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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교수 대표 비상대책위원회 회장이 26일 교수,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밀실 개편이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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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신입생 학과별 모집 폐지
3학년 때 성적순으로 전공 선택
인문학·기초학문 고사 우려
중앙대가 내년부터 신입생의 학과별 모집을 폐지하고 단과대별로 선발한 뒤 3학년 때 전공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26일 발표했다.
중앙대는 학생의 전공선택권 강화와 융·복합 학문 기반 조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교수들은 “일방적 구조조정”이라며 집단 반발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두산그룹이 인수한 뒤 ‘기업식 구조조정’ 논란을 반복해 온 중앙대의 이번 조처가 인문학과 기초학문 관련 학과들을 고사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앙대의 개편안을 보면, 내년 입학정원 4475명을 인문대·사회과학대·경영경제대 등 12개 단과대학 단위로 모집하게 된다. 인문대의 경우 국문과 40명, 영문과 100명 등 학과별 모집정원을 두고 선발하던 방식에서, 인문대 신입생 365명을 학과 구분 없이 ‘광역 모집’한 뒤 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식이다.
전공 선택은 성적순으로 하게 된다. 대학 쪽은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이중전공·복수전공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취업이 어려운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쪽 일부 전공은 선택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대학 쪽은 “4학년 때도 6학점 이상의 교양과목을 듣게 하는 등 교양교육을 강화하기 때문에 오히려 인문교육은 활성화된다. 시뮬레이션 결과, 사라지는 학과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대는 “정부 중장기인력수급 전망을 보면 공학계열은 27만7000명이 부족하고,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계열은 각각 6만1000명, 13만4000명이 과다 공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편이 어떤 배경에서 시작됐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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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가 26일 낮 서울 동작구 중앙대 서울캠퍼스에서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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