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5 17:58
수정 : 2005.09.2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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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 고려대 수시 1학기 모집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논술고사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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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대입에 반영된다는 논술을 둘러싸고 고교마다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라는 새 대입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논술을 강화한다는 데 반대할 논리는 뚜렷이 없지만, 도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 몰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1 학생들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얼음장 같다. 울산 ㅅ여고 1학년 오초록(16)양은 “그냥 하는구나 하는 정도예요. 당국의 발표 외에 달리 정보를 얻을 길도 없고요”라며 막막한 심정을 드러냈다. 같은 학교 정지혜(16·고1)양도 “2008년 입시가 사실상 1년 반 남은 시점에서 논술이 새롭게 부각되는 게 혼란스럽고 걱정도 많이 된다”고 했다.
일부 학생들은 논술도 결국 부유층 학생들을 위한 제도라며 볼멘 소리를 하기도 한다. 논술 중심으로 가면 사교육을 받을 여력이 많은 계층의 학생들만 유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학교에서 정식으로 논술교육을 하겠다는 교육당국의 발표에도 의문을 던진다. 지금껏 학교에서 논술수업이 전혀 이뤄진 적이 없는데 갑자기 어떤 교사가 나서서 어떤 식으로 가르칠 것이냐는 의문이다. 실제로 일부 고교에서는 여름방학 보충수업 시간을 활용해 논술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논술’이 뭔지 개념 정도만 알려주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수도권의 한 고교에 다니는 김아무개(16·고1)군은 “학원에 가지 말고 학교에서 논술강의를 들으라기에 신청했더니 기껏 5시간 하고 말았다”며 “학원에 갈 걸 하는 후회가 절로 든다”고 푸념했다.
물론 상당수 학생들은 논술 시험이 결과적으로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적지 않은 교육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선다형 객관식 문제풀이에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에게 사고를 확장하고 깊은 생각을 유도할 수 있게끔 한다는 점에서 논술 학습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다만 논술 학습과 시험을 어떻게 시행할지에 대한 구체적 방법들과 방향에 대한 정책이 제대로 갖춰진 다음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친다.
부천고 김용우(16·고1)군은 “‘논술 시행'이라는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시간적, 금전적 걸림돌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차근차근히 접근해 나가지 않으면 또다시 졸속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대학입시에 논술을 전면적으로 반영하는 시기를 조금 늦추는 게 현실적이라는 제안도 나온다. 울산 ㅅ여고 2학년 박영숙(17)양은 “현재 초등학생들은 전교과에 걸쳐 조금씩 논술 수업을 받고 있으니까 시간을 두고 시행하는 게 학생들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고교 교육 과정을 잘 아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을 출제하듯이 교과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출제, 채점을 한 뒤 대학 진학 전형요소로 활용하는 것이 어떻냐는 의견도 제시된다.
논술이 또 하나의 골칫거리로 전락할지, 아니면 교육정상화로 가는 큰 디딤돌이 될 것인지, 교육당국의 신중하고 사려깊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소연/울산 성광여고
soyeon0513@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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