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16 20:10
수정 : 2015.03.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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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도봉구 월천초등학교에서 열린 ‘프로젝트 웨트’ 물 교육 프로그램의 ‘내가 이 땅의 주인이라면?’ 활동에 참가한 6학년 5반 아이들이 모둠별로 활동지에 그린 강과 주변의 모습을 이어붙여 상-중-하류로 이루어진 큰 강 하나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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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교육 프로그램 ‘프로젝트 WET’
지난 6일 오전 서울 도봉구 월천초등학교 6학년 5반 교실. 커다란 지구본 모양의 공이 교실 안을 날았다. 오수경 강사가 던진 공을 한 학생이 양손으로 잡았다.
“오른손 엄지가 어디에 닿았나요?”
오 강사의 질문에 공을 잡은 학생이 답했다.
“바다요.”
오 강사가 던진 공을 잡은 4명의 학생들 모두 ‘바다’라고 답했다. 지구상의 물이 많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위한 ‘지구를 찍어라’ 활동이다. 지구 표면의 70%는 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지구본 공을 많이 주고받을수록 엄지손가락이 바다 위에 있을 확률은 70%에 가까워진다.
공을 주고받던 아이들은 모둠별로 물이 가득 찬 1000밀리리터(㎖)들이 메스실린더와 스포이트를 들고 앉았다. 지구상의 물을 1000밀리리터로 환산했을 때,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활동이다. 전체 물 가운데 짜지 않은 물 ‘담수’(민물)의 양이 30밀리리터, 그 가운데 빙하나 만년설이 아닌 ‘녹아 있는 물’이 6밀리리터다. 학생들은 메스실린더의 물을 스포이트로 퍼냈다. 실린더의 물이 약 1.6센티미터가량 남았을 때, 오 강사가 앞에 있던 학생의 손등에 물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방금 제가 학생의 손등에 떨어뜨린 물이 71억 지구의 인구가 모두 나눠 마셔야 하는 물의 양입니다.”
비영리기관 프로젝트 WET서
물 중요성 알리는 수업
절약·수질오염 등 환경 교육 넘어
문명 속 물 이야기 펼쳐놓고
물 이용한 조상의 지혜 등도 탐색
각종 교과 연계 학습도 가능해
22일 ‘물의 날’ 맞아 시도해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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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 물 교육 강사가 지구본 모양의 공을 들고 학생들에게 ‘지구 표면의 물의 양’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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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을 해온 국제적 비영리기관인 프로젝트 웨트(WET·Water Education for Teachers) 재단은 1984년부터 세계 60여 나라에서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같은 이름의 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젝트 웨트는 ‘지구를 찍어라’, ‘소중한 물 한 방울’을 비롯해 ‘건포도와 포도를 활용해 알아보는 몸속의 물’ 등 총 11개 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진행한 교육은 다양한 프로젝트 웨트 프로그램 가운데 4가지 활동이었다. 첫 시간에 오 강사가 ‘소중한 물, 절약의 중요성’을 주제로, 두번째 시간에는 김은구 강사가 ‘물과 사회’를 주제로 강의를 했다.
물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물의 소중함’, ‘수질오염’ 등의 주제만 생각하기 쉬운데 이 프로그램은 물의 사회적 의미 등에도 주목했다. ‘물’이라는 소재로 과학과 사회 수업을 모두 할 수 있다.
“먼 옛날 많은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만들고, 문명을 탄생시킨 곳에는 늘 강이 있었어요. 물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강 상류에 있는 사람들이 하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더러운 물을 막 흘려보내면, 하류 사람들은 잘 살 수 없겠죠? 그런 점에서 나뭇가지로 엮은 ‘물챙이’를 개울에 가로질러 설치해 오물이 아랫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한 조상들의 지혜는 본받을 만합니다.”
김 강사의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파란 물결이 그려진 코팅지를 한 장씩 들고 바닥에 모여 앉았다. 김 강사는 22명의 학생들을 3개 모둠으로 나눈 뒤, 모둠이 각각 ‘상류’, ‘중류’, ‘하류’를 담당하도록 했다. ‘내가 이 땅의 주인이라면?’ 활동은 자신이 강 주변에 살고 있다는 가정 아래 땅과 강의 모습을 꾸미는 프로그램이다.
“돌로 물 댐을 만들면 쓰레기가 아랫마을로 내려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상류 모둠의 백민주양이 아이디어를 냈다. 그러자 문승주양이 “중간에 물을 끓여서 내려보내면 조금 더 깨끗한 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덧붙였다.
각 모둠 학생들은 강물에 쓰레기처리장을 설치하거나, 강변에 친환경 소재 집을 짓는 등 상상력을 마음껏 펼쳤다.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바닥에 하나로 잇자, 상-중-하류로 이루어진 하나의 큰 강이 완성됐다. 김 강사의 지도에 따라 아이들은 쓰레기 처리가 어려운 부분을 점검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토론했다.
이지석군은 “집집마다 수돗물이 나오니까 ‘우리집 물’인 줄 알았는데, 결국 모든 사람들이 ‘같은 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라는 소감을 밝혔다. 임가은양은 “물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특히 강 하류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 것 같은데, 어른들도 함께 물을 깨끗이 아껴 썼으면 좋겠어요”라며 웃었다.
오는 22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환경교육센터 박지연 팀장은 “물의 날을 맞아 학교에서 사회·과학 수업에 다양한 물 교육 활동을 진행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웨트를 통해 물 환경 교육 프로그램 진행을 원하는 학교나 물 환경 교육 강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한국에서 프로젝트 웨트를 진행하고 있는 풀무원 샘물(
sybae@pulmuone.com)에 연락하면 된다. 풀무원 샘물은 사단법인 환경교육센터와 함께 매년 여름 물 환경 교육 지도 강사 양성과정을 무료로 연다. 올해는 8월부터 약 두 달 동안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풀무원(www.pulmuonewater.com)이나 환경교육센터 누리집(www.edutopia.or.kr)을 참고하면 된다. 물사랑 누리집(www.ilovewater.or.kr)에서도 물 교육 관련 애니메이션, 물 게임 등 다양한 물 교육 관련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글·사진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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