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5 16:11
수정 : 2005.09.26 15:21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 카피라이터 이문교씨
“라면이나 먹어.” 한 라면 광고에 반복적으로 등장해 귀에 익은 이 문구는,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이문교(37) 씨가 고심 끝에 만들어낸 것이다. 카피라이터는 이처럼 소비자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을 ‘인상적인 문구’를 만드는 일을 한다. 그러나 문구를 다듬는 작업은 카피라이터가 하는 일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톱스타가 라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기존의 라면 광고 말고 새로운 건 없을까, 고민하는 것부터 카피라이터의 일입니다. 광고영업자(AE), 디자이너 등과 팀을 이뤄 새로운 광고의 콘셉트,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합한 모델이나 설정, 표현방식 등을 생각해내는 거죠. 거기에 딱 들어맞는 문구를 조각하는 일은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씨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우리말 표현능력과 미디어에 대한 안목을 키운다는 점에서 카피라이터에 딱 들어맞는 전공을 선택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특정 학문 전공자가 많지 않아요. 미술을 전공한 사람, 심지어 공학도 출신도 있거든요. 전공보다는 적성에 맞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카피라이터가 되려면 우선 광고대행사에 입사해 경력을 쌓아야 한다. 진입장벽은 높은 편이지만, 일단 입사하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일을 하게 되므로 나중에 프리랜서로 독립하는 등 ‘전문가’로 이름을 날릴 수 있다.
“기존에 없는 것을 생각해야 하니까 흔히 말하는 ‘끼’나 창의력은 좀 있어야겠죠. 그러나 괴짜는 곤란합니다. 평범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알아야 하는 일인데, 색다른 삶을 추구하는 기인은 적합하지 않죠. 더구나 팀을 이뤄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일해야 하니까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면 안되잖아요.” 이 씨는 “시장을 분석하는 논리적인 ‘좌뇌’와 소비자들의 욕망을 읽는 감각적인 ‘우뇌’가 동시에 발달한 사람, 균형감각을 갖춘 이들이 도전할 만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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