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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은평구 청년허브 안 ‘옮김’ 사무실 앞에서 크레파스 원정대와 옮김 활동가가 수거한 중고 크레파스를 색깔별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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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재활용 나선 아이들
방과후 함께 어울리다 ‘옮김’ 단체 만나
지난해 ‘크레파스 원정대’ 꾸리고
버리고 안 쓰는 학용품 모아 재가공
쓰임 필요한 아이들에게 전달해
홍보포스터·명함 만들어 구청 등 방문
자원의 소중함 알고 교과학습 효과도
와르르. 라면박스 크기 상자를 뒤집어 테이블 위에 쏟자 크레파스가 한가득이다. 본격적인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데 섞인 크레파스를 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갈색·하늘색·검은색으로 나눠 일일이 분류해야 한다. 색깔별로 다시 녹여 재활용 크레파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크레파스 원정대’(이하 원정대)가 매번 하는 일이다.
지난 10일. 서울시 은평구 청년허브 1층에 위치한 ‘옮김’ 사무실 앞. 샛노란 후드집업을 입은 다섯 명의 아이들은 익숙하게 두 팔을 걷어붙이고 크레파스를 향해 ‘돌진’했다. 시종일관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원정대는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홍연초등학교 3~6학년 여섯 명이 모여 만든 마을 자치 동아리다. 여기저기서 중고 크레파스와 이면지를 모아 재가공 작업을 한 뒤 미술교육이 취약한 곳이나 교구가 필요한 아이들 등에게 보내고 있다.
원래 이들은 마을 주민센터 유휴공간을 활용해 만든 ‘꿈틀학교’ 학생들이었다. 이 학교는 방과후에 아이들을 돌보는 마을교육공동체였다. 꿈틀학교를 운영한 최명선씨는 “아이들과 함께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전지판을 활용한 환경교육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간식을 만들어 주민센터 직원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후 공간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서울 전역을 돌며 체험학습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광화문 ‘위아자 나눔장터’ 행사에서 ‘옮김’을 만났다”고 말했다.
‘옮김’(www.facebook.com/omkim2012)은 버려지는 자원을 새로운 가치의 물품으로 만들어 필요한 곳에 ‘옮기는’ 청년단체다. 원정대는 옮김과 함께 안 쓰는 크레파스·이면지를 모아 직접 재가공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단원 모집부터 중고 크레파스와 이면지를 모아달라는 홍보 포스터를 직접 만들었고 최씨는 에스엔에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렸다. 덕분에 전국 각지 학교나 회사 또는 개인들이 이면지와 크레파스를 택배로 보내오고 있다. 가까운 곳은 원정대가 직접 수거를 하러 가기도 한다.
천진양은 한 가정집을 방문해 크레파스와 이면지를 수거해 오던 날을 잊지 못했다. “그분이 모아준 종이랑 크레파스 양이 몇십㎏이나 돼서 우리를 차로 데려다줬어요. 옮기는 도중에 하필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 종이가 막 날아가고 고생했지만 기분은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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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파스와 이면지를 수거해 만든 재활용 스프링 노트와 크레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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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파스 원정대가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문화회관 사무실을 방문해 안 쓰는 이면지를 수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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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모집과 활동 홍보를 위해 크레파스 원정대가 직접 만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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