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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4 14:24 수정 : 2005.09.14 14:24

각급 학교 수련회와 캠프행사 주관업체 선정을 대가로 초ㆍ중ㆍ고에 뇌물을 건넨 업체 대표와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현직 교장ㆍ교사 등 70여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학교 행사를 매개로 주관업체와 각급 학교간에 암묵적으로 이어져 온 `뇌물고리'가 대규모로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현직 교장과 교사들은 형사처벌은 물론 교육자 신분으로서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돈을 챙긴 교육자들은 업체 관계자가 제공하는 뇌물이 학교 행사 참가비 일부로 마련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죄의식없이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심지어 행사기간 중 업체에 향응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 `수련회비' 일부가 `뇌물'로 둔갑 = 서울 A초등학교 원모(49ㆍ여)교사는 올 1월 강원도 모 콘도에서 열린 학교 스키캠프 행사와 관련, 양씨가 운영하는 C문화협회를 행사 주관업체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현금 1천400만원을 받았다.

원 교사는 C업체와 행사업체 선정 상담시 뇌물로 받을 금액을 사전에 결정한 뒤 돈을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뇌물이 개인별 학생참가비를 부풀려 마련된다는 것도 미리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A학교 외에도 적발된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같은 방식으로 행사 주관업체 선정 전 업체 관계자와 소위 `리베이트' 금액을 결정한 뒤 적절한 금액의 뇌물을 건넨 업체를 행사주관 업체로 선정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행사 관련 업체는 1인당 학생참가비를 5천원∼2만5천원까지 부풀려 책정한 뒤 이중 일부를 학교 행사담당 교사나 교장에게 건넸으며 일부 교사 등은 수차례에 걸쳐 돈을 받아 뇌물수수 규모는 1천만원이 훌쩍 넘는 경우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들 사이에 오간 뇌물로 학생 1인당 참가비는 늘어난 반면 실제 행사는 부실하게 이뤄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 초등학교의 경우 행사 기간에 콘도에서 참가학생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인원이 100명에 불과했지만 로비대가로 이보다 3배에 달하는 학생을 무리하게 수련회에 참가시켜 학생들이 행사 내내 부실한 식사를 제공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 "교사들, 버젓이 향응을 요구" = 뇌물을 챙긴 일부 교장과 교사는 수련회나 캠프행사 기간중 행사업체에 버젓이 향응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B초등학교 나모 교장은 지난해 8월 수련행사와 관련, C문화협회 주관업체 선정대가로 현금 120만원을 수수했지만 나씨는 C협회로부터 별도로 3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일부 교장ㆍ교사들은 식사 정도의 단순 향응 외에도 수련회나 캠프행사에 경락마사지나 찜질방 비용 등을 업체에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유흥비 명목으로 돈을 건네받기도 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적발된 교장이나 교사 중 일부는 업체선정 대가로 돈을 받은 것 외에도 행사 기간 중 자신들의 유흥경비를 업체에 요구하기도 했다"며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사람들이 그래도 되는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적발된 C협회 외에도 상당수의 수련회장이나 수련회 관련 업체가 행사 주관업체 선정을 대가로 각급 학교에 돈이나 향응을 제공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전국에 수련회장으로 등록된 곳만 100여개에 이르고 이와 관련 상시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수련회 관련 업체가 60여개에 달해 수련회 등 행사와 관련한 업체ㆍ학교간 뇌물고리는 전국 곳곳에 퍼져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한 업체가 각급 학교에 뿌린 뇌물액수가 1억5천만원에 달하며 장부상으로는 6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른 업체들도 유사한 방법으로 수련회 유치 영업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업체와 학교간 뇌물고리에 있지만 이를 감독해야 될 교육당국의 부실한 관리도 한 몫하고 있다"며 "관계 당국은 일선 학교에서 수련회가 있었는지 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덧붙였다.

양정우 기자 ejlov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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