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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1 17:38 수정 : 2005.09.12 15:32

한국구전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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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디착한 ‘손 없는 각시’
아가 구하려고 팔 뻗었죠
얘들은 금세 알아채네요
선한 마음이 빚어낸 기적

옛날 옛날 이야기 가운데 ‘손 없는 각시’ 이야기를 들려줄게.

옛날 어떤 사람이 딸 하나 낳고 후처를 얻었어. 후처는 자기가 데리고 온 자식들한테는 호강을 시키면서 전실 딸한테는 온갖 구박을 다 했지. 그것도 부족해서 전실 딸을 내쫓는데 양손을 탁크닥 탁크닥 잘라서 내쫓았대. 빌어 먹지도 못하고 죽어 버리라고 말이야. 그래 어째 어째해서 겨우 얻어먹고 살다 어느 동네 부잣집 아들 꿈속에 세 번이나 선녀가 되어서 나타나 둘이 만나게 되었어. 그 뒤 얼굴도 예쁘고 행동도 얌전한 이 거렁뱅이 여자아이는 부잣집 아들과 결혼해 아들을 낳았어. 이 기쁜 소식을 과거 보러 떠난 신랑한테 편지로 전하려고 하인은 길을 떠났지. 그런데 하룻밤 묵어가는 집이 바로 손 없는 각시의 의붓어머니 집이였어. 그날 밤 의붓어머니의 질투심으로 편지는 바꿔치기 되고 말았단다. 어떻게 바꿔졌냐구?

“세상에서 가장 흉측한 아들을 낳았어요.”

 그 편지를 받아보고도 신랑은 조금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답장을 써 보냈지.

“내쫓더래도 내가 집에 돌아갈 때까지 그대로 두고 예전과 똑같이 대접해 주세요.”

답장을 받아서 내려오던 하인은 올 때 잔 그 집에 다시 들러 또 하룻밤을 묵어가게 됐지. 의붓어머니는 분해서 다시 편지를 몰래 바꿔치기해 버렸어.

“아들을 낳았지만 팔 없는 여자가 난 아들은 병신될 게 뻔한데 우리가 어떻게 키우겠소? 당장 아이하고 그 에미를 다 쫓아내시오.”


착한 사람 찾아오는 ‘손길’

 그리해서 착한 각시는 아이를 업고 쫓겨났지. 골짜기를 지나다 목이 말라 물을 먹으려고 허리를 구부리는 순간, 등에 업힌 아기가 샘 안으로 쑥 빠져버렸어. 손 없는 각시는 얘기를 붙잡으려고 “아가~~” 하면서 잘려진 두 팔을 뻗었지. 아, 그랬더니 샘 안에서 두 팔이 쑥쑥 나와 팔뚝에 척척 붙어 버리는 거야.

나도 아이들도 이야기 속에 쏙 빠져서 숨을 돌리고 있는데 갑자기 한나(8·초등 2학년)가 일어나 두 팔을 들고 펄펄 뛰면서 말하는 거예요. “기적이 일어난 거야. 신이 도와준 거지. 각시는 기적이 일어났지만 새 엄마는 아주 나빠서 안 일어나”

옆에 있던 나라가 다시 한 번 한나한테 물어요. “그 각시만 일어난 거지? 새 엄마한테는 안 일어나지?”

 그래요. 한나 말대로 손없는 각시는 기적이 일어나 잘려진 손이 다시 생겨나고, 과거 급제해서 돌아온 신랑과 다시 만나서 오래오래 잘 살았대요. 나쁜 의붓어매는 어찌 됐냐구요? 풀 한포기도 자라지 않는 그런 먼 곳으로 귀양 보내졌대요.

아이들은 옛이야기 속의 상징과 의미를 금방 마음으로 느껴요.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 안에는 보물과도 같은 알맹이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속에서 발견해 내지요. 아주 아주 즐겁고 재미나게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 도덕관을 키워 내고, 손없는 각시처럼 착하게 살고 싶어할 거예요. 소영이 말처럼요. “난 각시가 착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알았냐면요. 손이 딱 붙을 때요.”

<한국 구전 설화1> 임석재 글. 평민사/1만2천원.

이숙양/공부방 활동가 animato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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