야기가 진화하고 있다. 난세에 나라를 구한 장군이나 세계적으로 알아줄 만한 공을 세운 그야말로 위대한 인물들의 일생을 과장되게 서술해, 위인은 타고나는 것이며 보통 사람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도 먼 삶을 살다간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줬던 ‘위인전’이 인물 이야기의 전신이라면, 어깨에 힘을 빼고 거품을 팍팍 줄여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업적을 남긴 자는 아니지만 뜻있는 일을 했거나 의미있는 삶을 살다 간 혹은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 요즘 인물 이야기이다.

<밥보다 만화가 더 좋아>(산하)는 이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인물 이야기이다. 시사만화가로 잘 알려진 박재동씨에 관한 이야기인데, 아이들에겐 낯설다. 교과서에 나오지도 않고, 대중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재동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고 봐도 재미있고 의미가 크다.

일단 이 책이 주는 재미는 본문에 들어 있는 풍부한 그림 자료에서 비롯한다. 어린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가 오십이 넘은 지금까지 그때 그린 그림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그린 어머니 모습, 교과서에 그린 낙서들, 고등학교 시절 그림으로 일기를 대신했던 수첩, 예술가의 향기가 느껴지는 유화, 유명 만화가의 만화를 따라 그린 그림, 심지어는 순정만화 주인공 등 그의 어린시절과 청소년기를 백마디 말보다 직접적으로, 훨씬 더 풍요롭게 전해준다.

또다른 재미는 책장 사이사이에 들어 있는 만화에 대한 정보이다. 뒷면에 붙어 있는 만화박물관 등은 ‘만화=불량하고 불순하다’는 어른들의 시각을 바로잡아주고, 아이들의 관심을 인접 학문으로 자연스레 연결시켜준다. 어릴 적부터 밥이나 피자보다 더 좋은 것, 더 좋아하는 일이 있어서 그것을 끝까지 사랑하며 평생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진정 행복할 것이다.

김태희/사계절출판사 아동청소년문학팀장 kth@sakyejul.co.kr

■ “모험 떠날래” 꼬마닭의 날개짓

바다를 보러 간 꼬마 닭

스키장에 자녀를 데리고 가봤으면 알 것이다. 처음 스키를 신어본 애가 몇번 초급 코스를 타더니 갑자기 상급으로 겁없이 올라가는 것을. 부모는 깜짝 놀라지만 아이는 프로 선수처럼 멋진 폼으로 보란듯이 잘도 내려온다. 호기심, 겁없는 시도, 모험은 아동기의 주요한 행동 특징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느 순간 주눅이 들기 시작한다. ‘숙제 해라’, ‘학원 가라’, ‘일찍 자라’, ‘텔레비전 좀 그만 봐라’ 등 온갖 잔소리에 시달리다 겁많고 도전을 꺼려하는 소극적인 아이들로 변한다. 뭐든 해보려고 하고, 도전적이고 꿈많던 아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만다.

<바다를 보러 간 꼬마닭>(반딧불이)은 닭이라는 동물에 빗대 이런 우리의 자녀교육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유난히 호기심이 많고 모험심이 강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꼬마닭 카르멜라는 부모님 말씀 잘 듣는 다른 닭들과 똑같은 삶을 살기를 거부하고, 과감하게 모험을 떠난다. 바다에서 모래성을 쌓고 파도 타기를 하고, 배를 얻어타고 낯선 섬으로 여행을 가는 등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다시 고향에 돌아온 카르멜라를 본 엄마닭은 “어쩜 이렇게 컸지! 이젠 어른이 다 됐구나.” 하며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처음엔 걱정돼서 가지 못하게 했지만, 나중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행을 마친 뒤 멋진 배우자까지 얻어서 돌아온 자식이 얼마나 대견스러웠을까?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안전과 성공을 위한다는 핑계로 온갖 보호막을 쳐서 지키기에만 바쁘지만 , 정작 그렇게 ‘곱게’ 키운 아이들보다 조금은 울타리를 벗어나기는 하지만 자신의 주체적 생각과 행동과 결정으로 자라난 아이들이 더 번듯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저자는 꼬마닭 카르멜라를 통해 잘 보여 준다.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꼬마닭 이야기는 <별에서 날아온 닭장>, <나도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 등의 후속편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티앙 졸리부아 글, 크리스티앙 하인리히 그림. -반딧불이/48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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