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5 17:45
수정 : 2005.09.26 15:22
출판인이 뽑은 책
청소년 시절, 나만의 생각으로 국어사전을 만드는 게 유행인 때가 있었다. 촘촘히 줄이 쳐진 대학노트에 ‘사랑이란,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이 따스해지는 마음’ ‘기다림이란, 봄날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살과도 같은 것’ 등으로 뜻풀이를 해놓고, 단짝 친구끼리 돌려보곤 했었다.(어? 그런데 그 공책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그 사전이 소중했던 건 내가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 시절을 함께 한 우정이 아름다웠기 때문일 것이다. 새삼 나의 이런 오랜 기억을 일깨운 것은 <아름다운 가치사전>(한울림) 탓이다. 온 출판계가 학습법에 대해 덤벼들고 있는 마당에 ‘가치사전’이라니, 그것도 ‘아름다운 가치사전’이라니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삶 속에서 체득되는 추상적 가치를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 역시 훌륭한 ‘학습’이리라.
‘공평이란,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이 주는 것’ ‘믿음이란, 엄마가 우리를 야단칠 때 우리가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인내란, 착한 일을 많이 하고 크리스마스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것’….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갑자기 공평해지고 싶다, 인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잊고 있었던 나의 옛날과 만나는 것 같은 이 책이, 저자의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기록해 두었던 10여 년의 메모속에서 탄생한 책이라니, 한 문장 한 문장이 더욱 예사롭지 않다. 올 가을에는 오래된 연필을 꺼내 꾹꾹 눌러 쓴 글씨로 나만의 가치사전을 만들어 봐도 좋겠다. 아이와 함께 ‘엄마와 만드는 멋진 가치사전’을 작성해 봐도 좋겠다. 추천사에 쓰인 말처럼 이 책은 어린이만이 아니라 이미 상상력이 줄어들어버린 부모들에게 더 권하고 싶은 마음이다.
배수원/주니어김영사 편집부장
swbae@gimm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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