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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에 다니는 삼형제 (왼쪽부터) 막내 차양명군, 둘째 목양군, 첫째 화목군이 어머니 권차영씨와 함께 학교도서관을 찾았다. 한국방송통신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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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 가족 재학생을 만나다
14살에 대학 입학한 삼형제부터
형제, 부자·모자 사이 동문 등
온 가족이 함께 다니는 대학
언제 어디서나 수업 가능하고
공부하려는 학생 누구에게나
스터디그룹·튜터제 등 적극 지원
국립대학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는 1972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원격 교육대학이다. 지금까지 58만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고, 2014년 현재 5개 단과대학 24개 학과(부)에서 총 14만3000여명이 공부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실시하는 방송대는 2012년 스마트폰과 태블릿 피시(PC)에서 사용 가능한 유노우플러스(U-KNOU+) 앱을 개발했다. 12월 현재 5만4600여명이 이를 이용한다. 공부를 하는 데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샐러던트’,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의사·교수·법조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까지 폭넓은 교육 기회를 제공해왔다. 또 학교에는 형제자매 등 가족이 함께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방송대에서 먼저 공부한 경험이 있는 부모나 형제들이 다른 가족들에게 입학을 권유한 덕분이다.
대구광역시에 사는 차화목(18)군, 차목양(15)군, 차양명(14)군 삼형제는 친구들이 중학교에 다닐 무렵 대학생이 됐다. 맏이 차화목군은 2010년 방송대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고, 현재는 실용영어학과 대학원에서 최연소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두 동생도 2013년과 올해 각각 형과 같은 학과에 들어갔다.
차화목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혼자 공부해 2년 만에 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중·고교 과정을 일찍 마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작은 교회에서 목회 일을 하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신학공부를 권했고, 석·박사 과정에 들어가 제대로 된 공부를 해보라고 충고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했지만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너무 막연했고, 불안한 생각이 계속 들었다. 만나서 대화를 나눌 또래의 친구도 없었고, 역할 모델이 될 만한 선배도 없었다. 마침 사춘기가 찾아왔다. 검정고시를 보라고 조언했던 부모님을 잠시 원망하기도 했다.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길을 바꿀 수 없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방송대에 입학했다.
어머니 권차영(44)씨는 이런 아들을 노심초사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결심은 확고했지만 아들이 잘해낼 수 있을지 늘 걱정스러웠다. 큰아들이 방송대에 입학한 다음해인 2011년 권씨도 아들과 같은 과 3학년에 편입했다. 영어를 공부해두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큰아들의 대학생활에 동반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들과 함께 공부하기로 결심한 데는 한 학기당 30만원대로 저렴한 학비와 학교의 활성화된 편입학 제도도 영향을 줬다. 학교는 공부에 뜻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줬다. 차화목군은 대학교에 입학하던 첫 학기에만 등록금을 냈고, 그 뒤로는 계속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다.
형의 모습에 자극받은 두 동생도 같은 길을 따라 방송대를 선택했다. 같은 대학에서 함께 공부하는 삼형제는 지금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학교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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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1월1일 부사관 훈련 수료식에서 아버지 유석종씨(왼쪽)와 함께한 유영권씨. 아버지는 현역 경찰로 영권씨와 같은 과 선배다. 한국방송통신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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