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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기도 의정부 경민아이티(IT)고 환경동아리 ‘경민아이티 그린넷’ 학생들이 재활용품 보관창고에서 각 교실에서 가져온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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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생태·환경교육하는 학교들
1층 복도 끝 교실에 들어섰다. 책상과 의자 대신 쓰레기가 담긴 마대자루가 여기저기 쌓여있다. 자루 위쪽 벽에는 각각 ‘비닐·고철·상급지·파지·플라스틱·캔·병’ 등의 단어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가림막으로 둘러싸인 한쪽 구석에는 피자 포장 상자,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가 담겼던 종이팩 등 폐지가 가득했다. 이 공간은 경기도 의정부 경민아이티(IT)고 환경동아리 ‘경민아이티 그린넷’(이하 그린넷) 학생들이 안 쓰는 제도실을 ‘재활용품 보관창고’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이 활동은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통한 학교쓰레기 제로화 프로젝트’로 환경부와 ㈔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주최한 ‘자원순환 활동공모전: 순환도전’의 일환으로 벌이고 있다. ‘자원순환’은 소각이나 매립되는 쓰레기 처분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재활용하는 양을 최대한 늘리는 것을 뜻한다. 사실 그린넷은 이 프로젝트 이전부터 자원순환과 관련한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환경 보호나 에너지 절감 문제 등이 중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아이들의 ‘생태감수성’, ‘환경감수성’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태·환경교육은 일회성 체험학습에 그치기 일쑤다. 환경 여건 때문에 도심 속에서 꾸준히 진행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교내 텃밭과 텃논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학교나 가정에서 에너지 절약이나 자원순환활동을 벌이는 학생들이 있다. 특히 생태·환경교육은 억지로 지식을 욱여넣거나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활동하며 스스로 깨닫고 얻는 바가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환경보호·에너지절약 중요성 커지며‘생태감수성’ 길러주는 활동 늘어나
폐기물로 처리하던 쓰레기 재활용하고
잔반 줄이기·에코마일리지 가입 등 독려
도시서 텃밭 가꾸며 식습관 고치기도
환경 문제점 자연스레 체득할 기회 줘 교내 재활용품 수거해 판 뒤 장학금으로 그린넷의 재활용품 수거과정은 3단계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각 학급과 특별실, 교무실에 분리수거통을 설치했다. 쓰레기가 모이면 학생들은 우선 교실 뒤편 세 개의 분리수거통에 종이와 병·캔·플라스틱, 생활쓰레기로 나눠 버린다. 이후 교실에서 배출된 쓰레기를 학교 분리수거함에 모아 종이·병·캔·플라스틱·생활쓰레기 다섯 가지로 다시 분류한다. 이렇게 분류한 쓰레기는 재활용품 창고로 옮겨 종이는 책·상급지·파지로, 캔은 철·동, 그 외 비닐·음식물·옷 등으로 세분화해 분리수거한다. 15명의 그린넷 부원들은 당번을 정해 매일 아침과 방과후에 분리수거 작업을 한다. 학생들은 이 활동으로 누가 따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박채훈군은 “예전에는 쓰레기를 폐기물로만 여겼는데 이제는 재활용하면 자원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며 “방과후 수업 시간과 분리수거 작업 시간이 겹쳐 활동이 어렵거나 가끔 집에 일찍 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도맡아 한다는 게 보람차다”고 말했다. 김문정양은 쓰레기더미 앞에 서서 망설임 없이 척척 분리수거를 했다. “우유갑도 코팅 안 된 건 ‘상급지’, 코팅된 건 ‘파지’로 분류한다. 처음엔 코팅 종이가 뭔지도 몰랐는데 지금은 익숙해져서 딱 보면 바로 안다. 쓰레기 종류별 단가도 알아서 길거리에 버려진 페트병을 보면 ‘저거 팔면 몇 십 원인데’라고 생각한다.(웃음)” 이들의 활동 덕분에 실제 교내 쓰레기 배출량도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 가끔 바로 옆 건물을 쓰는 같은 재단 내 중학교와 대학교에서 쓰레기를 수거해 올 때도 있다. 강창호 동아리 지도교사는 얼마 전부터 쓰레기 입고량과 출고량을 일일이 조사하고 있다. 그는 “우리 학교의 경우 쓰레기 분리수거가 어느 정도 정착돼 입고량과 출고량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다른 학교는 출고량이 입고량보다 10분의 1까지 줄어 놀랐다”며 “종이류와 비닐만 제대로 분리 배출해도 쓰레기양은 물론 폐기물 처리비용까지 확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분리한 재활용품을 근처 고물상에 판다. 그렇게 생긴 돈은 교내 장학금으로 쓰거나 근처 장애인시설에 자원봉사를 나갈 때 다과를 사는 데 사용한다. 생태·환경교육은 일상 속 절약하는 생활습관을 길러주거나 정서발달을 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천호중(서울 강동구 소재)은 ‘에너지수호천사단’(이하 천사단)을 꾸려 에너지 절약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천사단은 2012년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사업’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매년 초에 초·중·고 학교 단위로 학생과 학부모 천사단을 모집하며 올해 초·중·고 560개교에 2만2000여명이 활동중이다. 천사단인 3학년 김종원군도 직접 피켓을 만들어 환경이나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인다. 주로 ‘급식 잔반 줄이기’와 ‘에코마일리지(가정과 학교, 기업에서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으로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취지의 시민참여 프로그램) 가입’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교내 급식실 앞이나 엘리베이터 입구는 물론 학교 근처 대형마트에 나가기도 한다. “원래 게을러서 뭘 하든 귀찮아했다. 지금은 집에서도 가족들이 핸드폰 충전기를 쓰고 콘센트를 안 뽑으면 잔소리를 하고 방마다 불을 껐는지도 확인한다. 이 활동을 통해 전보다 부지런해지고 환경이나 에너지 분야에 관심도 생겼다.” 천사단 외에도 각 반에 한명씩 ‘에너지지킴이’를 두고 일상에서 에너지 절약 실천이 몸에 배도록 했다. 매일 집에 가기 전 교실 에어컨이나 빔 프로젝터·형광등·티시에이(TCA) 박스(유선방송 등을 인터넷과 연결해 교실에서 사용할 수 있게 전환하는 디지털 장치) 등을 꼼꼼히 살핀 뒤 미리 만들어놓은 점검표에 제대로 꺼졌는지 항목별로 표시한다. 또 교실문을 잘 잠갔는지부터 화장실 조명등이 꺼졌는지도 확인한다. 안덕근 교사는 “학생들과 꾸준히 활동한 결과 지난해 전기료를 그 이전 해보다 3000만원이나 절약했다”며 “에너지 절약활동은 물론 교내 버려진 공간에 연못과 화단도 만들어 가꾸면서 아이들이 밝아지고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일에 직접 나서면서 욕설이나 흡연 등 학생들의 문제행동도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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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금천구 영남초 5학년 1반 아이들이 교내 텃밭에서 직접 기른 상추를 따거나 방울토마토에 지주대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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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마일리지 쌓기, 함께 해보세요 생태환경교육, 어떻게? 학교나 동아리가 아니더라도 생태·에너지·환경 관련한 활동을 돕는 곳이 있다. 시민단체나 지자체 등에서는 쓰레기 배출 방법이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 등을 정리해 알려주거나 실제 에너지 사용량을 줄였을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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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수호천사단이 만든 약속 10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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